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광고

광고닫기

광고

본문

광고

경제 경제일반

SK 지주회사 합병 결정 왜 서둘렀을까?

등록 2015-04-21 16:38

에스케이그룹의 지주회사인 에스케이㈜와 에스케이씨앤씨의 합병 발표에 대해 시장이 놀란 것은 합병 자체가 아니라 합병 시점이었다. 그동안 시장에서 두 회사의 합병은 이미 기정사실이었다. 에스케이는 2007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에스케이씨앤씨가 에스케이㈜를 지배하는 기형적 지배구조에 대한 개선 요구를 계속 받아왔다. 관건은 언제 하느냐는 시기선택의 문제였다. 대다수는 배임횡령죄로 수감 중인 최태원 회장의 출감 이후로 생각했다. 하지만 회 회장의 형기가 아직 2년 가까이 남은 시점에서 의외의 결정이 이뤄졌다.

최 회장도 처음에는 합병 결정에 고심했던 것으로 알려진다. 한 임원은 21일“지난해 가을 두 회사의 합병보도가 나오고, 증시에서 조회공시 요구를 받았을 때도 서둘 일이 아니라는 결론이 났다”고 전했다. 최 회장으로서는 경쟁력 제고와 지배구조 혁신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합병안을 직접 발표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최 회장은 마음을 바꿔 박정호 에스케이씨앤씨 사장과 조대식 에스케이㈜ 사장을 필두로 한 전문경영인들의 합병안을 수용했다.

합병을 한 경제적 요인으로는 성장의 한계를 보여온 에스케이씨앤씨와 에스케이㈜를 합쳐서 새 성장동력을 발굴하는 당면과제가 꼽힌다. 일감몰아주기 관련 국세청의 증여세 과세가 면제되는 효과도 있다. 합병법인의 총수일가 지분(30.9%)을 30% 밑으로 낮추면, 공정위의 총수일가 사익편취 규제도 벗어나게 된다.

합병결정이 옥중에 있는 최 회장에게 미칠 영향도 핵심 고려사안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룹 안에서도 신중론이 있었다는 점이다. 한 임원은 “(최 회장의) 옥중경영에 대한 비판이 나올 수 있고, (그룹 의도와 상관없이) 합병에 대한 부정적 보도가 나오면 (최 회장에게) 안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그동안 최 회장의 조기 가석방 논리로는 총수의 장기부재로 인한 경영차질이 제기됐다. 또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최 회장이 이미 4년의 형기 중 2년 이상을 보낸 만큼 내보내서 에스케이나 본인의 달라진 모습을 보이도록 하는 게 기업이나 경제에 더 좋지 않겠느냐는 의견을 냈다. 이에 대해 사회에서는 최 회장에게 변화 의지가 있다면, 출감 뒤로 미룰게 아니라 지금 행동으로 보이라는 지적이 있었다.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이와 관련 “(합병은) 에스케이와 최 회장이 사회가 원하는 방향으로 변화려고 노력한다는 강한 메시지”라고 평가했다.

합병 취지를 살리려면 사업상 시너지 구현와 함께 지배구조와 관련된 향후 행보가 중요하다. 일감 몰아주기를 그대로 고수하면서 단지 총수일가 지분만 줄여 규제를 빠지거나, 합병법인(사업지주회사)을 순수지주회사와 사업자회사로 재분리해 총수일가의 그룹 지배력만 높이는 것은 합병취지를 흐리는 ‘꼼수’지적을 받기 쉽다. 금산분리 훼손 지적을 받아온 에스케이증권 처리도 숙제다. 에스케이는 이에 대해 “(합병은) 일감 몰아주기 규제를 고려한 게 아니다. 지주회사 재분리 계획도 검토된 바 없다”고 부인했다. 시장은 앞으로 에스케이의 약속이행을 지켜볼 것이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
언론 자유를 위해, 국민의 알 권리를 위해
한겨레 저널리즘을 후원해주세요

광고

광고

광고

경제 많이 보는 기사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1.

음식점 폐업률 전국 1위는 이 도시…집값도 급락 직격탄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2.

“그리 애썼던 식당 문 닫는 데 단 몇 분…” 폐업률 19년 만에 최고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3.

90살까지 실손보험 가입 가능해진다…110살까지 보장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4.

오세훈발 ‘토허제 해제’ 기대감…서울 아파트 또 오르나요? [집문집답]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5.

한화 김동선, ‘급식업 2위’ 아워홈 인수한다

한겨레와 친구하기

1/ 2/ 3


서비스 전체보기

전체
정치
사회
전국
경제
국제
문화
스포츠
미래과학
애니멀피플
기후변화&
휴심정
오피니언
만화 | ESC | 한겨레S | 연재 | 이슈 | 함께하는교육 | HERI 이슈 | 서울&
포토
한겨레TV
뉴스서비스
매거진

맨위로
뉴스레터, 올해 가장 잘한 일 구독신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