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그룹 총수 일가 3∼4세들은 평균 28세에 입사해, 32세도 안돼 임원으로 승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 직원이 20년 이상 걸려 1%도 안 되는 확률로 어렵게 임원 자리에 오르는 것과 대조를 보인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업체인 CEO스코어는 8일 총수가 있는 30대 그룹의 대주주 직계 가운데 승계 기업에 입사한 3∼4세 자녀 4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입사 후 임원 승진 기간은 3.5년에 불과했다고 발표했다. 44명 가운데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제외하고 현재 임원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는 32명은 평균 28세에 입사해 31.5세에 임원을 달았다. 이는 대졸 신입사원이 평균적으로 대리직급을 다는 데 걸리는 4년보다도 6개월가량 짧은 것이다.
3~4세 중에는 입사하자마자 바로 임원이 돼 경영에 참여한 경우도 9명으로, 세명 중 한명 꼴이었다. 신세계그룹의 정용진 부회장과 정유경 부사장은 각각 27세와 24세에 신세계와 조선호텔의 이사대우와 상무보로 경영에 참여했다. 조남호 한진중공업 회장의 장남 조원국 전무, 이준용 대림산업 명예회장의 3남 이해창 대림코퍼레이션 부사장, 이수영 오씨아이 회장의 장남 이우현 사장 등도 임원으로 바로 입사했다.
정몽근 현대백화점 명예회장의 장남과 차남인 정지선 회장과 정교선 부회장,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과 삼남인 조현준 사장과 조현상 부사장도 입사 후 1년 만에 임원으로 승진했다.
최근 ‘땅콩 회항’ 사건으로 구속된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은 1999년 사원으로 입사해 6.5년 뒤인 2005년 말 상무보로 승진했다. 하지만 이후 7년만에 상무와 전무를 거쳐 부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조 전 부사장의 동생인 조원태 대한항공 부사장도 임원이 되기까지 걸린 기간이 3.4년으로 평균보다 더 짧았다.
반면 박용곤 두산 명예회장 장남인 박정원 회장, 허창수 지에스그룹 회장의 장남 허윤홍 지에스건설 상무,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구본무 엘지 회장의 장자인 구광모 상무는 임원이 되는데 8~9년씩 걸렸다. 또 정몽구 현대차 회장의 장남 정의선 부회장,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의 장남 정기선 상무, 김승연 한화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상무는 5년여 만에 임원이 됐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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