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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3월 몰아치기 주총, 주주 의결권 행사 부실 낳는다

등록 2015-03-02 20:32수정 2015-03-03 10:11

안건 확정뒤 주총까지 불과 14일
분석하고 판단할 수 있는 기간 짧아
개최 시기도 3월 말에 ‘우르르’
기관들, 2주내 수백건 분석 ‘전쟁’

미국선 40일 검토에 4~5월 분산 개최
기업들 ‘90일내 제출’ 규정 탓하지만
보고서 먼저 낸 뒤 주총 열어도 무방
‘40여일(미국)’ 대 ‘14일 남짓(한국)’.

정기 주주총회 공고를 통해 주주총회 안건이 전해진 뒤, 실제로 주총이 열리기까지 걸리는 시간이다. 주주들 쪽에서 보면 기업이 내건 주총 안건을 분석하고 찬반 의사를 결정할 수 있는 시간이 미국에 비해 그만큼 짧다는 뜻이다.

주주들이 주총에 임하기 전 받아보는 정보의 질에서도 미국과 한국의 차이는 크다. 미국에서는 주주총회 전에 사업보고서가 공개돼, 주주들이 이를 바탕으로 다른 기업과 비교·분석 등을 한 뒤 주총 안건에 대한 찬반을 결정할 수 있다. 사업보고서에는 한해 기업의 경영활동에 대한 상세한 정보들이 들어 있다. 국내에서는 주총 전에 재무제표, 사업 내용 등 간단한 정보가 담긴 주총 공고와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인의 의견이 표시된 감사보고서만 공개된다. 사업보고서는 주총 뒤에 볼 수 있다.

송민경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연구위원은 “국내 기업 주주들은 미국 기업 주주에 비해 그만큼 ‘부실한 무기’를 가지고 주주총회에 임한다고 볼 수 있다. 시간도, 정보의 질도 모두 부족한 상태”라고 말했다.

실제로 기업이 내건 안건을 분석해 기관투자가에게 제공하는 의안분석기관들은 주총을 앞둔 이 시기 ‘멘붕’에 빠진다. 100여개 기업의 안건을 분석하고 있는 서스틴베스트의 김상윤 애널리스트는 “거의 전쟁터라고 보면 된다. 2주 정도 되는 기간 안에 수백개 안건을 분석해야 하는 일도 흔하게 벌어진다. 정보가 부족해 자체로 분석해야 하는 내용이 많기 때문에 시간이 정말 촉박하다”고 요즘 분위기를 전했다.

주총을 앞두고 매년 반복되는 이런 문제는 3월말에 몰려 있는 국내 주총 개최일과 관계가 깊다. 미국이나 독일 등 국가에서는 12월 결산법인 주총이 4~5월께 이뤄지는 반면 국내에서는 3월말에 대부분 기업의 주총이 열린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까지 정기 주총 일정을 발표한 240개 유가증권시장 기업 가운데 96.76%가 3월11일에서 31일 사이 주총을 열기로 했다. 지난해에는 상장사 97.7%가, 2013년에는 96.39%가 3월11월과 31일 사이 주주총회를 열었다. 고질적인 3월말 쏠림현상이 벌어지는 셈이다.

기업들은 촉박한 공시 일정을 3월말 쏠림 주총의 원인으로 지목한다. 한국상장사협의회 관계자는 “결산일(12월31일)부터 90일 이내에 주총 승인을 받은 감사보고서를 포함한 사업보고서를 공시당국에 제출해야 한다. 재무제표를 작성하고, 외부감사를 받은 뒤, 3월을 넘기기 전 주총을 열자면 3월말로 주총 일정이 몰리고, 법적으로 최소 공고기한인 2주 전에 주총 공고를 내는 현상은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현재 규정상 반드시 3월말까지 주총을 완료해야 할 이유는 없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감사보고서를 포함한 사업보고서를 결산 90일 이내에 제출해야 하지만, 감사보고서가 반드시 주총 승인을 받은 것일 필요는 없다. 아직 주주총회에서 승인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만 명시하면 외부감사만 받은 보고서를 제출해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이 해석에 따르면 우리 기업들 역시 미국처럼 주총 공고와 함께 사업보고서를 먼저 제출하고, 4월 이후에 주총을 열어도 된다. 이럴 경우 주주들은 사업보고서 등을 바탕으로 주총 안건을 분석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3월말 쏠림 주총을 기업의 주주권 견제 목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기업들이 의도적으로 주총 일정을 몰아잡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일정이 몰려 있으면 주주들은 기업에 관심을 가지기 힘들고, 언론을 통한 회사 내부 문제의 이슈화 역시 분산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국내에서 주주총회는 경영권 견제 역할을 거의 하지 못한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에 따르면 지난해 민간 기관투자가들이 기업이 내건 안건에 반대표를 던진 비율은 1.4%에 불과했다. 주총을 통해 기업 내부 문제가 언론의 조명을 받는 일도 흔치 않다. 송민경 연구위원은 “지금 같은 상황에서 기업들이 스스로 주총 일정을 분산하길 기대하는 것은 어렵다. 주총 일정 분산과 주총 전 사업보고서 제공 등을 기업에 의무화하는 방법을 생각해 봐야 할 때”라고 말했다.

방준호 기자 whoru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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