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창조과학부가 ‘단말기 지원금에 상응하는 요금할인’ 폭(이하 요금할인율)을 오는 24일부터 12%에서 20%로 높이기로 한 것을 두고, 이동통신 회사들이 크게 불편해하고 있다. 요금할인을 선택한 가입자한테서 발생하는 매출이 8%포인트만큼 더 줄고, 단말기 지원금(이하 지원금)을 일정금액 이하로 낮추는 것도 어렵게 됐기 때문이다.
■ 지원금 하한선도 높아졌다
이통사 쪽에서 볼 때, 지원금 상한을 30만원에서 33만원으로 올린 건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 상한일 뿐이어서 지금처럼 단말기별로 이 범위 안에서 임의로 지원금을 책정해 주면 된다.
하지만 요금할인율이 인상된 것을 두고는 복잡한 셈을 해야 한다. 새로 유치했거나 약정을 갱신하는 가입자가 요금인하를 선택하지 않게 하면서 지원금 지출을 최소화할 수 있는 선을 찾아야 한다. 자칫 잘못 계산하면 가입자를 경쟁업체에 빼앗기고, 붙잡은 가입자가 요금할인을 선택해 가입자당매출이 줄어드는 동시에 단말기 매출 기회도 잃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
단말기 출고가에 상관없이 지원금을 일정수준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는 부담도 발생한다. ‘갤럭시A5’를 골라잡은 에스케이텔레콤(SKT)의 ‘75요금제’ 가입자의 경우, 요금할인을 선택하면 24개월 요금할인 총액은 27만원이다. 에스케이텔레콤은 갤럭시A5 고객에게 지난 2월1일에는 32만3150원(대리점이 추가로 줄 수 있는 15% 포함)의 지원금을 주기로 했다가 4월7일에는 17만2500원으로 낮췄다. 이용자는 지원금이 32만3150원일 때는 지원금을 받는 게 5만3150원 더 유리해 이를 선택하고, 17만2500원일 때는 요금할인 혜택이 9만7500원 더 많아 이를 고르게 된다. 지원금이 23만원 이상은 돼야, 최악을 피할 수 있다.
그동안 이통사들은 지원금을 큰 폭으로 올렸다 낮췄다를 반복해 가입자 차별이란 지적을 받아왔다. 미래부 류제명 통신이용제도과장은 “요금할인율을 20%로 높인 게 가계통신비 부담을 직접 완화시키는 효과뿐 아니라 지원금 하한선을 높여 가입자 차별을 줄이는 구실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통사가 지원금을 공시할 때 요금할인 총액을 병기해 직접 비교해 고를 수 있게 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기존 가입자 자동전환 보완 필요
미래부는 “12% 할인을 받고 있는 기존 가입자도 20% 할인으로 전환할 수 있다”며 “기존 12% 할인율이 정확한 데이터 없이 추정에 따라 산정된 점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는 6월30일까지 신청하고, 약정기간을 변경하지 않는 경우에 한해 위약금 없이 20% 할인으로 전환해주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이용자 쪽에서 “이통 사업자 편을 든 처사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고 단말기로 약정을 갱신하며 요금할인을 선택해 12%를 할인받고 있다는 에스케이텔레콤 가입자 김아무개씨는 “요금을 8%나 더 할인해준다는데 누가 싫다고 하겠냐. 요금할인 소급은 몰라도 ‘자동전환’은 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3월말 현재 지원금 대신 요금할인을 선택해 12% 요금할인을 받고 있는 가입자는 15만4000명에 이른다. 류제명 과장은 “애초 자동전환되게 할 계획이었으나, 이통사들이 나중에 위약금 충돌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난색을 표해 신청자에 한해 전환해주도록 바꿨다. 대신 20% 할인으로 전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전화나 문자메시지로 여러차례 분명하게 안내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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