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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김택진의 윤송이 옹호에 술렁거린 엔씨소프트 주총

등록 2015-03-27 16:40수정 2015-03-27 17:00

‘사장 승진’ 근거 따진 주주 질문에 ‘경영 능력’ 강조
“과실만 따먹는 가족경영과 다르다” 거듭 설명했지만
“구멍가게도 아니고, 주총에서 남편이 아내…” 뒷말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오른쪽)와 윤송이 사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오른쪽)와 윤송이 사장
아내들은 남편이 묻지도 따지지도 말고 무조건 자기 편을 들어주기를 바란다고 한다. 예컨대, 자신이 어떤 이유로 이웃과 말다툼을 한 경우, 자신의 잘못으로 말싸움이 벌어진 것을 잘 알면서도 남편만은 무조건 자신 편을 들어주고 변호해주기를 바란단다. 그런 면에서 보면,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27일 주총장에서 회사 최고경영자로써 주주들에게 한 행동으로는 다른 평가가 내려질 수도 있으나, 남편으로써는 아내 윤송이 사장한테 확실히 점수를 땄다고 볼 수 있다.

이날 오전 9시 경기도 성남시 판교테크노밸리 엔씨소프트 본사 주총장. 엔씨소프트 주식을 100억원어치 갖고 있다는 백아무개 주주가 손을 들어 발언권을 얻더니, 올 초 인사에서 윤송이씨를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시킨 근거를 따졌다. 질문 투로 봐서는 사장 감이 안되는데 ‘대표인 당신 아내라서 승진시킨 것 아니냐’고 따지는 쪽에 가까웠다. 윤송이 사장은 김 대표의 아내이다. 윤 사장은 서울과학고 다닐 때부터 ‘천재’ 소리를 들어왔고, 이후 카이스트를 졸업한 뒤 미국 매사추세츠대학에서 컴퓨터신경공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에스케이텔레콤 신사업개발 상무를 거쳐 김 대표와 결혼하며 엔씨소프트 부사장으로 옮겼고, 올 초 사장으로 승진했다.

주주의 질문이 끝나자, 김 대표가 다소 허전한 목소리로 “화면에 자료 좀 띄워줄래요”라고 요청했다. 바로 윤 사장이 2012년 11월 엔씨소프트 북미·유럽법인(NC W) 대표로 임명되기 이전과 이후의 경영 상황을 보여주는 자료가 화면에 떴고, 김 대표는 “2009년 2800만달러, 2010년 5400만달러, 2011년 7900만달러의 적자를 각각 냈는데, 윤송이 대표 취임 이후 2012년에는 210만달러 흑자로 돌아섰고, 2013년 1200만달러, 2014년 1300만달러로 흑자 폭을 키웠다. 이전에 현지 전문가를 대표로 임명해보고, 엔씨소프트 최고재무책임자를 대표로 임명해봐도 못해낸 것을 윤송이 대표가 해냈다. 실리콘밸리 모바일센터 설립도 윤 대표 작품이다”고 강변했다. 한마디로 윤송이씨는 사장으로 승진할 충분한 경영 능력을 갖췄다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어 “나도 (오너나 대표 가족들의) 경영 참여는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다만, 여기서 얘기하는 가족경영이란 법적 책임은 지지 않은 채 뒤에 숨어서 (회사의 사업기회나 임원 자리를 이용해) 재산을 증식하는 행위로 한정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에서는 구조조정 엄청 힘들고 법적 위험도 크다. 사람 잘못 해고하면 고발당한다. 윤송이 대표는 이런 법적 책임까지 감수하며 강력한 리더십으로 구조조정을 해 회사를 누적적자 1700억원 상황에서 흑자 상태로 돌렸다. 과실만 따먹는 다른 기업들의 가족경영과 다르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날 김 대표가 아내 윤송이 사장을 변호하며 내세운 수치나 근거 중에는 검증이 필요한 부분도 있어 보인다. 실제로 뒤이어 질문에 나선 다른 소액주주는 엔씨소프트 북미·유럽법인의 비용 처리 방식을 들추며, 윤송이 대표 취임 이후의 경영상황 호전을 온전히 윤 대표의 경영능력으로 돌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다만, 김 대표가 적극적으로 아내를 변호하고 나서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아내 윤송이씨로부터는 물론이고, 전국의 모든 ‘아내’들의 부러움을 산 것은 분명해보인다. 한 참석자는 “사실이야 어찌됐건, 김 대표가 아내를 적극 변호하고 나서는 모습은 보기에 나쁘지 않았다”고 평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회사 대표가 주주들 앞에서 임원의 경영능력을 치켜세운 게 남편이 아내를 변호한 것으로 평가되고 희화화되는 모습을 두고 바람직한 모습은 아니라는 뒷말도 나온다. 주총에 참석했던 업계 관계자는 “엔씨소프트가 구멍가게도 아니고, 공식 행사인 주총에서 남편이 아내를 변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희화화되는 게 보기에 좋지는 않았다”고 지적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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