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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의자 없애고 기대거나 걸터앉거나 누워서 일한다

등록 2015-01-14 10:21수정 2015-01-14 10:21

3차원 기하학적 구조물의 실험적 사무실 선봬
건축과 예술과 과학의 경계…창조적 영감 기대
기대고, 서고, 올라가 비스듬히 눕는 등 다양한 자세로 업무를 보고 있는 장면. erikrietveld.wordpress.com/
기대고, 서고, 올라가 비스듬히 눕는 등 다양한 자세로 업무를 보고 있는 장면. erikrietveld.wordpress.com/

현대인들의 생활은 좌식 문화다. 집에서 식사를 할 때도, 차를 탈 때도, 직장에서 일을 할 때도, 집에서 쉴 때도, 볼 일을 볼 때도 우리는 모두 앉아서 한다. 좀 단순하게 말하면 잠을 잘 때만 빼고는 하루의 3분의 2를 앉아서 지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하다.

영국에서 벌인 한 조사에서는 영국인들의 경우 평균적으로 하루 약 12시간을 앉아서 지낸다고 하지만, 한국의 많은 학생들과 직장인들은 이보다 훨씬 더 긴 시간을 앉아서 지내고 있다. 그러나 의사들은 오랜 시간 앉아서 생활하는 것이 건강에 좋지 않다고 말한다. 사람의 신체 활동력을 크게 떨어뜨려 비만을 부르고 심장 질환이나 당뇨, 고혈압 같은 질환들을 유발하거나 악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먹는 걸 줄인다고 해도 그것 자체가 활동력을 향상시키지는 못한다.

그렇다면 앉지 않고 기대거나 서서 일하는 사무실을 만들면 어떨까? 하루 종일 앉아서 일하는 것보다 덜 지루하고, 활동력도 더 좋아지지 않을까? 서 있기만 해도 앉아 있는 것보다 시간당 칼로리 소비량이 50칼로리가 더 많아진다고 하니 한번쯤 생각해볼 만한 발상이다.

네덜란드의 건축디자인기업 라프(RAAAF,Rietveld Architecture-Art Affordances)가 시각예술가 바르바라 피서르(Barbara Visser)와 함께, 이런 발상을 토대로 한 실험적 사무실을 만들어 최근 공개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전시장에 마련된 이 실험적 사무실에는 다양한 형태의 작은 면들로 이뤄진 3차원의 기하학적 구조물들이 배열돼 있다. 이 기하학적 형태들을 사무기기로 삼아, 직장인들은 서거나 기대거나 걸터앉거나 심지어 누워서 일할 수 있다. 사무실에 배치된 흰색 물체들을 위에서 바라보면 가구라기보다는 갈라진 얼음 조각들을 표현한 추상화를 보는 듯하다.

이 실험적 사무실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전시장에 설치됐다. erikrietveld.wordpress.com/
이 실험적 사무실은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한 전시장에 설치됐다. erikrietveld.wordpress.com/

각 구조물의 평면들이 놓인 위치는 사람 가슴에서 어깨 높이 정도여서, 이걸 벽으로 삼아 기댈 수도 있고, 아니면 그 위에 노트북 등을 높고 작업을 할 수도 있다. 물론 이 새로운 사무실에서도 앉아서 일할 수 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여러 선택지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한마디로 일하는 자세가 고정돼 있지 않고, 자신의 몸이나 기분 상태에 따라 근무시간 동안 여러 자세로 일할 수 있도록 선택 폭이 넒어진 것이다.

라프 공동설립자인 로날트 리트펠트(Ronald Rietveld)는 “우리는 가구를 만들려고 하지 않았다. 전체적인 근무환경 면에서 능동적으로 일하는 새로운 방식을 만들려고 했다”고 말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작업이 건축과 예술과 과학의 경계선상에 있다고 설명한다.

이 전시작은은 10일에 걸쳐 합판을 이용해 만들어졌다. 전시품의 이름은 ‘좌식의 종말’(The End of Sitting). 이들은 현재 네덜란드 그로닝겐대 연구진과 함께 이 혁신적인 사무실 인테리어의 장단점을 시험하고 있다. 네덜란드 과학연구단(NWO)의 지원을 받고 있는 이 프로젝트에는 현재 작가, 예술가, 연구자들이 함께 참가하고 있다. 이들은 실험적 사무실을 직접 이용해보고 있는데, 이들의 행동은 사무실 안에 설치된 네 개의 카메라로 기록되고 있다. 롭 위타겐 그로닝겐대 교수는 참가자들이 생산성과 이동성 측면에서 전통적 사무실에서 일하는 것과 어떻게 다르게 느끼는지를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한다.

아직 실험 초기이기는 하지만 위타겐 교수는 참가자들이 다리는 좀 더 아프지만 전통적 사무실에서 앉아서 일하는 것보다 미로 같은 이곳에서 다양한 자세로 일하면서 더 활기찬(에너제틱) 느낌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한다. 디자이너들은 이번 연구가 근무환경의 근본적 변화에 영감을 불어넣을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실험 결과는 올 봄에 발표될 예정이다.

현지 가구 제조업체들 가운데 일부는 이미 이 색다른 디자인작품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워낙 파격적인 제안이어서 이른 시일 안에 실제 사무실에 적용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가능한 한 편해지려고 하는 건 인간의 기본 속성이다. 인류가 앉아서 일하는 방식을 정착시켜 온 데는 그 방식이 인간의 본능과 맞아떨어지는 대목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위에서 바라본, 의자없는 사무실. 공간이 미로처럼 구성돼 있다. 양옆은 각 구조물에서 다양한 포즈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묘사한 것이다. erikrietveld.wordpress.com/
위에서 바라본, 의자없는 사무실. 공간이 미로처럼 구성돼 있다. 양옆은 각 구조물에서 다양한 포즈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을 묘사한 것이다. erikrietveld.wordpress.com/

자신의 몸을 불편하게 하는 자세를 제 스스로 나서서 좋아할 사람이 얼마나 될까. 하지만 그렇게 하는 것이 건강에 좋다면, 생각을 고쳐 먹을 수는 있다. 리트펠트의 미래형 사무실 인테리어 제안은 이 지점에서 새로운 조명을 받을 수도 있다. 직장인의 건강이나 생산성 등에 초점을 맞출 경우, 리트펠트의 구상은 전면적인 리뉴얼까지는 아니더라도, 보조적인 미래의 사무 인테리어로는 적극적으로 생각해볼 수 있을 듯하다. 문제는 조직의 리더들이 과연 얼마나 혁신적인 방식으로 사무실 환경 개선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느냐일 것이다.

이번 작업은 네덜란드 건축가인 에릭 리트펠트의 연구 프로젝트 ‘행동유도 경관’(The Landscape of Affordances: Situating the Embodied Mind)의 일환으로 이뤄진 것이다. 애초 ‘2025년 사무실’을 상상해 제작한 무성 애니메이션 ‘좌식 죽이기’(Sitting Kills)를 실제 공간에 구현한 것이라고 한다.

곽노필 기자 nopil@hani.co.kr

▶곽노필의 미래창 http://plug.hani.co.kr/futur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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