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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지주회사, 재벌의 ‘지배력 확장수단’으로 변질되나

등록 2014-12-30 20:26수정 2014-12-31 10:28

재벌 압력에 증손회사 허용 이어
지분보유 요건 추가 완화 추진
“총수일가 지배력 강화 손쉬워져”
도입 15년째 “재평가 시급” 목소리
“재벌 소유지배구조 개선 대안”, “재벌의 새로운 지배력 확장 수단으로 변질”

최근 지주회사체제에 대해 나오는 상반된 평가 내용이다. 박근혜 정부가 최근 지주회사의 증손회사에 대한 최소 보유지분 요건을 추가 완화하겠다고 발표하면서 도입 15년째를 맞고 있는 지주회사제도에 대한 재평가가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정부는 그동안 지주회사제를 재벌의 소유지배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대안으로 제시해왔다. 계열사 간 순환출자에 의존한 기존의 후진적 소유지배구조와 달리, 지주회사는 계열사 간 교차·순환출자가 금지되고 수직적 출자만 허용돼 출자구조가 단순 투명하고 구조조정에 유리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정부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9년 지주회사제를 처음 허용하면서 세제혜택까지 부여했다. 그 결과 지주회사로 설립·전환된 재벌은 올해 9월말 현재 자산 5조원 이상 63곳 중에서 31개에 달한다.

※클릭하면 확대됩니다.
■ 최소 보유지분 조건 완화

지주회사가 재벌의 새로운 지배력 확장수단으로 변질되는 가장 큰 이유는 지주회사의 최소 보유지분 요건의 완화다. 대표 사례가 증손회사 문제다.

공정위는 애초 무분별한 지배력 확장 우려 때문에 증손회사 보유를 금지하다가, 재벌의 압력에 밀려서 2007년에 100% 지분보유 조건으로 허용했다. 여기에 올해 1월 경제활성화를 이유로 외국인 합작법인 설립의 경우 50%로 완화됐고, 이번에 다시 국내기업간 합작은 물론 같은 지주회사 내 계열사간 공동출자까지 50%로 완화하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지주회사의 최소 보유지분 요건을 둔 취지와 정면 배치된다. 주무부처인 공정위 관계자는 30일 “지주회사 내 기업간 공동출자에 대한 지분요건을 완화하면 사실상 순환출자에 기반한 재벌의 기존 지배구조와 차이가 없다”고 우려했다. 지주회사의 자·손자회사 최소 보유지분 요건도 애초 30%(비상장사는 50%)에서 20%(비상장사는 40%)로 완화됐다.

미국의 지이(GE)는 가전·금융 등 100여개 회사를 거느린 지주회사인데, 자·손자회사 지분이 모두 100%다. 공정위는 “미국의 지주회사가 자·손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는 것은 법 때문이 아니다. 지주회사의 경영판단이 자·손자회사 주주의 이해관계와 충돌하면 거액의 손해배상소송을 당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한다.

■ 재벌총수의 회삿돈을 이용한 지배

지주회사의 최소 보유지분 요건 완화는 허술한 자사주 규정과 맞물려 재벌총수가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회삿돈으로 손쉽게 그룹을 지배하는 결과를 낳고 있다. 대표 사례가 에스케이그룹이다. 에스케이㈜는 2007년 에스케이에너지를 분할하면서 지주회사로 전환했다. 당시 에스케이㈜가 갖고있던 자사주 17.3%는 지주회사 전환 이후 각각 17.3% 씩의 자사주와 에스케이에너지 지분으로 바뀌면서, 지주회사가 손쉽게 에스케이에너지를 지배하게 됐다. 이어 에스케이㈜의 지분 11.2% 갖고 있던 에스케이 씨앤씨는 지주회사와 에스케이에너지 지분을 각각 11.2% 갖게 됐고, 에스케이에너지 주식을 현물출자해 지주회사 지분을 25.4%로 높였다.

이를 통해 최태원 회장 일가→에스케이 씨앤씨→에스케이㈜→에너지로 이어지는 지배구조가 구축됐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는 “삼성도 3세승계 과정에서 (에스케이처럼) 지주회사로 전환해 총수일가의 지배력을 손쉽게 강화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 지주회사체제 밖 계열사

재벌은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에도 지주회사 밖에 있는 계열사를 다수 보유해 ‘무늬만 지주회사’라는 지적을 받는다. 현재 31개 지주회사 전환 그룹의 전체 계열사는 596개인데, 이 중에서 지주회사에 속한 계열사는 412개(69%)에 불과하다. 일부 재벌은 체제 밖 계열사를 통해 지주회사를 지배하는 기형적 형태를 갖고 있다. 또 체제 밖 계열사 중에서 상당수는 총수일가 지분이 높아, 다른 계열사로부터 일감을 받거나 사업기회를 넘겨받아 사익을 편취하는 통로로 활용한다. 또 체제 밖 계열사는 금산분리 규제를 빠져나가는 구멍이 되기도 한다. 현행법상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자회사를 거느릴 수 없다. 하지만 체제 밖 계열사를 통해 금융회사를 지배하는 것은 가능하다.

■ 대안은

새정치민주연합의 박영선 의원은 “정부가 발표한 증손회사의 지분율 요건 완화는 지주회사의 기본 취지에 위배되기 때문에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지주회사 경영진의 불법행위로 자·손자회사가 피해를 입었을 경우 해당 주주들이 경영진을 상대로 보다 손쉽게 손해배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주주대표소송 제도를 보다 활성화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새정지민주연합의 김기식 의원은 미국처럼 회사의 인적분할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경우 기존 자사주를 의무 소각하는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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