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가 중산층 주거안정을 위한 기업형 임대주택을 도입하겠다면서 제시한 예상 임대료를 너무 낮춰 발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 공급될 기업형 임대주택의 임대료는 정부가 제시한 가격 수준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부동산업계의 분석이다.
14일 부동산업계 말을 종합하면, 국토부가 지난 13일 내놓은 ‘기업형 주택임대사업 육성방안’에서 제시된 지역별 임대료 예상치는 최근 월세가격, 기업형 임대주택의 면적 및 품질 등을 감안해볼 때 현실성이 다소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는 기업형 임대주택 임대료를 지역별로 예시하면서, 수도권은 보증금 6200만원에 월세 62만원(보증금 없는 순수월세로는 93만원), 서울은 보증금 8100만원에 월세 81만원(순수월세는 122만원) 등으로 추정했다. 이런 임대료가 나오게 된 근거는 한국감정원의 중위 전세가격 통계다. 지난해 12월 서울 주택의 중위 전세가격은 2억4300만원으로, 여기에 전월세 전환률(전세를 월세로 돌릴 때 적용하는 이자율) 6%를 적용해봤더니 보증금 8100만원에 월세 81만원(순수월세 122만원)이라는 임대료가 나온 것이다. 중위 전세가격은 조사대상 표본 전체를 가격 순으로 배열했을 때 정가운데 위치한 전세주택의 가격을 뜻한다.
그러나 현재 중위 전세가격은 중산층보다는 서민들이 거주하는 주택의 전세가격이라고 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노원구 상계동에서는 전용면적 60~85㎡ 방 3개짜리 아파트 전세가격이 서울 중위 전세가격인 2억4300만원 안팎이지만 강남구 삼성동에선 전용 40㎡짜리 초소형 아파트 전세가격이 3억원을 넘는 게 현실이다. 김규정 엔에이치(NH)투자증권 부동산전문위원은 “전용 85㎡짜리 기업형 임대주택이라면 서울 강남권은 보증금 1억원에 월세 130만~150만원, 강북권은 보증금 1억원에 70만~90만원 등으로 지역별 차이가 상당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토부가 인용한 한국감정원의 중위 전세가격은 아파트만이 아니라 연립, 다세대, 단독주택까지 포함한 모든 주택을 대상으로 집계한 것이라는 점도 정부 임대료 예상치의 신빙성을 떨어뜨리고 있다. 일반적으로 아파트의 전월세가격이 다른 종류의 주택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에, 전체 주택의 중위 전세가격을 기준으로 주로 아파트 형태로 짓게 될 기업형 임대주택의 임대료를 추정하는 것은 맞지 않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국토부 관계자는 “(정부가 제시한) 기업형 임대주택 임대료는 어디까지나 현재 지역별 중위 전세가격, 전월세 전환률 6%를 적용한 단순 예시일 뿐”이라며 “당연히 기업형 임대주택 부지의 땅값 차이, 주택 품질에 따라 임대료 수준은 지역별로 차이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최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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