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설 연휴 스마트폰 ‘보조금 대란’이 없었던 이유

등록 2015-02-23 20:02수정 2015-02-23 21:46

이동통신 대리점. 한겨레 자료사진. 정용일 기자
이동통신 대리점. 한겨레 자료사진. 정용일 기자
[김재섭 기자의 뒤집어보기] 단체기합보다 일벌백계
긴 설 연휴 동안 이동통신 시장이 잠잠했다. 연휴 때마다 나오던 ‘단말기 지원금(보조금) 대란’ 얘기도, “00사가 지원금을 불법 지급했대요”라는 경쟁업체의 고발도 없다. “양의 해가 되니 이통사 마케팅도 양처럼 순해진 것 같다”는 농담이 오갈 정도다.

업계에서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지난 달 중순 발생한 이통사들의 단말기 지원금 불법 지급 행위 건에 대해 에스케이텔레콤(SKT) 단독조사 방침을 밝힌 게 효과를 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케이티(KT)로부터 먼저 신고를 당한 에스케이텔레콤이 경쟁업체들의 불법행위 증거를 수집해 방통위에 제시하며 함께 조사해줄 것을 요청했으나 수용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이통 시장이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 달 초 방통위 고위 관계자는 <한겨레>와 만나 ‘단말기 유통법의 효과’에 대해 얘기하면서 이통사들의 지원금 불법지급 행위를 막을 ‘특단의 대책’을 준비했다고 밝혔다. 그는 “불법행위가 발생할 때마다 이통 3사를 함께 조사해, 과징금을 골고루 부과하고, 돌아가며 영업을 정지시키는 등의 기존 방식으로는 제재 효과를 살릴 수 없다는 게 드러났다. 영화 ‘친구’를 보면, ‘(나는 여러명을 한꺼번에 상대할 때는 그 중) 한놈만 잡아 죽도록 팬다’는 말이 나오잖냐. 그 방법을 쓸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앞으로는 이통사 마케팅 임원들을 직접 만나 소통하고, 주말과 연휴 개통 및 가입자 수 집계를 막아놔 이통 3사가 휴일 때마다 ‘죄수의 딜레마’에 빠지며 불법행위를 하면서까지 일단 가입자 수를 늘려놓고 보는 문제도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지금 돌아보니, 당시 방통위는 이미 이통사들에 대한 조사 및 제재 방식의 개선 ‘실험’에 착수한 상태였던 셈이다. 방통위 박노익 이용자정책국장이 이통사 마케팅담당 임원들을 직접 만나 ‘법을 지키고 산업 발전에 기여하는 마케팅’을 당부하고, 방통위가 휴일 이동통신 개통 허용을 검토중이란 얘기도 들린다.

그동안 이통사들의 지원금 불법지급 행위에 대한 방통위 조사와 제재는 해마다 수차례씩 반복되고, 매해 부과되는 과징금만도 수천억원에 달했다. 영업정지 명령이 병행된 경우도 여러 차례 있었다. 하지만 이통사들의 불법행위는 계속돼왔고, 날로 수법이 지능화하는 모습까지 보였다. 방통위 제재가 ‘솜방망이’에 그쳐 불법행위를 하다 적발돼 과징금을 물게 돼도 남는 게 더 많고, 과징금 부과와 영업정지 모두 늘 이통 3사 모두를 대상으로 해 제재 효과를 떨어뜨리는 탓이란 지적이 많았지만, 옛 정보통신부와 방통위 모두 귓등으로 흘렸다.

지금 상황은, 방통위가 이통사의 불법행위에 대한 제재 방식을 ‘단체기합’에서 ‘일벌백계’로 바꾸는 모습을 보여 효과를 본 꼴이다. 이를 이어가기 위해서는 불법행위에 대한 ‘회초리’ 역시 매서워져야 한다. 솜방망이 제재에 그치면 그동안의 노력이 ‘도로묵’이 되고, “역시나” 하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게 된다.

김재섭 기자
김재섭 기자
얼마 전 4대 그룹의 한 회장은 <한겨레>와 만난 자리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재벌을 지금 모습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법을 만들거나 제도를 운영할 때 빠져나갈 틈을 주지 말고 ‘전기철조망’처럼 운영해, 넘어서려 하다가는 혹독한 대가를 치르도록 해야 하는데 그러지 않는다. 알고 있냐. 법과 제도의 허점과 틈을 이용하지 않는 것도 배임이란 걸.” 기업들이 정부 규제를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는지 공정위는 물론이고, 방통위도 새겨들어야 할 말이 아닌가 싶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