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가계부채 대책이 우왕좌왕한다는 것은 단순한 말바꾸기가 아니다. 가계부채를 바라보는 정부 내 시각이 정리되지 않았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집값을 끌어올려 경기를 부양시키려는 쪽과 가계부채 부실로 시스템 리스크를 촉발하지 않도록 제어하려는 쪽의 이해 충돌이 빚어낸 결과다. 시장 예측 능력까지 떨어지는 탓에 혼란이 가중되는 모양새다.
금융위 ‘고정금리 안심대출’
국토부 ‘변동금리 1%대 모기지’
1월 동시 발표했다가 혼선 자초 빚내서 집사라던 최경환
“가계빚 관리능력 부재 드러내 애초 국토교통부가 이달 중 출시하기로 했던 ‘초저금리 수익공유형 모기지’와 금융위원회가 지난 24일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은 모두 지난 1월에 발표됐다. 하지만 두 정책은 서로 다른 목표 아래 추진되면서 엇박자를 보여왔다. 안심전환대출은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변동금리형 상품 비중을 낮추고 고정금리형 상품 비중을 높이는 게 정책 목표였다. 상환구조도 만기 일시상환식에서 분할상환식으로 바꾸려 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변동금리·일시상환형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점이 취약점으로 꼽혀왔다. 안심대출은 가계빚을 좀더 안정적으로 갚아나갈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이었던 셈이다. 이에 견줘 초저금리 수익공유형 모기지는 정반대의 결과를 예고한 정책 상품이다. 1%대 낮은 금리가 적용되는 변동금리형 상품이기 때문이다. 낮은 금리에 매력을 느껴 수요가 폭증한다면 고정금리형 상품 비중을 높이려 했던 금융위의 계획은 물거품이 될 소지가 컸다. 좀더 낮은 비용의 대출상품을 공급해 집값을 띄우려는 목적이었다. 엇박자 정부 정책에 대한 지적은 일찌감치 나왔으나 정부는 당장의 비판을 비켜가는 데만 급급했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당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집을 꼭 사겠다는 사람에게는 수익공유형이 도움이 되고, 저희(금융위)가 하는 안심대출은 기존 대출을 구조를 바꿔서 안정적으로 가고자 하는 목적이다. 두 정책은 상호보완적”이라며 쟁점을 피해갔다. 주택금융을 놓고 금융당국과 국토부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2000년대 들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각종 규제 정책이 나올 때마다 국토부와 금융당국은 치열한 물밑 논쟁을 벌였다. 이는 상당 부분 각 부처의 존재 기반에서 비롯된 것이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건전성을, 국토부는 건설 경기를 바라봐야 한다. 문제는 최근 들어 정책의 무게중심이 국토부 쪽으로 급격히 쏠렸다는 데 있다. 지난해 8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시작으로 지난해 9월 재건축 규제 완화, 올해 초 분양가 상한제 완화 등을 포함한 부동산 3법 개정 등은 건설경기 부양을 바라는 정부 내 일각의 목소리가 더 앞서왔다는 방증이다. 이는 금융당국과 국토부를 모두 아우르는 기획재정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 정부 경제팀을 이끄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줄곧 부동산 경기 부양에 집착에 가까운 열정을 보였다. 지난해 6월 내정 직후 “한겨울에 한여름 옷을 입고 있는 격”이라며 부동산 규제 완화의 운을 띄운 뒤 취임하자마자 일사천리로 실행에 옮겼다. 최 부총리가 부동산 규제 완화를 정책 우선순위에 둔 이유는 마땅히 경기를 부양할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기엔 재정 건전성 훼손이 불보듯 뻔하고, 그렇다고 독립성을 인정해줘야 하는 한국은행에 무작정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작년 4월 세월호 사건으로 경기가 다시 가라앉고 있었지만,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살리기 위해선 부동산부터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가계 빚을 경기 활성화의 불쏘시개로 삼은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최 부총리는 최근 부동산 거래가 늘고 자산 가격이 오르는 현상에 주목하며 “경제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 이면에 있는 가계부채 급증 위험은 애써 외면한 것이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67조6000억원 늘었다. 세계적 컨설팅사인 매킨지는 지난달 초 한국을 세계 12대 가계부채 위험국 반열에 올렸다. 더 큰 문제는 낙제점에 가까운 정부의 시장 예측력이다. 안심대출 공급 규모 두배 증액이나 초저금리 수익공유형 모기지 출시 취소는 정부의 시장 예측력이 엉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재부 관계자는 “(안심대출이) 인기를 끌 수도 있고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당혹감을 느낄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수익공유형 모기지 상품 출시를 연기한 국토부는 향후 내놓을 상품 금리 수준도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이달 들어 인하돼 이 상품의 금리도 내려야 하는데, 그 수준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 예측에 실패한 정부가 한국 경제의 최대 위협 요소로 꼽히는 가계부채 문제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세종/김경락 김규원 기자 sp96@hani.co.kr
국토부 ‘변동금리 1%대 모기지’
1월 동시 발표했다가 혼선 자초 빚내서 집사라던 최경환
“가계빚 관리능력 부재 드러내 애초 국토교통부가 이달 중 출시하기로 했던 ‘초저금리 수익공유형 모기지’와 금융위원회가 지난 24일 내놓은 ‘안심전환대출’은 모두 지난 1월에 발표됐다. 하지만 두 정책은 서로 다른 목표 아래 추진되면서 엇박자를 보여왔다. 안심전환대출은 주택담보대출 가운데 변동금리형 상품 비중을 낮추고 고정금리형 상품 비중을 높이는 게 정책 목표였다. 상환구조도 만기 일시상환식에서 분할상환식으로 바꾸려 했다. 우리나라 가계부채는 변동금리·일시상환형 비중이 지나치게 높은 점이 취약점으로 꼽혀왔다. 안심대출은 가계빚을 좀더 안정적으로 갚아나갈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이었던 셈이다. 이에 견줘 초저금리 수익공유형 모기지는 정반대의 결과를 예고한 정책 상품이다. 1%대 낮은 금리가 적용되는 변동금리형 상품이기 때문이다. 낮은 금리에 매력을 느껴 수요가 폭증한다면 고정금리형 상품 비중을 높이려 했던 금융위의 계획은 물거품이 될 소지가 컸다. 좀더 낮은 비용의 대출상품을 공급해 집값을 띄우려는 목적이었다. 엇박자 정부 정책에 대한 지적은 일찌감치 나왔으나 정부는 당장의 비판을 비켜가는 데만 급급했다. 지난달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당시 신제윤 금융위원장은 “집을 꼭 사겠다는 사람에게는 수익공유형이 도움이 되고, 저희(금융위)가 하는 안심대출은 기존 대출을 구조를 바꿔서 안정적으로 가고자 하는 목적이다. 두 정책은 상호보완적”이라며 쟁점을 피해갔다. 주택금융을 놓고 금융당국과 국토부가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는 모습은 낯설지 않다. 2000년대 들어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면서 각종 규제 정책이 나올 때마다 국토부와 금융당국은 치열한 물밑 논쟁을 벌였다. 이는 상당 부분 각 부처의 존재 기반에서 비롯된 것이다. 금융당국은 금융회사 건전성을, 국토부는 건설 경기를 바라봐야 한다. 문제는 최근 들어 정책의 무게중심이 국토부 쪽으로 급격히 쏠렸다는 데 있다. 지난해 8월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시작으로 지난해 9월 재건축 규제 완화, 올해 초 분양가 상한제 완화 등을 포함한 부동산 3법 개정 등은 건설경기 부양을 바라는 정부 내 일각의 목소리가 더 앞서왔다는 방증이다. 이는 금융당국과 국토부를 모두 아우르는 기획재정부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현 정부 경제팀을 이끄는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줄곧 부동산 경기 부양에 집착에 가까운 열정을 보였다. 지난해 6월 내정 직후 “한겨울에 한여름 옷을 입고 있는 격”이라며 부동산 규제 완화의 운을 띄운 뒤 취임하자마자 일사천리로 실행에 옮겼다. 최 부총리가 부동산 규제 완화를 정책 우선순위에 둔 이유는 마땅히 경기를 부양할 카드가 없기 때문이다. 미국이나 유럽처럼 경기 부양을 위해 재정지출을 늘리기엔 재정 건전성 훼손이 불보듯 뻔하고, 그렇다고 독립성을 인정해줘야 하는 한국은행에 무작정 기준금리 인하를 요구하기도 어려운 처지다. 기재부 고위 관계자는 “작년 4월 세월호 사건으로 경기가 다시 가라앉고 있었지만, 정부가 할 수 있는 일은 별로 없었다. 경제 주체들의 심리를 살리기 위해선 부동산부터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었다”고 말했다. 가계 빚을 경기 활성화의 불쏘시개로 삼은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최 부총리는 최근 부동산 거래가 늘고 자산 가격이 오르는 현상에 주목하며 “경제 심리가 개선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 이면에 있는 가계부채 급증 위험은 애써 외면한 것이다. 가계부채는 지난해 67조6000억원 늘었다. 세계적 컨설팅사인 매킨지는 지난달 초 한국을 세계 12대 가계부채 위험국 반열에 올렸다. 더 큰 문제는 낙제점에 가까운 정부의 시장 예측력이다. 안심대출 공급 규모 두배 증액이나 초저금리 수익공유형 모기지 출시 취소는 정부의 시장 예측력이 엉성하다는 점을 보여준다. 기재부 관계자는 “(안심대출이) 인기를 끌 수도 있고 미풍에 그칠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했다. 그러나 시장 반응은 당혹감을 느낄 수준”이라고 토로했다. 수익공유형 모기지 상품 출시를 연기한 국토부는 향후 내놓을 상품 금리 수준도 가늠하지 못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기준금리가 이달 들어 인하돼 이 상품의 금리도 내려야 하는데, 그 수준을 가늠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시장 예측에 실패한 정부가 한국 경제의 최대 위협 요소로 꼽히는 가계부채 문제를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세종/김경락 김규원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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