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과 엘지 임직원들이 경쟁 제품 파손과 기술 유출 등의 혐의로 검찰에 기소됐다.
검찰은 지난해 독일에서 발생한 ‘세탁기 파손사건’으로 엘지전자 조성진 홈어플라이언스(HA) 사업본부장 등 임원 세명을 불구속 기소한다고 15일 밝혔다. 이에 앞서 삼성디스플레이 임직원들은 엘지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기술을 엘지 쪽 협력업체를 통해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중앙지검 형사4부(이주형 부장검사)는 조성진 사장과 세탁기연구소장 조한기 상무, 홍보담당 전아무개(55) 전무 등을 삼성전자 크리스털블루 세탁기 3대의 도어 연결부(힌지)를 부숴 재물손괴 혐의와 명예훼손ㆍ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고 15일 밝혔다. 조 사장과 조 상무는 지난해 9월3일 독일 베를린에 있는 가전매장에서 삼성 세탁기 도어 연결부를 부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조 사장과 전 전무는 사건 발생 이후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허위사실이 담겨 명예훼손 등의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확보한 독일 매장 폐쇄회로텔레비전(CCTV)에서 조 사장 등이 세탁기 도어를 양손으로 내리누르는 장면에 대해 세탁기 파손에 고의성이 있다고 봤다. 또 엘지전자가 세탁기 파손 사건에 대해 설명하면서 “경쟁업체들의 제품을 테스트한 사실이 있고 예상치 못하게 특정업체 제품만 유독 손상되는 현상이 발생했다”고 주장한 것에 대해 명예훼손 등의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대해 엘지전자는 수사결과를 받아들이지 못하겠다는 입장이어서 치열한 법정공방이 예상된다. 엘지 쪽 변호인인 함윤근 변호사는 “글로벌 기업의 사장이 상대회사 직원들까지 지켜보는 앞에서 고의로 손괴를 했다고 인정할 만한 증거가 있는지 의문이다. 법정에서 진실이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 13일에는 거꾸로 삼성 임직원들이 기소됐다. 수원지검 특수부(부장검사 김영익)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삼성디스플레이 노아무개 상무 등 임직원 4명과 엘지디스플레이 협력업체 윤아무개 사장 등을 이날 불구속 기소했다.
엘지전자 임직원이 고의로 파손했다고 삼성전자가 주장하는 세탁기(사진 오른쪽)는 정상 제품(왼쪽)과 달리 문짝이 완전히 닫히지 않는다. 문짝과 맞닿는 부분은 걸쇠에 부딪쳐 표면이 파여 있다. 삼성전자 제공
삼성 임직원들은 2010년 5~6월 3~4차례에 걸쳐 엘지디스플레이 협력업체를 방문하고, 이 회사 윤 사장으로부터 엘지디스플레이의 영업비밀에 해당하는 기술에 대한 자료를 이메일로 넘겨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해당 기술(Face Seal)은 유기발광다이오드 소자의 공기접촉을 막아 디스플레이의 수명을 늘리는 것으로, 삼성은 같은 효과를 얻기 위해 다른 기술을 사용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두 회사는 ‘경쟁사 흠집내기’ ‘폄하’ ‘음해’ 등의 단어를 써가며 상대를 비난했다. 엘지디스플레이 쪽은 “(자사의) 유기발광다이오드 기술을 폄하, 음해했던 삼성디스플레이는 정작 2010년부터 협력업체에 의도적으로 접근, 장비구매에 대한 거짓약속을 통해 기술을 빼갔다”며 “경쟁사를 상대로 한 기술유출 수사 의뢰, 경쟁사 기술 불법 취득, 특허 소송 등 기업의 사업 외적인 수단을 통해 경쟁사 흠집내기를 중지하고 선의의 경쟁에 나서 줄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반면 삼성디스플레이는 “엘지디스플레이 김아무개 임원은 지난 6일 법원에서 경쟁사의 영업비밀인 사안임을 명백히 알면서도 관련 정보를 불법적으로 취득해 벌금형을 받았는데도 무죄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법체계의 근간을 부정하는 행위로 경악을 금치 못할 일”이라며 “삼성디스플레이는 2007년 세계 최초로 유기발광다이오드를 양산한 독보적인 기술력으로 디스플레이 시장을 선도하고 있어 남의 기술을 쳐다볼 이유가 없다. 향후 재판에서 직원의 무고함이 밝혀질 거라 확신한다”고 반박했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