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남 엘지인화원 원장
[경제와 사람] 이병남 엘지인화원 원장
“기업의 존재 목적은 이윤 추구가 아니라 모든 이해관계자에게 유익함을 제공하는 것이다.”
이병남 엘지(LG)인화원 원장(60·사진)의 ‘경영학 원론’은 ‘사람’을 중심으로 삼는다. 최근 펴낸 책의 제목(<경영은 사람이다>)에서도 이를 엿볼 수 있다. 이 원장은 지난 19일 <한겨레>와 만나“대학에서 특강을 하면 기업의 존재 목적을 묻는데, 이구동성으로 ‘이윤 추구’라고 답한다”며 “하지만 이윤추구가 중요하지만 왜 그걸 하는지는 빠져 있다”고 말했다.
“기업은 시장이라는 생태계 안에 자기 자리가 있는 생명체라고 보면 공유가치를 확인하고 실천하는 기업이 오래 살아남고 번성한다. 장수기업은 분명한 철학을 스스로의 존재 목적으로 삼고 있다.” 기업이 존재하는 시장이라는 생태계에서 승자독식이 아니라 공존공생을 하기 위해서는 존재이유가 명확해야 한다는 것이다.
적자생존의 원리가 지배하는 기업에서 약 20년간 몸담으면서도 공생을 얘기하는 것은 그의 이력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유학 시절에는 줄곧 노사관계와 인사관리 등 기업과 사람에 대해 공부했고, 캘리포니아주립대 등에서는 노동경제학을 주로 가르쳤다. 이후 1995년 엘지로 옮겨 줄곧 인사와 교육 업무를 맡았고, 2008년부터는 엘지그룹의 인재양성소인 인화원 책임자로 임직원 교육을 총괄해왔다. 경영 이론가이자 현장의 실천가로 사람과 기업에 대해 고뇌를 거듭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짐작된다.
그는 지속가능성을 추구하는 기업들을 중요한 사례로 들었다. 미국의 유기농 식품 전문 판매업체 홀푸드마켓을 비롯해 스페인 협동조합 몬드라곤, 346년 역사의 독일 화학·제약기업 머크 등이다.
30여년 대학·기업 경험 담은
‘경영은 사람이다’ 책 펴내 “사회에 최고 가치 돌려주겠다는
공유가치 실천 기업이 오래 남아
경영능력 검증없는 경영권 상속
계속된다면 미래 담보 어려워” “머크의 경우 지배주주 혹은 오너(최대 주주) 가족이 경영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오랜 역사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갖고 있는 공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홀푸드마켓이 미국 경제 월간지 <포춘>이 선정한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에 계속 이름을 올리고, 최근 금융위기에도 매년 10% 이상 성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는 홀푸드마켓에서 일어난 일을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한 매장에서 정전으로 카운터가 작동하지 않아 계산할 수 없게되자 매니저가 손님들에게 사려던 물건을 그냥 가져가도록 했다. 이후 이같은 일이 알려져 손님이 더 많이 찾게 되고, 매출이 몇배로 늘어났다.” 매니저가 회사의 공유 가치에 대해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 원장은 “과거 1970~1980년대 세대와는 달리 요즘 젊은이들은 의미 부여를 해주면 헌신한다”며 “삶이 중요하고, 의미가 중요한 이들에게 기업이 공유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기업이 성과에 따른 보상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기능적 불평등과 임직원을 존중하는 존재적론 평등성이라는 갈등 속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 동시에 한국의 독특한 기업 형태인 ‘재벌’의 행태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재벌 3세에까지 이어지는 대물림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부는 세습이 가능하더라도 경영능력을 검증해야하는 경영권은 다르다”며 “자격을 검증하고 오랜 기간의 수련이 필요한데, 이를 제대로 하지 않고 경영권 상속이 계속된다면 그 기업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영자로서 자격을 갖춰 승계를 해도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현 재벌들의 각성을 강조했다. 그는 “재벌이 과거에 했던 것(총수 일가 중심주의, 복잡한 순환출자구조 등)에 머물러 있는데 그 미래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된다”며 “책임성과 투명성을 갖추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해 재벌 스스로 굉장히 진지하고 심각하게 그 문제를 짚어보고 지속가능성을 고민할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대안은 기업의 존재 목적을 살펴보는데서 찾을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이 원장은 ‘적정성’과 ‘다양성’을 강조했다. 그는 “생태계 입장에서 보면 적정 규모와 다양성 원칙이 필요한데, 1~2개 기업이 시장이라는 생태계에서 다른 이해관계자들에게 유익함을 주지 못하면서 홀로 무한증식만을 시도할 때는 시장 생태계로부터 제재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윤만을 추구하면 오히려 이윤을 잃는 ‘이윤의 역설’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이 생태계에서 다양하게 구성돼 고루 성장할 수 있을 때 전체 생태계가 건강하고 지속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미 기업들이 이를 고민하면서 존재 목적을 찾는 등 ‘각성의 시대’(age of consciousness)’가 시작됐다고 그는 진단했다. 이 원장은 “마냥 이윤을 추구하기보다 사회에 최고 가치를 주겠다는 이해관계자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기업이 자신의 존재 목적을 의식하고 그 실현을 위해 공유가치를 세우고 가르치고 실천하기 시작하는 것도 그런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출간한 책의 인세를 기부할 뜻도 밝혔다. “시민단체와 대학 한군데씩에 기부할 예정이다.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협력해 미래에 대한 대안을 만드는데 지원하고 싶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경영은 사람이다’ 책 펴내 “사회에 최고 가치 돌려주겠다는
공유가치 실천 기업이 오래 남아
경영능력 검증없는 경영권 상속
계속된다면 미래 담보 어려워” “머크의 경우 지배주주 혹은 오너(최대 주주) 가족이 경영에 참여하지는 않지만 오랜 역사를 이어갈 수 있는 것은 그들이 갖고 있는 공유 가치가 있기 때문이다. 홀푸드마켓이 미국 경제 월간지 <포춘>이 선정한 ‘가장 일하고 싶은 100대 기업’에 계속 이름을 올리고, 최근 금융위기에도 매년 10% 이상 성장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그는 홀푸드마켓에서 일어난 일을 사례를 들어 구체적으로 설명했다. “한 매장에서 정전으로 카운터가 작동하지 않아 계산할 수 없게되자 매니저가 손님들에게 사려던 물건을 그냥 가져가도록 했다. 이후 이같은 일이 알려져 손님이 더 많이 찾게 되고, 매출이 몇배로 늘어났다.” 매니저가 회사의 공유 가치에 대해 이해했기 때문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이 원장은 “과거 1970~1980년대 세대와는 달리 요즘 젊은이들은 의미 부여를 해주면 헌신한다”며 “삶이 중요하고, 의미가 중요한 이들에게 기업이 공유가치를 제공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기업이 성과에 따른 보상으로 대표되는 인간의 기능적 불평등과 임직원을 존중하는 존재적론 평등성이라는 갈등 속에서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그 해법을 찾아야 한다.” 동시에 한국의 독특한 기업 형태인 ‘재벌’의 행태에 대한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특히 재벌 3세에까지 이어지는 대물림에 대해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부는 세습이 가능하더라도 경영능력을 검증해야하는 경영권은 다르다”며 “자격을 검증하고 오랜 기간의 수련이 필요한데, 이를 제대로 하지 않고 경영권 상속이 계속된다면 그 기업의 미래를 담보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또 “경영자로서 자격을 갖춰 승계를 해도 성공을 담보하기 어렵다”며 현 재벌들의 각성을 강조했다. 그는 “재벌이 과거에 했던 것(총수 일가 중심주의, 복잡한 순환출자구조 등)에 머물러 있는데 그 미래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된다”며 “책임성과 투명성을 갖추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 등에 대해 재벌 스스로 굉장히 진지하고 심각하게 그 문제를 짚어보고 지속가능성을 고민할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 대안은 기업의 존재 목적을 살펴보는데서 찾을 수 있다고 그는 말했다. 이 원장은 ‘적정성’과 ‘다양성’을 강조했다. 그는 “생태계 입장에서 보면 적정 규모와 다양성 원칙이 필요한데, 1~2개 기업이 시장이라는 생태계에서 다른 이해관계자들에게 유익함을 주지 못하면서 홀로 무한증식만을 시도할 때는 시장 생태계로부터 제재를 받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윤만을 추구하면 오히려 이윤을 잃는 ‘이윤의 역설’에 직면한다는 것이다.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이 생태계에서 다양하게 구성돼 고루 성장할 수 있을 때 전체 생태계가 건강하고 지속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이미 기업들이 이를 고민하면서 존재 목적을 찾는 등 ‘각성의 시대’(age of consciousness)’가 시작됐다고 그는 진단했다. 이 원장은 “마냥 이윤을 추구하기보다 사회에 최고 가치를 주겠다는 이해관계자 관점을 가질 필요가 있다”며 “기업이 자신의 존재 목적을 의식하고 그 실현을 위해 공유가치를 세우고 가르치고 실천하기 시작하는 것도 그런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번에 출간한 책의 인세를 기부할 뜻도 밝혔다. “시민단체와 대학 한군데씩에 기부할 예정이다. 정부와 기업, 시민사회가 협력해 미래에 대한 대안을 만드는데 지원하고 싶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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