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이사(왼쪽)와 김정주 엔엑스시 회장.
최근 엔씨소프트의 지분 소유 목적을 ‘단순 투자’에서 ‘경영 참여’로 바꾼 넥슨재팬(넥슨의 일본 본사)이 이번에는 최대주주 자격으로 이사회 참여와 주주가치 제고 방안 실행 등을 공식 요구하고 나섰다. 엔씨소프트는 즉각 되받아쳤다. 우리나라 게임업계를 대표하는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와 김정주 엔엑스씨(넥슨 지주회사) 회장이 엔씨소프트 경영권을 두고 본격적으로 힘겨루기에 돌입하는 모습이다.
넥슨재팬은 6일 보도자료를 내어 “김택진 대표를 제외한 이사의 교체 및 추가 선임 사유가 발생하면 당사(넥슨)가 추천하는 후보를 선임해줄 것을 엔씨소프트에 공식 제안했다”고 밝혔다. 넥슨재팬은 “넥슨코리아를 포함한 제3자와의 협업 강화를 통한 다양한 수익원 발굴, 전자투표제 도입, 비영업용 투자 부동산 처분, 자사주 매입 및 소각과 배당 등을 통한 적극적인 주주 이익 환원, 보유 자사주 소각, 김택진 대표의 특수관계인으로 연간 5억원 이상 보수를 받는 비등기 임원의 보수 내역 및 산정 기준 공개”도 요청했다.
넥슨재팬은 이런 주주 제안을 하고 언론에 공개까지 한 배경에 대해 “지난 2년 반 동안 경영 참여 없이 엔씨소프트와 다양한 협업 기회를 찾아왔으나, 단순 투자자로서 역할이 제한된 기존의 협업 구조로는 급변하는 시장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어 가시적인 성과를 얻지 못했다. 넥슨재팬 및 엔씨소프트의 주주와 고객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의 투명한 소통을 바탕으로 기업 및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한 실효적인 방안을 만들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엔씨소프트는 즉각 ‘일방적이고 과도한 경영 간섭’이라고 반박했다. 특히 김 대표의 부인인 윤송이 사장의 보수 내역 및 산정 기준 공개까지 요구한 것에 발끈하는 모습이다. 엔씨소프트는 보도자료를 내어 “주주가치 훼손과 한국 게임산업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하고, 시장의 신뢰와 대화의 실효성을 떨어뜨릴 우려가 크다. 법과 원칙 및 고객과 모든 주주의 가치를 최우선시하는 경영철학에 따라 넥슨재팬 의견의 적정성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이 업체 관계자는 “넥슨재팬의 제안은 단기 주가부양 목적이 짙어 보인다. 투기성 자본의 행태와 다르지 않다”고 비판했다.
이날 현재 엔씨소프트의 지분은 넥슨(넥슨재팬+넥슨코리아)이 15.08%를 갖고 있고 김 대표가 9.98%, 국민연금이 6.88%를 쥐고 있다. 자사주는 8.93%에 이르는데, 의결권은 없지만 경영권 분쟁이 정점에 이르면 캐스팅보트 구실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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