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매장. 한겨레 자료 사진
궁금증 ‘톡’
앞으로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이라고도 부르기로 한 ‘분리요금제’는 이동통신 이용자들에게 휴대전화 지원금(단말기 보조금) 대신 다달이 12%씩 요금 감면을 받을 수 있게 한다. 알뜰 소비자 쪽에서 보면, 중고 휴대전화를 재활용하면서 요금 감면도 받을 수 있게 하는 ‘착한 제도’이다. 지난해 10월 단말기 유통법에 따라 도입됐지만, 이동통신 회사들은 그동안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용자들의 문의에 “모른다”고 하거나 엉뚱한 소리를 해 불만을 키웠다.
급기야 정부가 대책을 내놨다. 이통사 대리점이나 고객센터를 방문할 필요 없이 전화(에스케이텔레콤:080-8960-114, 케이티:080-2320-114, 엘지유플러스:080-8500-130)나 온라인으로도 분리요금제 가입 신청을 할 수 있게 했다. 또 이통사 누리집 초기화면에 12% 요금할인 배너를 게시하도록 했다. 그럼 이제부터는 이동통신 이용자들이 자격을 갖추고도 이통사의 비협조로 요금 12% 감면 기회를 놓치는 피해가 사라질까?
아쉽게도 이통사 관계자들은 고개를 갸웃한다. 한 이통사의 대외협력 담당 고위임원은 “분리요금제는 이통사 매출과 대리점 이익 모두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인세티브 요인이 없어 어떤 대책도 효과를 내기 어렵다”고 말했다. 다른 이통사 임원도 “분리요금제와 관련해서는 고객한테 협조적일수록 매출 부서나 상사로부터 눈총을 받는 구조인데, 누가 적극 나서겠냐”고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용자 한명이 분리요금제에 가입했다고 가정해보자. 이통사는 그 가입자에게서 발생하는 요금 매출이 12% 줄고, 휴대전화를 팔아 매출을 늘릴 수 있는 기회도 잃는다. 이통사들은 휴대전화 판매액도 출고가를 기준으로 매출에 포함시킨다. 대리점과 판매점은 가입자 유치 수수료 인센티브에서 손해를 본다. 제조사 판매장려금을 받지 못한다. 특히 대리점은 유치 가입자 요금 분배 수익도 준다. 이동통신사는 가입자에게서 받은 요금 가운데 7% 가량을 그 가입자를 유치한 대리점에 넘겨준다.
당연히 이통사와 대리점·판매점들은 분리요금제에 비협조적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해결 방법은 ‘강제’밖에 없다는 얘기가 이통사 내부에서도 나온다. 한 이통사 임원은 “분리요금제는 휴대전화 지원금을 받는 대신 요금을 감면받을 수 있게 하면서 이용자 신청을 전제 조건을 달아놓은 모순을 갖고 있다. 24개월 약정 기간이 지났으면서 할부금도 다 치른 단말기를 계속 사용하겠다고 하거나 단말기를 따로 구입해온 경우에는 이용자 신청 여부에 상관없이 무조건 약정기간 동안 요금을 12% 감면하도록 의무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당장은 이용자들이 자신의 권리를 적극 챙기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 미래부는 “신규 가입, 번호 이동, 약정 갱신 등을 할 때마다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 할인’ 대상이 되지 않는지를 묻고, 자격이 되는데도 가입 신청을 받아주지 않거나 딴소리를 하면 ‘단말기 유통법 위반행위 전용 신고센터‘(www.cleanict.or.kr, 080-2040-119)에 신고해줄 것”을 당부했다. 신고하면 최대 1000만원까지 포상금도 준단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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