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카카오 프라이버시정책자문위원회 위원들이 지난 15일 다음카카오 한남오피스에서 2차 회의를 열어 투명성 보고서 초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음카카오는 19일 회의 모습 사진과 함께 회의 내용까지 블로그를 통해 공개했다. 다음카카오 제공
다음카카오 ‘투명성 보고서’ 이달 말 발간
다음카카오가 늦어도 이 달 중에는 ‘투명성 보고서’를 내놓기로 하고 마무리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가운데, 외부의 학계·법조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프라이버시정책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가 “이왕 낼 거면 제대로 내라”며 보고서 초안에 대해 ‘깨알 주문’을 하고 나섰다. 보고서 수위가 낮거나 두루뭉술할 경우, “다음카카오 경영진이 자문위원회 조언도 묵살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자문위는 지난 1차 회의 때도 “다음카카오 경영진의 이용자 정보인권 보호 의지가 미흡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투명성 보고서란 국가정보원·검찰·경찰·기무사 같은 정부기관으로부터 받은 감청·압수수색 영장 집행 협조 및 이용자 개인정보 제공 요청과 자료 삭제 요청 내역 등을 공개하는 것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나라밖에서는 2014년말 현재 38곳이 투명성 보고서를 내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다음카카오가 1월 중에 처음으로 발행할 예정이다.
다음카카오는 19일 “지난 15일 다음카카오 한남오피스에서 프라이버시정책자문위원회 2차 회의가 열려 투명성 보고서 초안에 대해 검토했다”고 밝히며, 회의에서 제기된 자문위원들의 주문 내용을 블로그에 공개했다. 자문위원들은 먼저 “투명성 보고서는 기업의 이용자 프라이버시 보호 능력을 자랑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보호 의지를 평가받기 위한 것이다. 법이 허용하는 테두리 안에서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의지를 강하게 표명해 달라”고 주문했다.
투명성 보고서 형식과 모양 등에 대한 깨알 주문도 이어졌다. “투명성 보고서의 1차 커뮤니케이션 대상은 이용자이다. 전문가가 아닌 이용자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보다 법률 및 기술 용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덧붙여달라.” “정부기관으로부터의 요청 및 처리 건수 외에 추가적으로 공개할 수 있는 자료가 더 있을지 검토해 달라.” “가독성을 높일 수 있도록 글자 폰트와 그래픽, 레이아웃 등에 대해서도 조금 더 신경을 써달라.” “프라이버시 보호 및 투명성 보고서 관련 글로벌 현황도 알 수 있도록 관련 자료를 제공해 주면 좋겠다. 해외 기업들의 보고서를 확인할 수 있도록 링크를 거는 것도 좋겠다.” “자문위원들이 매달 돌아가면서 프라이버시 보호와 투명성 보고서에 대한 국내외 동향을 알릴 수 있는 칼럼을 게재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검토해 보자.”
자문위원들은 투명성 보고서 발행이 갈수록 심해지는 정부기관들의 국민 정보인권 침해에 대한 ‘약한 항의’ 성격임을 분명히 해줄 것도 강조했다. “이용자는 다음카카오가 얼마나 많은 개인정보를 국가기관에 제공했는지보다 내 정보가 제공되었는지 여부에 대한 관심이 더 클 것이다. 법적으로 이를 공개할 수 있는 근거가 없을지 조금 더 적극적으로 검토해주기 바란다.” “투명성 보고서의 목적 중 하나는 사회적 공론화를 통한 공감대 형성이다. 정부나 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기보다는 이용자들이 객관적인 사실에 근거해 이해하고 판단할 수 있도록 표현 하나하나에도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 기업의 프라이버시 보호 노력이 비용이 아닌 새로운 고객 가치를 창출하는 것임을 보여줄 수 있으면 좋겠다.”
다음카카오 이용자 프라이버시 보호 조직이 합리적으로 돼 있는지에 대해 재검토해보라는 주문도 나왔다. “기업의 대표가 개인정보관리책임자를 겸임하는 것이 맞는가? 대표가 이용자 프라이버시를 책임진다는 것은 좋으나, 상업적인 측면을 간과할 수 없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조직 체계에 대한 검토도 다시 한번 진행해주기 바란다.” “개인정보의 수집·보유·처리 과정에서 필요한 노력을 제대로 진행하고 있는지 외부기관으로부터 점검받는 절차가 있는지 궁금하다.”
다음카카오는 “이 날 회의에서 나온 의견들을 최대한 수렴해 늦어도 이달 말까지 보고서 발표를 준비하는 한편 부족한 내용들은 자문위원들의 의견을 들어 계속해서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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