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직접 지배 가능해져
순수지주사서 사업지주사로 전환
C&C 일감몰아주기 규제 부담 덜고
최회장은 60억대 증여세 짐 벗어
‘사업 재분리해 3세승계 포석’ 전망도
순수지주사서 사업지주사로 전환
C&C 일감몰아주기 규제 부담 덜고
최회장은 60억대 증여세 짐 벗어
‘사업 재분리해 3세승계 포석’ 전망도
최태원 에스케이그룹 회장이 최대주주인 시스템통합 업체 에스케이씨앤씨(SK C&C·씨앤씨)가 지주회사 에스케이를 흡수합병해 사업지주회사 에스케이㈜로 거듭난다. 이는 일차적으로 그룹 총수가 지주회사 체제 밖의 계열사인 씨앤씨를 통해 지주회사를 지배하던 기형적 ‘옥상옥’ 구조를 해소하는 의의가 있다. 하지만 일감 몰아주기 규제나 세금 등 최 회장의 부담을 줄이고 장기적으로 3세대 경영 승계를 위한 지배구조 개편의 포석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에스케이씨앤씨와 지주회사 에스케이는 20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씨앤씨가 신주를 발행해 에스케이의 주식과 교환하는 흡수 합병을 결의했다고 밝혔다. 씨앤씨와 에스케이의 주식 교환 비율은 1 대 0.74로 이뤄지며, 새 합병법인의 사명은 기존 지주회사 명칭인 에스케이㈜를 그대로 쓰기로 했다. 오는 6월26일 주주총회 승인을 거쳐 8월1일 합병이 마무리된다. 에스케이 관계자는 “옥상옥 구조 해소와 더불어 씨앤씨의 신규 사업기회와 에스케이㈜의 재무 안정성을 결합해 신성장의 기반을 확립하려는 것”이라고 합병 의도를 밝혔다.
에스케이그룹은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바뀌었지만 최 회장은 지주회사 에스케이의 지분을 0.02%만 지녔다. 하지만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이 43.43%의 지분을 보유한 씨앤씨가 옥상옥 형태로 지주회사 에스케이의 최대주주(31.82%) 구실을 한 덕분에 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해왔다.
이번 합병으로 그룹 지배구조는 좀 더 단순해진다. 최 회장은 새 지주회사 에스케이㈜의 지분을 23.4%(특수관계인 포함 30.9%) 직접 보유하게 된다. 합병 회사의 총자산은 13조2000억원 규모다.
아울러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부담을 덜 가능성도 커졌다. 씨앤씨는 2013년 기준 내부거래 비중이 49.5%에 이르는 등 대주주 일가의 개인회사에 계열사가 일감을 몰아줘 성장한 대표 사례로 꼽혔다. 합병이 완료되면 최 회장과 특수관계인의 지분은 30.9%로 규제 기준(30%)을 조금 웃도는 수준이 된다. 이후 큰 부담 없이 규제를 피할 여건으로 이행할 수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에스케이 관계자는 “내부거래 비중을 따질 때 효율성·긴급성 등의 요건을 충족하면 일감 몰아주기 규제 적용을 받지 않기 때문에 (30% 가까이로 낮춰진) 이번 합병이 일감 몰아주기를 염려한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최 회장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의 한 갈래로 지난해부터 부과된 추가 세금 부담도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 회장은 일감 몰아주기에 해당하는 특수관계법인과의 거래를 통한 이익과 관련해 2014년 기준으로 60억원대 증여세를 내야 할 것으로 추정됐는데 지주회사와의 거래는 과세에서 제외됨에 따라 이번 합병으로 짐을 벗게 된다.
일각에서는 순수지주회사에서 사업지주회사로 전환한 에스케이가 앞으로 사업부문을 분할해 최 회장의 지주회사 지분율을 높이고 3세대 승계의 발판을 준비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에 대해 에스케이 쪽은 “재분리는 아직 검토된 게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이밖에 지주회사는 금융회사 지분을 보유할 수 없어 씨앤씨가 보유한 에스케이증권 지분(10%)을 조만간 매각 등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이번 합병에 대해 경제개혁연대 김상조 소장(한성대 교수)은 “지주회사 위에 총수 개인회사가 계열사와의 거래로 돈을 버는 이상한 체제에 대해 비판이 많았는데 최 회장은 이번 결정으로 부담을 덜었다”고 말했다. 국회 정무위원회 김기식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은 “에스케이 그룹은 일감 몰아주기 행태를 실질적으로 개선하지 않고 단지 합병만으로 매년 수십억원의 세금을 면하게 됐다. 일감 몰아주기 과세 제도의 허점이 현실로 드러났다”고 비판했다.
송경화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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