‘땅콩 리턴‘ 파문을 일으킨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12일 서울시 강서구 방화동 국토교통부 항공철도 사고조사위원회 항공안전감독관실로 출석하고 있다. 이정아 기자 leej@hani.co.kr
지난 5일 미국 뉴욕 공항에서 일어난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에 의한 대한항공기 ‘램프(트랩) 회항’ 사태와 관련해 국토교통부가 조 전 부사장을 검찰에 고발하고,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운항 정지나 과징금을 부과하겠다고 밝혔다. 국토부의 이런 강도 높은 제재는 그동안 소극적이고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은 자체 조사 결과를 상쇄하려는 의도로 해석된다.
국토부는 16일 이 사건 조사 결과 브리핑을 열어 “조 전 부사장은 승무원과 탑승객의 진술에서 고성과 폭언을 한 사실이 확인돼 항공보안법 23조 ‘승객의 협조 의무’ 위반 혐의로 오늘 검찰에 고발한다. 박창진 사무장 등에 대한 폭행 여부는 확인되지 않아 항공보안법 46조 ‘항공기 안전 운항 저해 폭행’ 혐의의 적용은 검찰의 판단에 따르기로 했다”고 밝혔다. 조 전 부사장은 17일 검찰에서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
또 국토부는 대한항공이 3가지에 걸쳐 항공법을 위반했다고 밝혔다. 먼저 대한항공이 박 사무장과 승무원들에게 거짓 진술하도록 회유한 것은 항공법 115조의 ‘검사의 거부·방해·기피’에 해당하고, 조 전 부사장, 박 사무장 등의 허위 진술은 역시 항공법 115조 ‘질문에 답변하지 않거나 거짓을 답변한 것’에 해당하며, 기장이 승무원에 대한 지휘·감독 의무를 소홀히 한 것도 항공법 115조 ‘운항 규정을 지키지 않고 항공기를 운항’한 것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이광희 국토부 운항안전과장은 “대한항공에 대해서는 21일의 운항 정지나 14억4천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고, 이를 50% 범위 안에서 늘리거나 줄일 수 있다”고 밝혔다. 운항 정지는 통상 해당 노선에 부과되기 때문에 대한항공은 황금 노선인 인천~뉴욕을 상당 기간 운항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 국토부는 조만간 행정처분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다룬다. 국토부는 형법이나 항공보안법과 관련한 사항은 이날 모두 검찰에 넘기고, 행정처분과 관련된 사항에 대해서만 계속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 조사와 관련해 국토부 조사의 문제점도 추가로 드러났다. 국토부가 지난 8일 이 사건의 핵심 당사자인 박 사무장을 조사할 때 대한항공 임직원들이 박 사무장과 동행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더욱이 당시 박 사무장을 조사한 4~5명의 조사관 가운데 2명이 대한항공 출신 항공안전감독관들이었다. 박 사무장이 국토부 조사에서 입을 다물었다가 검찰 조사나 <한국방송>과 한 인터뷰에서 조 전 부사장의 폭언과 폭행, 회사의 회유 등을 진술한 이유를 미뤄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에 대해 이광희 과장은 “박 사무장의 연락번호를 알지 못해 대한항공을 통해 박 사무장을 불렀다. 당시 대한항공 임직원들이 박 사무장과 동행했지만, 조사를 받을 때는 박 사무장 혼자 받았다. 긴급히 조사해야 해서 그런 점에 신경 쓰지 못했다. 그러나 대한항공 출신 항공안전감독관들의 조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날 국토부의 조사 결과 발표에 대해 대한항공은 “당장 운항 정지나 과징금이 부과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아직 입장을 밝힐 것이 없다”고 말을 아꼈다.
세종/김규원 기자, 김미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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