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기업 전경
1973년 건설업계서 첫 상장
2003년 대아건설이 인수
해외투자 잇따라 실패로
감사보고서 `‘감사의견 거절’
사외이사에 정관계 실력자 눈길
2003년 대아건설이 인수
해외투자 잇따라 실패로
감사보고서 `‘감사의견 거절’
사외이사에 정관계 실력자 눈길
성완종 전 회장이 이끌던 경남기업이 국내 건설업계 최초로 증시에 입성한 지 42년 만에 주식시장에서 퇴출된다.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경남기업은 최근 감사보고서에서 ‘감사의견 거절’이 나온데 따라 14일까지 정리매매를 마치고 15일 상장 폐지된다.
경남기업은 1973년 2월 국내 건설사 가운데 처음으로 기업공개(IPO)에 나선 회사로, 지난해 시공능력 평가 순위는 26위에 올라있다. 그러나 최근 자원외교 관련 수사를 받던 성 전 회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불운 속에 상장 폐지를 맞게 됐다. 이 회사 주가는 1994년에는 최고 22만5000원까지 오르기도 했으나 정리매매 마지막 날인 14일 113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경남기업은 고 정성원 회장이 1951년 8월 대구에서 설립한 회사다. 1954년 경남토건에서 경남기업으로 사명을 바꾸고 1965년에는 국내 건설사 최초로 해외로 나가, 태국 중앙방송국 타워 공사를 맡기도 했다. 이후 1970년대에는 중동을 비롯해 스리랑카, 카메룬, 말레이시아 등 해외시장에 본격적으로 진출하며 사세를 키웠다. 국내에서는 1977년 반포 경남아파트를 시작으로 아파트를 짓기 시작해, 현재 ‘경남 아너스빌’이라는 브랜드를 갖고 있다.
경남기업은 1987년 대우그룹이 지분 26.81%를 인수하면서 대우 계열사로 편입됐다가 그룹의 유동성 위기와 함께 1999년 워크아웃을 겪은 뒤 2000년 4월 대우그룹에서 분리됐다. 이후 2003년 성완종 회장이 이끄는 충청지역 건설사 대아건설이 지분 51%를 확보해 최대주주에 올라섰다. 성 전 회장은 해외건설 경험이 많은 경남기업을 인수한 뒤 2007년 베트남에‘하노이 랜드마크72’ 빌딩을 건설하는 등 대규모 개발 사업에 나섰으나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국내외 건설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다가 2009년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등 내리막길을 걸었다. 특히 노무현, 이명박 정부를 거치며 적극적으로 참여한 해외 자원개발 사업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적자가 누적됐다. 2013년 3109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낸데 이어 지난해에도 4084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성 전 회장이 이끌던 시기에 경남기업은 정관계 실력자 출신을 대거 사외이사와 감사 자리에 앉혔다. 경남기업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2005∼2014년 사업보고서를 보면, 역대 사외이사 명단에 임창열 전 재정경제원 장관(전 경기도지사)과 전형수 전 서울지방국세청장, 이근식 전 행정자치부 장관, 김상우 전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임좌순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사무총장 등 유력 인사들이 대거 포함돼 있다. 홍준표 경남지사 쪽에 2011년 1억원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진 윤 아무개씨도 당시 사외이사를 맡고 있었다.
또 차문희 전 국정원 2차장은 2008년 3월부터 2012년 1월까지 상근감사로 재직했다. 국정원 대전지부장, 협력단장을 거쳐 경남기업 상근감사로 일하던 그는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5월 국정원 2차장에 임명됐는데, 이후 국정원 대선 개입 사건에서 모종의 구실을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기도 했다.
최종훈 조계완 기자 cjhoon@hani.co.kr
고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8일 서울 중구 전국은행연합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혐의를 부인하며 눈물을 흘리고 있다. 이정용 선임기자 lee312@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