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810개 상장기업 주총 열려
KB금융 이병남 이사 등 선임안 통과
김상조 교수 “특별한 의미 가진 이사”
케이티, 새노조 고성 속 일사천리로
관심 모았던 엔씨소프트 주총은
넥슨이 한발 물러서며 싱겁게 끝나
KB금융 이병남 이사 등 선임안 통과
김상조 교수 “특별한 의미 가진 이사”
케이티, 새노조 고성 속 일사천리로
관심 모았던 엔씨소프트 주총은
넥슨이 한발 물러서며 싱겁게 끝나
엔씨소프트와 케이비(KB)금융지주 등 모두 810개 상장기업이 일제히 주주총회를 개최한 27일 ‘제3차 슈퍼주총’에서 시민단체가 추천한 재벌기업 임원이 사외이사로 처음 선임됐다. 일부 주총장에서 고성과 “퇴진”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등 우여곡절을 거쳤으나 지난 1·2차 슈퍼주총일에 이어 큰 반란이나 이변은 없었다.
엔씨소프트가 경기도 판교테크노밸리 본사에서 연 주총에선 주주보다 취재를 위해 몰려온 기자가 더 많은 진풍경이 연출됐다. 1대 주주인 넥슨의 경영참여를 둘러싼 분쟁이 이날 주총에서 전면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으나, 실제 주총장에서 넥슨 쪽의 질문은 날카롭지 못했다. 넥슨 대표로서 주주 발언권을 얻은 넥슨 김정욱 전무는 “최근 엔씨소프트의 투자결정과 경영활동에 우려를 갖고 있다. 넷마블과의 주식 스와핑이 진정으로 주주가치를 위한 것인지 묻고 싶다. 넷마블과 협의한 내용을 주주들한테 공개해 달라”고 따지듯 말했다. 그러나 김 전무는 “넥슨은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연임 안건에 찬성한다”고 한발 물러서며 다소 싱겁게 발언을 끝내고 말았다.
엔씨소프트 주식 100억원어치를 갖고 있다는 주주 백아무개씨는 “윤송이(김 대표 부인)씨 사장 임명이 과연 적정했나? 야구단을 인수한 건 김 대표의 개인 취미활동의 연장선상 아니냐?”고 질문을 던졌다. 그러나 별다른 논란이나 싸움은 빚어지지 않았고, 이사 보수한도 승인과 재무제표 승인 모두 압도적인 표 차이로 원안대로 통과됐다.
지난해 기관 내분사태의 여파로 사외이사 9명이 전원 사퇴한 케이비금융지주는 김유니스 이화여대 로스쿨 교수와 이병남 엘지인화원 원장을 비롯한 새 사외이사 7명의 동시 교체 선임 안건을 통과시켰다. 이병남 원장을 주주제안으로 추천했던 김상조 교수(한성대)는 주총장에서 거의 ‘강의 수준’의 질의를 긴 시간 이어갔다. 김 교수는 “케이비 사태 이후 최고경영자(CEO) 승계 프로그램을 마련해놓고도 제대로 작동이 안됐다. 새 이사회에서 막중한 책임을 다해야한다. 어찌할 참인가? 1년 뒤 사외이사들의 실적을 평가해 2명은 교체한다는데 이번에 주주 추천으로 선임된 사외이사들이 교체되지 않도록 노력해달라”고 발언했다.
현대엘리베이터 주총에선 주식발행한도(수권자본)를 2천만주에서 6천만주로 늘리는 내용의 회사 쪽 정관변경 안건이 2대주주 쉰들러 홀딩(지분율 21.5%)의 반대에도 무사 통과됐다. 의결에는 주주의 82%가 참석해 70%가 찬성했다. 쉰들러는 “현대엘리베이터는 이미 1150억원의 현금을 보유해 자본 확충이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다. 추가 유상증자로 주주가치가 훼손될 수 있다”며 반대표를 던졌으나,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 등 최대주주 쪽의 표에 밀렸다.
사외이사 후보들이 연거푸 사퇴하는 보기드문 풍경이 빚어졌던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우여곡절 끝에 이날 주총을 열고 각각 유국현 변호사와 최종범 교수(성균관대)를 사외이사로 선임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은 지난 18일 변호사 송기영·이수희씨를 각각 사외이사 후보로 선임했으나, “지배주주(정몽준 전 의원)와 가까워 독립성이 없다”는 논란이 불거지면서 이씨 대신 노환균 변호사가 영입됐다. 하지만 검찰 ‘공안통’ 출신인 노 변호사 역시 주총 하루 전날 사외이사에서 전격 자진 사퇴했다.
양재동 케이티연구개발센터에서 열린 케이티 주총은 고성과 퇴진 요구 속에 속전속결로 진행됐다. 주총장은 둘로 갈렸다. 케이티는 임직원들을 통로에 배치해 참석자들이 사실상 앞뒤로 서로 이동하지 못하게 막아 놓고서 회의를 진행했다. 앞쪽 자리를 가득 메운 주주들은 상정된 안건마다 “적극 찬성”으로 일관한 반면, 케이티 새노조와 소액주주들이 뒤섞인 뒤쪽에선 내내 “황창규(케이티 회장) 퇴진”을 외쳤다. 그러나 사외이사 선임과 이사 보수한도 안건은 모두 승인·통과됐다.
산업팀 종합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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