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맹공받던 엔씨의 ‘신의 한수’ 평가
넷마블도 엔씨 지적재산권 독점 활용 기회
넷마블도 엔씨 지적재산권 독점 활용 기회
“신의 한수다.”
엔씨소프트가 넷마블게임즈와 상호 지분 투자 방식의 전략적 제휴를 맺고 다양한 공동사업을 추진하기로 한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이런 평가가 나온다. 이번 제휴로 모바일게임 사업의 경쟁력을 높여 주주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함과 동시에 자사주를 우호지분으로 변신시켜 경영권을 안정화하는 등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았다는 것이다. 넥슨의 맹공을 받던 엔씨가 ‘신의 한 수’를 뒀다고 볼 수 있단다.
실제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넷마블게임즈와 제휴로 그동안 골치아팠던 몇가지 고민꺼리를 한꺼번에 해결했다. 게다가 자사주를 활용해 추가 부담도 없었다. 먼저 엔씨소프트는 지금까지 빠른 속도로 커지고 있는 모바일게임 시장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는데, 이번 제휴로 모바일게임 시장 진출을 가속화할 수 있게 됐다.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의 강자이자 중국 인터넷서비스 업체 텐센트를 주요 주주로 두고 있는 넷마블게임즈를 둔덕삼아 시행착오를 줄이면서 모바일게임 시장으로 발을 넓힐 수 있게 된 것이다.
넥슨과 경영권 분쟁에서도 승기를 잡았다. 자사주를 넷마블게임즈에 넘겨 우호지분화하는 방법으로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에 설 수 있게 됐다. 실제로 김 대표와 넷마블게임즈의 지분을 합치면 18.88%로 넥슨(15.08%)보다 많다. 방준혁 넷마블게임즈 이사회 의장은 “(경영권 분쟁이 발생하면) 주주인데 당연히 도와야 하는 것 아니냐”고 공개적으로 말했다. 기꺼이 김 대표의 ‘백기사’가 되겠다고 밝힌 것이다. 덩달아 넥슨이 주주제안을 통해 요구한 ‘자사주 매각’ 숙제도 말끔히 해결됐다.
신의 한수를 둔 것은 엔씨소프트지만, 최대 수혜자는 따로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먼저 넷마블게임즈와 방준혁 의장이 꼽힌다. 엔씨소프트의 ‘백기사’가 되는 대가 치고는 꽤 많은 것을 얻었다는 것이다. 실제로 넷마블게임즈는 이번 제휴를 통해 엔씨소프트가 17년 동안 쌓은 사업기반과 지적재산권(캐릭터 등)을 독점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고, 국내 최고는 물론이고 세계적인 지명도도 높은 게임 브랜드 이미지를 가진 엔씨소프트와 ‘피(지분)를 나눠갖는’ 관계를 맺었다. 김택진 대표는 기자간담회에서 “엔씨소프트는 넷마블게임즈와 지적재산권 독점 사용 계약을 맺었다”고 공개적으로 밝혔다.
업계 전문가는 “엔씨소프트의 지적재산권과 게임 브랜드 이미지는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가진다. 넷마블게임즈가 이를 모바일게임에 접목할 경우, 모바일게임의 글로벌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경영권 분쟁 틈을 타 ‘어부지리’ 이상의 ‘득템’을 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넷마블게임즈의 어부지리 가운데 상당부분은 1대주주(32.36%)인 방 의장한테로 이어진다. 방 의장은 김정주 엔엑스시(NXC·넥슨 지주회사) 회장과 김택진 대표 등과 함께 국내 1세대 게임 사업가로 꼽힌다.
김 대표와 방 의장은 이런 분석에 불편해한다. 둘 모두 이번 전략적 제휴를 엔씨소프트와 넥슨의 경영권 분쟁과 연결짓는 것에 손사래를 친다. 김 대표는 17일 서울 소공동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항간에 나오는 이야기들은 어떻게 보면 아무것도 아닌 고민거리다. 글로벌 경쟁 체제에서 살아남을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며 이번 제휴 협약도 그런 측면에서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방 의장은 “엔씨와 넥슨 모두 국내시장에서 잘 나간다고 하지만, 글로벌 시장으로 눈을 돌려보면 작고 보잘 것 없다. 특히 중국 게임업체들이 돌풍을 일으키면서 엔씨와 넷마블 모두 절박한 상황이다. 엔씨의 풍부한 지적재산권과 넷마블의 모바일게임 플랫폼을 개방해 함께 글로벌 시장으로 나가려는 것이고, 오늘 출사표를 던진 것으로 봐 달라”고 주문했다. 그는 이어 “경영권 이슈에 활용되기 위해 넷마블게임즈가 투자를 하고 기자회견까지 연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 넷마블게임즈도 이제는 글로벌 파트너사들의 제휴 신청이 쇄도하는 회사로 성장했다”고 덧붙였다.
중국 텐센트가 최대 수혜자라는 말도 나온다. 넷마블게임즈의 3대주주(25.26%) 지위를 활용해, 엔씨소프트까지 손을 뻗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그동안 텐센트는 엔씨소프트의 앞선 게임 개발력, 기술, 지적재산권을 무척 탐내왔다. 김 대표와 방 의장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중국 게임시장과 국내와 다른 기술을 요구한다. 엔씨소프트의 게임 및 아이티 기술이 넷마블게임즈를 통해 텐센트로 넘어간다는 것은 억측”이라고 일축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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