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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분배구조 다소 개선, 그러나 아직 개선 여지 많아

등록 2015-04-05 20:19수정 2015-04-05 20:19

성장률 소폭 올랐지만 저성장 지속
국민가처분소득 중 가계 비중 하락은
외환위기 이후 자영업자 소득 부진 탓
가계소득 더 빨리 늘어야 국민 체감
한국은행이 3월말에 발표한 2014년 국민계정을 보면 국내 경제의 현주소를 짐작할 수 있는 것이 많이 있다. 국민계정은 한 나라의 경제를 보여주는 종합 성적표라 할 수 있는데, 성장성 측면에서는 약간 개선된 것을 볼 수 있다. 2012년과 2013년 연속 2%대에 그쳤던 경제성장률이 2014년에는 3.3%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물론 3.3%의 성장률도 높은 것이라고는 볼 수 없어 여전히 저성장이 지속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러한 저성장은 한두 가지의 원인이 아니라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을 것이다. 기업이 투자할 만한 여건이 되지 않아 일자리가 늘어나지 않는 것이라는 분석도 있고, 경쟁국들의 생산 능력이 무섭게 성장해 우리 기업들이 시장을 뺏기고 있다는 분석도 있으며, 세계 경제의 회복이 지연되고 있어 우리나라의 수출 회복이 늦어지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거기에 대해 근래에 들어 논의되고 있는 것이 소득 불평등이다. 간단히 얘기하자면 기업은 돈을 많이 벌었는데, 이것이 가계 소득 증가로 연결되지 않아 소비가 침체되어 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소득 불평등이 저성장을 가져온다는 의견이다. 작년 여름에 정부의 2기 경제팀이 출범하자마자 가계 소득 증대 방안을 들고나온 것이나 최근 최저임금을 올려야 한다는 논의가 제기되고 있는 것은 소득 불평등을 줄여 경제를 다시 성장 궤도로 올려놓으려는 생각에서 나왔다고 할 수 있다. 최근 미국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갑론을박이 치열한 것도 동일한 배경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민계정에도 소득 불평등을 알 수 있는 지표가 있다. 이 지표를 보면 국민처분가능소득 중에서 가계 부문의 비중이 떨어진 중요한 원인 가운데 하나가 자영업의 부진인 것으로 나타난다. 국민처분가능소득 중에서 기업 및 재산소득이라는 항목이 있는데, 이 소득은 기업이나 자영업자가 영업을 통해 올린 소득과 임대료, 이자, 배당금 등 재산에서 발생하는 소득 등을 의미한다. 기업 및 재산소득은 다시 법인, 일반정부,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세 부문으로 나뉘는데 이 중에서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소득이 차지하는 비중을 보면 자영업자의 소득 부진을 추정해볼 수 있다. 물론 이 분류에는 자영업자의 영업소득뿐 아니라 개인의 임대료, 이자, 배당금 등도 포함되어 있고, 비영리단체의 소득도 포함되어 있지만, 자영업자의 소득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추이를 보는 데는 별문제가 없을 것이다.

그림을 보면 1980년대에는 기업 및 재산소득의 70% 이상이 자영업자들에게서 나왔으며, 법인 부문은 20%를 조금 웃돌았음을 알 수 있다. 외환위기로 1998년에 법인 부문의 비중이 5%까지 줄었으나, 2000년에 19%까지 상승했다. 그리고 그 후 10년 동안 법인 부문의 소득은 연평균 16.7%씩 늘어, 연평균 2.5% 증가에 그친 가계 및 비영리단체 부문의 증가율을 크게 앞질렀다. 그 결과 2010년에 기업 및 재산소득 중에서 법인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46%로 높아졌다. 2000년부터 2010년까지 연평균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3.1%였기 때문에 자영업자 소득이 연평균 2.5% 늘었다면 실질 소득은 감소한 것이다.

자영업자들의 소득 부진의 영향이 가계 소득이 낮은 증가율에 그친 중요한 요인이었다. 이 때문에 2000년대 들어 기업 이익이 늘어나는 것에 비해 가계 소득 증가가 지연됐으며, 이는 국민처분가능소득 중에서 가계 및 비영리단체 부문의 비중 하락으로 나타났다. 1980년대나 1990년대 외환위기 이전까지는 가계의 비중이 75% 안팎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림을 보면 외환위기로 많은 기업이 적자를 냈던 1998년에 가계 부문의 비중이 80% 가까이 올라간 후 2000년대 내내 지속적으로 하락했음을 알 수 있다.

그래도 긍정적인 것은 2011년부터는 소득 분배가 조금씩이나마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 및 재산소득에서 가계 및 비영리단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2010년 51.5%에서 2014년에는 54.1%로 높아졌으며, 이에 따라 같은 기간 동안 전체 국민처분가능소득 중에서 가계 및 비영리단체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도 64.2%에서 65.7%로 다소 높아졌다.

이러한 긍정적 변화가 정부가 추진해온 가계 소득 증대 대책이나 대형마트의 영업 제한 등의 결과인지는 아직 알기 어렵다. 긍정적으로 해석해볼 여지가 있는 부분은 기업 및 재산소득 중에서 가계 및 비영리단체 부문의 소득이 2000년 이후 연평균 3.3% 증가해 2000년대 2.5%보다 높아졌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부정적으로 볼 여지도 있다. 기업 및 재산소득 중에서 법인 부문의 소득 증가율이 2010년 이후 1.3%에 그치는 극심한 경영 부진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는 가계 및 비영리단체의 소득 호조보다는 상대적으로 법인 부문의 부진이 분배 개선의 더 큰 원인일 수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2014년 국민계정에서 본 긍정적인 그림은 소득 분배의 개선이 느리지만 진행되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이 체감으로 느낄 정도는 전혀 아닌 것 같다. 이는 분배 개선이 가계 소득 증가보다 기업의 이익 정체에 더 많은 영향을 받았기 때문일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것은 기업도 이익이 늘고 가계 소득은 그보다 더 빨리 증가해 소득 분배가 개선되는 것이다. 향후 더 진전된 개선을 위해 모두가 노력해야 할 것이다.

전민규 한국투자금융지주 글로벌리서치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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