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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롯데 신격호의 마지막 결심은…

등록 2015-01-16 20:14수정 2015-01-16 23:05

올해 93살로 창업 1세대 총수 중에서는 유일한 생존자인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그가 사업에 이어 승계문제에서도 ‘유종의 미’를 거둘지 주목된다. <한겨레> 자료사진
올해 93살로 창업 1세대 총수 중에서는 유일한 생존자인 롯데그룹 신격호 회장. 그가 사업에 이어 승계문제에서도 ‘유종의 미’를 거둘지 주목된다.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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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의 장남인 신동주 전 롯데홀딩스 부회장의 퇴진을 계기로 롯데의 경영승계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하지만 승계의 키를 쥔 신 총괄회장에 대해서는 정작 알려진 게 별로 없다.

그는 1922년생으로, 올해 93살이다. 창업 1세대 총수 중에서는 유일한 생존자다. 4대 그룹 창업자 중에서 최장수였던 정주영 현대 명예회장은 7살 연상인데, 이미 14년 전인 2001년에 작고했다. 한국인으로 일본에서 성공한 기업인은 적지 않다. 하지만 한일에서 모두 크게 성공한 기업인은 그가 유일하다.

그는 울산에서 평범한 농사꾼 아들로 태어나, 19살 때 평범한 삶을 거부하고 거의 무일푼으로 혼자 일본 유학길에 올랐다. 정 명예회장이 어린 시절 가난이 싫다며 부친의 소 판 돈을 들고 고향을 떠난 일을 연상시킨다. 그는 해방 직전 일본에서 창업해 공장이 두번이나 불타는 시련을 뚫고 성공했다. 이를 토대로 1967년 한국에 진출해, 재계 5위의 대기업을 일구었다.

그의 경영철학은 독특하다. 남에게 돈을 빌리는 ‘차입경영’을 싫어한다. “빚은 잠자는 중에도 이자가 붙는다”고 강조한다. 신규 투자는 돌다리를 두드리는 식으로 신중하다. 또 직원들 일자리는 반드시 지킨다는 소신이 강하다. 2008년 금융위기 때 일화다. 한 임원이 감원의 필요성을 제기하자, “이렇게 어려운데 직원들을 내쫓으면 어떻게 하느냐”며 크게 질책했다. ‘거화취실’(화려함을 멀리하고 실질을 추구)은 그의 경영철학을 압축한 말이다.

그는 탈세를 금기시한다. “일본에서는 돈을 벌어 한국으로 빼간다고 의심하고, 반대로 한국에서는 일본으로 빼간다고 한다. 한일 정부가 언제든 세무조사를 할 수 있기 때문에, 탈세를 하면 죽는다.” 박근혜 정부가 출범 직후 롯데 세무조사에 나서자, ‘엠비 정부 특혜 기업’이 혼나게 됐다는 예상이 많았지만, 빗나갔다. 추징세액이 미미해 국세청도 깜짝 놀랐다고 한다. 재벌 총수 중에는 배임횡령·탈세 등으로 처벌을 받은 이들이 많지만, 그는 예외다.

그는 얼굴 없는 경영인이다. 언론에 노출되는 것을 꺼린다. 경영자는 실적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생각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재벌 창업자를 소개하는 만화책을 만들 때도 사양했다. 그가 한국 국적임을 모르는 이들이 많지만, 굳이 해명하지 않는다. 요즘 언론에 나오는 사진은 20년 전에 찍은 것이다. 롯데 임원은 “가끔 청계천을 산책하는데, 알아보는 사람이 없다”고 귀띔했다.

그는 ‘문학청년’으로서 숨겨진 일면도 있다. “입속의 연인, 롯데껌~” 1970년대 롯데껌 광고에 나오던 귀 익은 멘트다. 그는 이를 직접 만들었다. 롯데라는 이름도 소설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에 나오는 여주인공 ‘샤를로테(샤롯데)’에서 직접 따왔다.

그는 숙원이었던 제2롯데월드와 맥주사업을 성사시키며 노익장을 과시하고 있다. 주변에선 100살까지도 경영이 가능할 것 같다고 한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 사례가 보여주듯, 노인 건강은 장담할 수 없다. 최근 조현아 사태가 준비 안 된 재벌 3세 승계의 위험성을 보여줬다면, 롯데는 총수가 죽은 뒤에야 비로소 승계가 이뤄지는 재벌의 또 다른 문제점을 드러낸다. 왕이 죽어야 승계가 되는 봉건왕조와 다를 바 없다.

신 총괄회장은 지난 70년간 롯데를 성공적으로 키워왔지만, 향후 롯데판 ‘왕자의 난’이 벌어진다면, 롯데의 앞날도 장담할 수 없다. 최근 롯데 상황을 보면, 그는 이런 ‘승계의 불확실성’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고 결심한 것 같다. 그가 사업에 이어 승계 문제에서도 ‘유종의 미’를 거둘지 주목된다.

곽정수 경제부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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