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 8개월 만에 칼럼집 펴내
“장관이 바뀌든 정권이 바뀌든
큰틀에서 정책 연속성 유지돼야”
“일관성 위해 이익집단 경계” 주문
“장관이 바뀌든 정권이 바뀌든
큰틀에서 정책 연속성 유지돼야”
“일관성 위해 이익집단 경계” 주문
“눈앞의 이슈만 쫓아가선 안된다.”
현오석(사진)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후배 공무원들에 던진 쓴소리다. 지난해 7월 최경환 부총리에 바통을 넘긴 후 국립외교원에서 석좌교수로 재직 중인 현 전 부총리가 퇴임 8개월만에 책을 펴냈다. 현 경제팀에 대한 조언으로 여겨지는 ‘의미심장한’ 표현들이 적지 않다.
<경제는 균형과 혁신이다>라는 제목이 달린 이 책은 현 전 부총리가 최근 10년여 간 쓴 언론 기고문이나 연설문을 담고 있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전직 부총리로서의 소회가 배여 있는 이 책의 서문이다.
현 전 부총리는 첫 머리에 축구 이야기를 풀어놨다. “아이들 축구하는 모습 본 적이 있는가? 아이들은 네 편 내 편 할 것 없이 공을 쫓아 우르르 몰려다닌다. 경기장을 다 쓰지도 못하고, 경기의 흐름을 지배하지도 못한다. 체력 소모는 아주 크다.”
그가 하고 싶은 말은 바로 그 뒤에 이어진다. 현 전 부총리는 “한 나라의 경제정책이 축구하는 아이들 마냥 ‘눈앞의 이슈’만 허겁지겁 쫓아가선 안 될 것”이라며 “물론 정책을 만들다보면 ‘발등의 불’을 끄기 위한 단기 대응책으로 손이 가게 마련이다. (하지만) 정책 수립 과정에서 균형을 잃지 말아야 한다”라고 말했다.
일관성도 강조했다. “정책은 예측 가능해야 한다. 장관이 바뀌든 정권이 바뀌든 큰 틀에서 정책의 연속성이 유지되어야 불확실성을 낮출 수 있다. 히터와 에어컨을 동시에 틀면 당연히 정책 효과는 반감된다.”
그는 일관성을 해치는 요소로 이익집단을 지목했다. 현 전 부총리는 “일관성과 정합성을 유지하려면 여론을 가장한 집단이익과 인기영합을 경계해야 한다. 미래를 책임지는 우수한 정책은 ‘좋은 게 좋은 것’이 아니라, 현실에 기반을 둔 냉철한 판단에서 시작된다”라고 강조했다.
박근혜 정부 초대 경제사령탑을 맡았던 현 전 부총리는 재임 기간 동안 정치권이나 일부 언론으로부터 “무기력하다”거나 “정무감각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받았다. 정치권이나 여론이 원하는 화끈한 정책을 내놓거나 불도저식 리더십이 보이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후임인 최경환 부총리는 정치인 출신답게 정부와 정치권을 오가며 정책의 이슈를 선점하고 관할 대상이 아닌 한국은행에도 자신의 의지를 관철시키는 리더십을 보인다. 단기 부양책도 마다하지 않는다. 이런 탓에 현 전 부총리가 책에서 담은 주장은 후임에 대한 충고로도 읽힌다.
이에 대해 현 전 부총리는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너털 웃음만 터뜨린 채 “부담없이 읽었으면 좋겠다. 시간이 더 지나면 글을 더 써볼 생각”이라며 말을 아꼈다.
세종/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현오석 전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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