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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강남 4구’ 재개발·재건축 ‘쏠림 현상’, 가장 큰 피해자는?

등록 2015-04-07 15:33수정 2015-04-07 20:55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 아파트 단지. 한겨레 자료 사진
서울 송파구 잠실 주공 5단지 아파트 단지. 한겨레 자료 사진
[더(The) 친절한 기자들]
아파트 단지·단독주택 대규모 철거 예정
떠나는 사람들은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
서울 ‘강남 4구’(강남·서초·송파·강동구)에서 재개발·재건축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올해 하반기부터 내년까지 극심한 ‘전월세 대란’이 우려됩니다. 올해와 내년이 고비입니다. 주택 수급이란 관점에서만 보면, 주택 공급량이 다시 많아지는 2017년부터 문제가 해결됩니다. 그래서 ‘일시적’인 현상으로도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전·월세 대란의 피해자가 될 주민들에게는 일시적인 현상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아파트 단지가 한꺼번에 철거되고, 단독주택들이 대규모로 철거되면서 떠나는 사람들은 누구일까요. 그들은 다시 돌아올 수 있을까요?

6일 서울시는 이례적으로 ‘주택 수급 분석 결과’를 내놨습니다. 동시에 재개발·재건축을 위해 한꺼번에 이사를 가는 ‘집단 이주’ 시기를 조정할 수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단 서울시의 주택 수급 분석을 보시죠. 올해 2월 말 현재 강남4구의 주택 공급량은 1만2304호, 재개발·재건축 등에 의한 멸실량은 1만8838호입니다. 멸실량이 6500여호 더 많습니다. 공급량이 마이너스(-)로 전환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합니다.

구별 데이터를 보면 상황을 좀 더 자세히 파악할 수 있습니다. 강동구는 멸실량이 공급량보다 3600호 더 많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강남4구 중에서도 이주 수요가 가장 많은 곳입니다. 송파구와 서초구, 강남구는 올 하반기에 주택 공급 부족 현상이 심화될 전망입니다. 이 세 곳에선 상반기엔 공급량이 우위를 보이다가 하반기부터 멸실량이 급격히 늘어납니다. 크게 보면, 강동구에서 마이너스 공급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하반기부터 강남 3구에서까지 갑작스럽게 주택 멸실이 급격히 늘어나게 되는 만큼 이 3곳의 이주 상황이 전·월세 대란의 ‘핵’으로 지목되는 상황입니다.

강남 4구 공급 멸실 추이
강남 4구 공급 멸실 추이
자, 그럼 이 4곳에서 어떤 사람들이 짐을 싸야 할까요? 구별로 보시죠. 서울시가 조사한 결과, 강동구에서 짐을 싸는 주민의 67%가 60㎡ 이하 규모, 전세 가격 1억원 안팎의 소형 아파트 중심으로 구성된 세입자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강남구의 이주 가구는 전체의 75%가 50㎡ 이하, 전세 가격 1억원 미만의 소형 아파트에 거주하는 세입자로 나타났습니다. 송파구는 이주 가구의 80%가 40㎡ 이하, 전세가 1000만원 미만의 소형 주택에서 거주하는 것으로 분석됐습니다. 재개발 예정지인 송파구 거여동의 허름한 단독주택에는 전세 가격이 1000만원 안팎인 방도 수두룩합니다.

강남 4구 중 서초구를 제외한 3곳은 모두 주거비로 따지면 저소득층에 근접한 가구들이 이렇게나 많다는 겁니다. 서울연구원이 발간한 <통계로 본 서울 주거>에서는 소득계층을 저소득·중소득·고소득가구로 나눴을 때 저소득가구는 매달 220만원 이하로 벌고, 거주면적 60.5㎡, 평균전세보증금은 6538만원, 월세는 29만원(보증금 1096만원)으로 나옵니다. 이 통계는 2012년 기준입니다. 지금 강남 4구에서 떠나는 사람들이 지금 기준으로는 ‘저소득층’에 해당될 가능성이 높다는 뜻입니다.

놀라셨겠지만 집값이 비싸다는 강남에도 이 정도 주거비로 살 수 있는 곳이 있답니다. 특히 송파구 거여동에 있는 단독주택들에는 전세가 1000만원 미만의 집들도 무더기로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곳들이 전부 사라지게 됐습니다.

서울에서 주택 재개발이나 재건축이 이뤄지면 해당 지역 주민들의 78.9%는 서울시내에서 움직이게 됩니다. 특히 같은 구와 인접구로 이주하는 비율이 65~70%에 이르는 만큼 그 지역 전월세 시세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전월세 대란의 직격탄을 맞는 이들은 바로 저소득층들입니다.

서울의 임대료를 버틸 수 없는 사람들은 서울 외곽으로 빠져나가게 됩니다. 서울 외곽에서 새벽 전철을 타면 서울 도심과 강남으로 출근하는 많은 노동자들을 볼 수 있습니다. 서울의 인프라와 깨끗한 환경 등을 위해 꼭 필요한 사람들이 점점 외곽으로 밀려나는 것입니다.

재개발·재건축은 시행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하는 요인들이 적지 않다. 한겨레 자료 사진
재개발·재건축은 시행 과정에서 걸림돌로 작용하는 요인들이 적지 않다. 한겨레 자료 사진
다시 말해 이번 재개발·재건축으로 강남의 저소득층이 한꺼번에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셈입니다. 이들은 아파트가 새로 다 지어진 뒤에 다시 돌아오긴 힘들 것 같습니다.

구도심은 저소득층을 품습니다. 구도심이 재개발·재건축으로 사라지고 ‘삐까뻔쩍한’ 새 건물들이 들어서면 임대료가 상승하고, 후진 건물이란 이유로 싼 값에 살던 사람들은 떠날 수밖에 없습니다.

지금까지 전면 철거형 재개발이 이뤄질 때면 항상 이런 문제가 나타났습니다. 이를 학계에서는 ‘젠트리피케이션’이라고 부릅니다. 물론 도시 문제는 항상 양면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황폐화되어 있던 곳이 새롭게 재탄생하면서 주거 여건이 좋아진다는 긍정적 측면도 있으니 무작정 비난할 만한 일은 아닙니다. 개발 자체를 비난하기보다는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더 현실적일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이번 이주 쏠림 현상에 대한 대책으로 재건축조합 등과 이주 시기를 조정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수급 불안이 심각할 것으로 여겨지면 ‘사업 시행 시기 조정 심의’에서 관리처분 인가 시점을 강제적으로 늦추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되면 수요가 분산되면서 임대료 상승폭을 조금이라도 낮출 수 있다고 본 겁니다.

또 공공임대주택을 강남 4구에 집중적으로 공급하겠다고도 밝혔습니다. 공공임대주택을 애초 계획됐던 것보다 3750호 늘려 올해 총 1만2350호 공급할 계획을 내놨습니다.

다시 새 아파트가 무더기로 들어서면 몇 년 동안 공급량 초과 현상이 나타나면서 임대료는 상대적으로 싸게 형성될 가능성도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지속가능하지는 않습니다. 저소득층은 서서히 서울을 떠나면 그만큼 인적 구성의 다양성이 떨어지면서 서울의 경쟁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습니다. 공공이 임대주택 등을 지속적으로 공급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음성원 기자 esw@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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