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인 2008년 2월14일 서울 종로구 통의동 집무실에서 네치르반 바르자니 쿠르드 자치정부 총리와 만나 이야기하고 있다. <한겨레> 자료사진
‘쿠르드 유전’ 떠안은 정황 곳곳에
강 사장, 우려하는 이사들에게
“사실 다 안고 가는게 굉장히 부담
정부에 다 보고했고, 판단해줘
우리가 감히 이런 계약을 체결”
석유공사, 애초 본계약 전엔
“자금조달은 민간기업몫” 고수
‘MB 인맥’ 강 사장 온뒤 태도 바뀌어
강 사장, 우려하는 이사들에게
“사실 다 안고 가는게 굉장히 부담
정부에 다 보고했고, 판단해줘
우리가 감히 이런 계약을 체결”
석유공사, 애초 본계약 전엔
“자금조달은 민간기업몫” 고수
‘MB 인맥’ 강 사장 온뒤 태도 바뀌어
이라크 쿠르드 유전 개발 사업은 “한국석유공사가 최대 20억배럴의 원유를 확보하고, 민간기업들이 21억달러의 사회간접자본(SOC)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며 이명박 정부의 자원외교 첫 성과물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사업이다. 하지만 과도하게 부풀려진 기대 매장량과 불리한 계약 조건 등으로 현재는 ‘빛 좋은 개살구’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하지만 ‘엠비(MB) 정부 1호 자원외교’를 성사시키기 위해 석유공사가 유전 개발 외에 에스오시 사업 책임까지 떠안으며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한 정황은 곳곳에서 나타난다.
2008년 2월14일 양해각서(MOU) 체결 뒤 정부와 석유공사의 기대와 달리 쿠르드 사업은 에스오시 건설을 담당할 민간기업의 ‘자금 조달’이라는 암초를 만난다. 쿠르드 정부가 유전 개발과 원유 확보를 대가로 21억달러의 사업비를 한국이 부담할 것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애초 자원 개발과 에스오시 연계형 계약이라 에스오시 사업이 진행되지 않으면 유전 개발도 진행될 수 없는 구조였다.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확보한 문건을 보면, 김동선 청와대 지식경제비서관이 2008년 4월13일 석유공사 관계자에게 쿠르드 사업을 보고받은 시점은 양해각서 체결 뒤 사업 진행이 지지부진할 때였다. 당시 사업 참여 민간기업 중 하나인 유아이이앤씨 쪽에서 한국 정부에 도움을 구하는 면담을 요청하기도 했다. 유아이이앤씨는 최규선씨가 회장으로 있던 회사로 양해각서 체결에 일정 부분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석유공사는 애초 이 자리에서 “재원 조달 문제는 에스오시(민간기업) 쪽에서 독립적으로 해결해야 할 사안”이라는 입장을 고수했고, 이후에도 2억달러 이상은 책임질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닷새 뒤인 4월18일 윤상직 당시 자원개발정책관(현재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주재로 열린 ‘이라크 쿠르드 엠오유 사업 관련기관 회의’에서도 비슷한 논의가 계속됐다. 그런데 2008년 8월 강영원 신임 석유공사 사장이 취임하면서 이러한 기류는 크게 바뀐다. 최 의원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소망교회 인맥인 강 사장이 취임한 이후 석유공사의 입장이 180도 바뀌었다”고 지적했다.
석유공사는 쌍용건설과 현대건설 등 에스오시 건설에 참여하기로 한 기업들이 모두 철수한 가운데 2008년 8~9월 재협상을 통해 1단계 19억달러의 사업비를 떠안는 본계약을 그해 11월17일 쿠르드 정부와 체결한다. 최 의원이 확보한 문건에 따르면, 쿠르드 정부와 사실상 의견을 모아가던 9월24일에는 석유공사가 지식경제부에 공문을 보내 에스오시 사업을 수행하는 것에 대한 의견을 구했고, 지식경제부는 “에스오시 사업은 쿠르드 사업을 수행하는 데 필수적으로 수반되는 부대사업으로 판단된다. 위험을 최소화하는 방안을 강구·추진하기 바란다”고 답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본계약을 한달 앞둔 2008년 10월14일 석유공사 이사회 회의록을 보면, 당시 강 사장은 위험 부담을 우려하는 이사들에게 “저희도 사실은 현재와 같은 금융환경에서는 전체를 저희가 다 안고 간다는 게 상당히, 굉장히 부담스럽다”면서도 “정부에도 보고를 다 드렸고 ‘그 정도는 석유공사가 감내할 수 있겠구나’ 하는 그런 판단을 (정부가) 해주셨기 때문에 저희들이 이제 감히 이런 계약을 체결했습니다”라고 말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이 자신의 회고록에서 “해외자원개발 총괄 지휘는 국무총리실에서 맡았다”고 밝히거나, 최경환 경제부총리가 국정조사에서 “에너지 공기업들이 알아서 한 것”이라고 주장한 것과 잘 맞지 않는 지점이다.
감사원은 2012년 4월 “쿠르드 지역 유전 개발에 참여한 대부분의 외국 기업들은 원유 탐사에 성공한 경우에만 수익 원유의 일정 비율을 에스오시 건설비로 쿠르드에 지급하기로 계약한 반면 석유공사는 탐사 성공 여부와 관계없이 의무적으로 에스오시를 추진하는 양해각서를 체결했다”며 ‘무리한 계약’이었다고 지적했다.
현재 3개 광구는 원유 생산에 실패하고, 하울러 광구 1곳에서 지난해부터 하루 5000배럴의 원유가 생산되고 있다. 에스오시 사업은 더디게 진행되다가 2012년 포스코건설이 7억달러 규모의 발전소 건설 사업을 수주했다.
이승준 기자 gamj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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