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포구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유리벽에 전세, 월세, 매매 시세를 알리는 종이가 붙어 있다. 신소영 기자 viator@hani.co.kr
궁금증 ‘톡’
서울시가 전월세난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으로 세입자들이 전월세 가격 등을 주민센터에 등록하도록 하는 ‘전월세 등록제’를 검토하고 있어 눈길을 모은다. 세입자가 전입신고 때 별도 서류에 자신의 전월세 가격, 임차 기간을 적어낼 수 있도록 하는 실태 조사를 일부 지역에서 시범적으로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시는 이렇게 확보한 지역별 전월세 가격 통계를 주택정책에 활용하겠다는 구상이다.
여기서 궁금증이 생긴다. 서울시는 세입자들이 임대차 계약기간과 보증금, 월세 금액 등을 주민센터에에 신고하는 확정일자 제도가 있는데도 왜 전월세 실태를 따로 파악하려는 것일까? 즉 전월세 등록제가 현재 시행 중인 확정일자 제도와 중복되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1989년 도입된 확정일자 제도는 임대차계약 문서가 특정 날짜에 존재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증명하는 제도로, 경제적 약자인 임차인이 임대인이 꺼리고 있는 전세권 등기를 요구하기 어려운 실정을 고려해 고안됐다. 입주와 전입신고를 한 임차인이 확정일자를 받으면 경매 때 우선순위 배당에 참가해 후순위 담보물권자보다 우선적으로 보증금을 변제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당연히 세입자가 확정일자를 받으려면 임대차 계약기간, 보증금과 월세금액 등을 기재하게 된다. 이에 따라 국토교통부는 확정일자를 통해 수집된 전월세 실거래가를 분기별로 공개하고 있고, 한국감정원도 전월세 전환률 변동 등 전월세시장 동향을 파악하는데 이를 활용하고 있다.
문제는 확정일자를 통한 전월세 실거래가 수집에는 근본적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확정일자는 임차인의 보증금 보호가 목적이어서, 보증금 없는 순수 월세는 확정일자 대상이 아니다. 또 보증금이 소액인 경우이거나, 전세권을 설정한 임차인 등도 굳이 확정일자를 받을 필요가 없는 게 현실이다. 따라서 요즘처럼 초저금리로 인해 전세가 줄어들고 월세 계약이 늘어나고 있는 과도기적 상황에서는 확정일자를 통한 월세 실태 파악이 더욱 어려워졌다.
야권이 추진하고 있는 ‘임대차 등록제’는 이런 확정일자 제도의 한계를 극복하는 효과적인 방안으로 꼽힌다. 이 제도는 집 한 채라도 전월세를 놓는 집주인은 누구나 전월세 현황을 시·군·구에 등록하도록 한 것으로, 전월세 가격과 변동 실태를 정부가 전면적으로 파악할 수 있는 방법이다. 정부는 민간 임대주택시장 활성화를 위해 집주인이 시·군·구에 임대사업자 등록을 하면 세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자율적 등록을 유도하고 있는데, 임대소득 세원 노출을 꺼려하는 집주인들의 호응은 매우 낮은 편이다. 이에 전문가와 시민단체들도 임대차 등록 의무제를 통해 전월세난의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하지만 여당은 임대차 등록 법제화는 주택 소유자들을 위축시켜 모처럼 회복세를 보이는 부동산시장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면서 도입에 부정적이다.
최종훈 기자 cjho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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