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창규 케이티(KT) 회장 26일 취임 1주년
인사는 긍정적 평가, 실적 뒷받침은 아직…
인사는 긍정적 평가, 실적 뒷받침은 아직…
황창규 케이티(KT) 회장이 26일로 취임 1주년을 맞았다. “삼성전자의 경쟁 및 도전 인자(DNA)를 케이티에 접목해 굼떴던 ‘통신 공룡’을 독하게 탈바꿈시켰다”, “혹독한 인력·사업 구조조정을 통해 ‘통신명가’ 재건을 위한 기반을 마련했다”, “‘기가인터넷’이란 구체적인 비젼을 제시해 ‘할 수 있다’는 희망을 갖게 했다” 등의 평가가 나온다. 아직은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아 ‘정성적’ 평가에 치우친다.
이런 가운데 케이티 임직원들은 황 회장이 취임 첫 기자간담회에서 밝힌 “앞으로 ‘낙하산’은 없을 거다. 다만, 꼭 필요한 인재라고 판단되면 낙하산 논란과 상관없이 영입할 거다”라는 ‘낙하산 인사’ 원칙을 2년차까지 고수하는 것에 주목하는 모습이다. 케이티는 지난해 12월 초 본사 임원 승진을 시작으로 최근 자회사 임원까지 2015년을 향한 인사를 거의 마무리했다. 이전과 다른 점은 낙하산 인사 논란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황 회장은 26일 기자들을 만나서도 “(이번 인사에서) 낙하산 인사는 없었고, 앞으로도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이전에는 케이티 임원인사 때마다 낙하산 인사 포함 여부가 주요 관전 포인트였고, 인사가 끝난 뒤에는 누가 어떤 경로로 낙하산으로 왔다는 뒷말이 무성했다. 승진을 위해 대선 캠프에 참여하거나 정치권 실세와 손잡는 사례도 비일비재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 들어서도 계속돼, 이석채 전 회장 시절 박 대통령의 측근으로 꼽히는 최필립 전 정수장학회 이사장 쪽 추천 인사들이 대거 임원으로 영입되기도 했다.
하지만 황 회장 취임 뒤에는 낙하산 인사 논란이 사라졌다. 거꾸로 그동안 낙하산 인사로 온 임원들이 일제히 정리됐다. 케이티 관계자는 “온 지 2~3개월밖에 안된 사람들까지 모두 내보냈다”고 전했다. 대신 케이티 출신들이 중용됐다. 임헌문 커스터머부문장(부사장), 박헌용 시아르(CR)협력실장(전무), 최영익 시아르지원실장(전무) 등 회사를 떠났거나 자회사로 내쳐졌던 사람들까지 대거 핵심 자리로 불러들였다. 케이티 쪽은 “전례가 없는 인사다”라고 전했다.
케이티 비서실과 대외협력 쪽 사람들의 말을 들어보면, ‘밥 좀 먹여달라’는 정치권 쪽의 요청은 황 회장 취임 이후에도 있었다. 케이티 비서실 관계자는 “실무자들의 평가 절차를 밟아, 필요한 전문가가 아니라는 이유로 모두 거절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케이티의 한 임원은 “서슬 퍼런 상대가 있어 드러내놓고 말하기는 좀 그렇지만, 케이티 쪽에서 보면 황 회장에 대한 다른 어떤 평가보다 중요한 대목이다. 낙하산 인사 내지 정치권의 사업 청탁 논란이 사라지면서 통신서비스란 본업에 집중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다른 팀장급 직원은 “낙하산 인사를 안받다가 정치권 눈밖에 나면 어떡하냐고 걱정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전했다.
낙하산 인사와 사업 청탁 논란을 종식시킨 부분에 대해서는 노동조합 쪽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이해관 케이티 제2노동조합 대변인은 “좀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케이티에서 낙하산 인사 논란이 사라진 것은 평가할만 하다. 만약 황 회장이 지금의 낙하산 인사 원칙을 임기 말까지 고수한다면, 그것만으로도 역대 어느 최고경영자 이상의 평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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