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안 ‘상한제 둬 요금 현실화’
중개사협 ‘0.4~0.5%로 고정’ 주장
심의 연기돼 봄 이사철 적용 무산
중개사협 ‘0.4~0.5%로 고정’ 주장
심의 연기돼 봄 이사철 적용 무산
주택 중개보수 요율 인하를 위한 지방자치단체의 조례 개정안 처리 작업이 난항을 겪고 있다. 서울시의회 도시계획관리위원회는 지난 2일 서울시가 시의회에 제출한 ‘서울시 주택 중개보수 등에 관한 조례 일부 개정안’에 대한 첫 심의에 나섰으나, 논란 끝에 각계 의견을 수렴하기로 하고 의결을 미뤘다. 봄 이사철 안에 중개보수 개정 작업이 끝나기는 어려워 보인다.
이번 중개보수 개편안에서 가장 큰 쟁점으로 떠오른 것은 상한 요율과 고정 요율에 대한 시각차다. 앞서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1월 주택 매매 6억~9억원 구간의 중개수수료를 0.9% 상한에서 0.5% 이하로, 임대차 3억~6억원 구간을 0.8%에서 0.4% 이하로 낮추는 내용의 개편안을 마련했다. 집값 상승으로 현행 고가 주택 기준이 현실과 맞지 않게 된데 따라 매매 6억~9억원, 임대차 3억~6억 구간을 새로 만들어 요율을 현실화한 것인데, 기존의 상한요율제는 바꾸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공인중개사업계는 이 구간의 요율 인하는 받아들여도 적용 방식은 고정 요율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김학환 공인중개사협회 연구 고문(숭실사이버대 부동산학과 교수)은 “요율을 낮추었는데도 상한 요율제로 가면, 소비자들과 공인중개사간 분쟁만 더 늘어날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국토부는 고정 요율제가 중개사들간의 자유로운 경쟁을 저해하고, 중개인과 소비자간 협상을 통한 중개보수 결정 기회를 가로막는 등 소비자 권익을 침해한다는 입장이다.
부동산업계에서는 고정 요율제과 상한 요율제 논란은 기존 매매 6억원 이상, 임대차 3억원 이상 주택 거래 때 시장에서 이뤄진 중개보수 결정 방식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달려 있다고 본다. 서울시 조사를 보면, 지난 2013년 임대차 3억~6억원 주택을 거래한 수요자 가운데 가장 많은 29.2%가 0.5%, 두번째로 많은 28.8%가 0.4%의 중개보수를 실제 지불한 것으로 나온다. 따라서 이 구간 임대차를 0.4% 고정 요율로 하면 중개보수가 낮아지는 효과가 충분하고, 분쟁의 소지도 없애준다는 게 공인중개사들의 시각이다. 반면에 요율을 0.4% 상한으로 하면 더 낮은 요율로도 협상할 수 있도록 소비자의 편익이 커진다는 게 국토부와 소비자 단체들의 시각이다. 당시에도 임대차 3억~6억원 주택 거래자의 15%는 평균 이하인 요율 0.3%를 지불했다는 것이다.
서울시의회의 중개보수 심의가 연기되면서 봄 이사철을 앞두고 집을 매매하거나 전월세 계약을 맺으려는 수요자들은 인하된 중개보수를 적용받기가 어렵게 됐다. 서울시는 이달 30일 공청회를 개최한 뒤 4월7일 시작하는 다음 회기 중에 다시 심의할 예정이지만, 개정 조례가 4월23일 본회의를 통과해도 시행은 6월에나 이뤄질 전망이다. 앞서 고정 요율제를 추진했다가 본회의 상정을 보류한 경기도의회도 3일 공청회를 시작으로 재심의에 나섰지만 개정안 시행 시기는 불확실하다. 이에 따라 이번 중개보수 개정 지연은 국토부가 지난해 공청회 당시 공인중개사업계와 소비자단체 등의 공감대를 전혀 이끌어내지 못한 채 중개보수 인하 책임을 자치단체에 떠넘긴 데 따른 결과라는 비판이 나온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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