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재정 확대 노력과 한국은행의 두 차례 기준금리 인하에도 지난해 4분기 우리 경제 성장률이 세월호 참사가 일어났던 2분기보다 낮은 0.4%(전기 대비)로 추산됐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3.9%에서 3.4%로 대폭 낮췄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국제 유가 급락을 반영해 2.4%에서 1.9%(담뱃값 인상분 0.6%포인트 포함)로 하향 조정했다.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한은은 지난해 4분기 성장세 둔화를 세수 부족으로 인한 정부지출 축소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에 따른 소비 위축, 수출 부진이 겹친 일시적 현상으로 판단하고, 올해는 경기 회복세가 지난해보다 빨라질 것이라고 밝혔다.
한은은 15일 발표한 ‘2015년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4%(상반기 3.0%, 하반기 3.7%)로 제시했다. 지난해 10월 발표한 전망치보다 0.5%포인트나 낮춘 것이다. 이는 최근 나온 정부나 국내 주요 경제예측기관의 경제성장률 전망치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낸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3.8%로 제시했고, 한국개발연구원(KDI)도 3.5%로 전망했다. 이에 따라 정부의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지나치게 낙관적인 게 아니냐는 논란이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경제성장률을 구성하는 세부 지표 가운데 민간소비(2.6% 성장), 수출(3.4%), 수입(3.4%) 증가율을 종전 전망보다 각각 0.9%포인트, 2.1%포인트, 2.3%포인트씩 내려 잡았다.
하지만 한은은 향후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올해는 분기별로 전기 대비 1% 정도 성장해, 평균 0.7% 성장한 지난해보다 회복세가 나아질 것”이라며 “2.0%인 기준금리는 경기 회복세를 지원하는 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낮춘 이유는 세수 부족에 따른 정부지출 축소와 단통법으로 인한 휴대전화 판매 부진이라는 ‘예외적’ 요인으로 지난해 4분기 성장률이 예상치보다 대폭 하락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한은은 지난해 4분기 전기 대비 성장률이 애초 전망치인 1.0%보다 훨씬 낮은 0.4%에 그친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세월호 참사로 소비가 급격히 위축됐던 지난해 2분기(0.5%)보다 낮은 것이다. 이에 따라 한은은 지난해 연간 경제성장률 추정치도 3.5%에서 3.3%로 내려 잡았다. 신운 한은 조사국장은 “4분기 성장률이 둔화되면서 출발 지점이 뒤로 밀렸기 때문에 같은 속도로 달린다 해도 (같은 기간 안에) 도착 지점은 그만큼 뒤처지게 돼 올해 전망치가 그 부분만큼 하향 조정됐다”며 “(경기 회복세를 가늠하는 지표인) 전기 대비 성장세는 지난 10월 전망과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다만 신 국장은 “수출의 경우 중국 정부가 정책적으로 가공무역을 억제하고 있어 부진이 쉽사리 해소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성장률 전망치 하향 배경에 일시적인 요인뿐 아니라 구조적인 측면도 일부 있다는 설명이다.
김수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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