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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가치투자 해도 주가 안 오르죠? 개미 뭉쳐 대주주 전횡 막아야”

등록 2015-04-07 20:24수정 2015-04-08 08:29

[경제와 사람] ‘성창기업지주’ 소액주주 운동 김택환씨
‘성창기업지주’의 소액주주 운동을 이끈 김택환씨.
‘성창기업지주’의 소액주주 운동을 이끈 김택환씨.
“한국 주식시장에 ‘단타쟁이’가 많은 것은 지배구조의 문제입니다. 경영 정상화를 위한 주주의 목소리가 반영이 안 되니, 기업의 미래를 보고 가치투자를 하던 이들도 지쳐서 ‘단타’로 돌아서고 맙니다.”

부산에 위치한 합판 제조사 성창기업의 지주사인 ‘성창기업지주’의 소액주주 운동을 이끈 김택환(50)씨는 이달 13일부터 이 회사의 상근 감사로 출근할 예정이다. 지난달 26일 있었던 정기 주주총회에서 김씨는 ‘주주제안’(주주가 주총에서 논의될 의안을 제출하는 것)을 통해 감사가 됐다. 대주주 쪽 59만주에 소액주주가 195만주로 맞섰다. 김씨는 3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배당 확대안은 7786주 차이, 이사 선임안은 10만주 차이로 소액주주안이 부결됐지만, 대주주·특수관계인 지분이 30%가량인 회사에서 소액주주가 총 지분의 40%를 결집한 것은 확실하게 경영진을 견제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2만원 안팎에 머물던 주가는 주주제안 승인 뒤 일주일만에 3만원대로 뛰었다.

김씨가 소액주주 운동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왜 이 기업 주식은 실적에 비해 안 오를까’라는 의문 때문이었다. 대기업에 근무하다 10여년전부터 전업 투자를 해 온 김씨는 한 회사 주식을 길게는 4년씩 장기보유하며 가치투자를 해왔다. “중소형주 중에는 아직 저평가된 주식이 많아, 향후 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보고 투자했죠. 그런데 유독 안 오르는 종목들이 있었어요. 살펴보니 대주주 지분율이 높은 회사들이 많았습니다.”

김씨가 소액주주 운동에 뛰어든 계기는 2012년 ‘휴스틸’ 주총이었다. 김씨를 비롯한 소액주주들은 2011년 모회사인 신안그룹이 성우리조트를 인수하는 데 강관제조회사인 휴스틸이 160억원을 내놓은 것을 ‘대주주 전횡’이라며 문제삼아, 2012년과 2013년에 배당·이사 선임·감사위원 등의 안건을 주총에 상정했다. 지난해부터는 성창기업지주 소액주주운동에 참여했다. 성창기업 소액주주들은 회사가 2002년에 대주주 일가 소유 회사인 일광개발에 부지를 헐값에 팔고 2013년에 같은 회사 주식을 고가에 사는 등 등 경영부실이 회사가치 저평가를 낳는다며 문제를 제기해 왔다. 4년간의 도전에서 안건이 통과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씨의 경험상 소액주주 운동에 걸림돌이 되는 첫번째 요소는 회사의 ‘주주명부 열람 방해’다. 김씨는 “휴스틸의 경우 주주명부를 복사해주지 않아 1000명의 명단을 일일이 손으로 베껴야 했고 성창기업의 경우는 소송을 통해 명부를 받았다”고 말했다. ·

또 상법에 규정된 의안 공고일(주총 2주전)은 1000명이 훌쩍 넘는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위임받기엔 너무 촉박한 기한이다. 김씨는 “올해만 1900명 가량의 주주에게 며칠밤을 새서 우편물을 보냈다. 적어도 3주 전에는 주총 결의안을 공고해야 의결권 위임이 원활하게 진행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1만3861주에 해당하는 위임장이 우편으로 뒤늦게 도착해 표결에 반영되지 못했다.

아울러 김씨는 상근감사 대신 ‘감사위원회’ 설치를 가능하게 한 상법에 소액주주의 권리를 제한하는 허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감사의 경우 대주주 지분이 표결 때 3%밖에 인정되지 않아 소액주주 의견 반영이 용이한 반면, 감사위원은 대주주의 의결권 제한이 없이 선임되는 이사 중에서 선출된다. 명목상 감사위원이 감사보다 직위가 높지만, 선출 과정에서 대주주의 의중이 반영될 소지는 더 크다. 때문에 주총에서 소액주주들의 ‘도전’을 받는 회사들은 감사 대신 감사위원회를 설치하는 정관변경을 통해 주주제안을 무력화하기도 한다.

김씨는 “성창기업 사례가 소액주주들에게는 경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되고, 기업들에게는 소액주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교훈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효진 기자 ju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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