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0대 대기업 그룹의 직원 수가 1%대 증가에 그쳐 사실상 ‘제자리걸음’ 한 것으로 나타났다. 30대 그룹의 직원 수는 2013년 101만855명에서 지난해 102만4724명으로 1만3869명(1.37%) 늘어나는 데 머물렀다. 정규직이 1.0% 늘었고 비정규직은 4.2% 증가해, ‘고용의 질’은 계속 나빠졌다. 또 4대 그룹의 계열사 가운데는 에이치엠씨(HMC)투자증권 등 금융회사에서 직원 수가 큰 폭으로 줄었다.
■ 신세계가 고용 증가 최다
8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시이오(CEO)스코어와 각 기업의 사업보고서를 바탕으로 30대 그룹 274개 계열사의 고용 현황을 살펴보니, 그룹별로 봤을 때 지난해 직원 수 증가율이 가장 높은 곳은 신세계였다. 2014년 사업보고서를 제출한 신세계 9개 계열사 직원 수는 4만877명으로 전년(3만7642명)에 견줘 8.6% 증가했다. 신세계푸드의 직원 수가 신세계에스브이엔 합병과 신규 채용으로 1700여명 늘었고, 이마트와 에브리데이리테일도 각각 743명(2.7%), 619명(28.3%) 늘었다. 다음으로는 현대자동차그룹이 14만2764명에서 15만672명으로 5.5% 증가했고, 현대백화점이 7573명에서 7958명으로 5.1% 늘어 3위였다.
이어 롯데(3.9%), 한화(3.1%), 포스코(3%)가 3% 넘는 고용 증가율로 4~6위를, 현대중공업(2.8%), 대우조선해양(2.3%), 삼성(1.9%), 에쓰오일(1.7%) 등이 10위권에 들었다. 30대 그룹 가운데 경제성장률(3.3%)을 웃도는 고용증가율을 보인 그룹은 신세계·현대차·현대백화점·롯데 네 곳뿐이었다.
반면 대우건설은 6382명에서 5543명으로 직원 수가 13.1%나 감소해 가장 큰 폭으로 줄었다. 지난해 공시된 직원 수에 해외기능직 등이 제외돼 정확한 감소폭은 공개되지 않았다. 이어 구조조정에 나선 동부가 1668명(-11.3%) 줄었고, 영풍(-9.6%), 케이티(-7.4%), 현대(-6.4%) 등이 5% 이상 고용규모를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동국제강(-3.9%), 코오롱(-3.2%), 대림(-3.0%), 오씨아이(OCI·-2.0%), 엘에스(LS·-1.8%), 한진(-1.0%), 두산(-0.9%) 등도 직원 수가 줄었다.
직원 수가 가장 많은 곳은 삼성으로 23만3797명이었고, 현대차(15만672명), 엘지(12만2331명), 롯데(6만649명), 에스케이(5만5387명) 순이었다. 5대 그룹의 직원 수는 30대 그룹 전체의 60.8%를 차지했다.
■ 금융회사 구조조정 최대
4대 그룹의 계열사별로 직원 수 변화를 살펴보면, 에이치엠씨투자증권이 감소율이 높은 상위 10개사의 첫머리에 이름을 올렸다. 이 회사는 2013년 934명에서 지난해 711명으로 223명이 줄어 직원 수가 23.9%나 감소했다. 10명 가운데 2명 이상이 회사를 떠난 것이다. 에이치엠씨투자증권 관계자는 “지난해 어려워진 영업환경 아래 지속생존을 위한 인력효율화 차원에서 희망퇴직을 실시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삼성증권과 삼성생명, 삼성카드 등 삼성 금융계열사 세 곳의 고용이 각각 17.6%, 16.3%, 11.1% 감소해, 지난해 금융사 구조조정의 칼바람이 매서웠음을 보여줬다.
다음으로 에스케이네트웍스와 에스케이씨앤씨의 직원 수가 각각 9.8%, 8.1% 줄었고, 삼성화재(-4.9%), 엘지디스플레이(-3.6%), 삼성엔지니어링(-3.5%), 현대건설(-3.2%) 등이 뒤를 이었다. 이들 기업 가운데 지난해 적자를 낸 업체는 한 곳도 없다. 특히 엘지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영업이익(1조1633억원)이 전년보다 늘었는데도 1209명이 줄었다. 엘지디스플레이 관계자는 “과거와는 달리 자동화가 많이 돼 직원들이 퇴사를 하더라도 신규 채용을 크게 늘리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직원 감소율 상위 10권에 가장 많은 계열사를 올려놓은 그룹은 삼성으로 5곳이었고, 현대차·에스케이 그룹이 두 곳씩, 엘지그룹은 한 곳이었다.
시이오스코어 박주근 대표는 “최근 3년간 고용증가율이 1%대를 벗어나지 못했다”며 “특히 양질의 일자리인 30대 그룹의 고용이 늘지 않는 건 우려할 만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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