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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글로벌 금융위험의 속성이 달라지고 있다

등록 2015-04-26 19:39수정 2015-04-26 20:02

위험의 중심부 선진국에서 신흥국으로
은행부실 비은행·그림자금융으로 이전
IMF “위험이 새로운 영역으로 순환”
자산시장 과열 우려도 커져  
한국, 대외충격에 면역력 키웠지만
가계부채·한계기업 재무상태 주목해야
세계 주가가 급등하는 등 국내외 금융시장이 호조세를 보이면서 글로벌 금융위기의 충격도 점차 기억 속으로 사라지고 있다. 오히려 금융위기 잣대로 보면, 지금 세상은 상당히 안정적이다. 미국의 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시장 불안을 세계적 위기로 확산시켰던 은행권 부실은 대부분 해소되었다. 실제로 최근 주요 은행들은 위기 이후 최고 실적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의 진앙이었던 부동산 시장도 미국을 비롯하여 세계적으로 다시 들썩이는 조짐이다.

그러나 금융위기의 직접적인 충격에선 벗어났는지 모르지만, 여전히 새로운 불안이나 위험이 이어지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미국 등 일부 선진국 금융시장의 안정 회복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리스 부도 위험을 비롯하여 우크라이나·러시아 사태, 중동의 긴장 지속과 유가 급락, 세계경제의 재둔화 위험 등 다양한 갈등이나 불안요인들이 이어지고 있다. 금융 측면만 보더라도, 자산시장의 과열 우려가 커진 것은 물론, 중국의 ‘그림자금융’ 불안을 필두로 러시아나 브라질 등 신흥시장의 기업부채 급증에 따른 우려의 목소리도 이어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의 파수꾼을 자임하는 국제통화기금(IMF)은 최신호 <글로벌 금융안정 보고서>를 통해 국제적 차원에서 금융안정과 관련된 위험들이 새로운 영역으로 순환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동안 선진국에 집중되었던 금융안정상의 위험이 신흥시장으로 옮겨가는 것은 물론, 은행권 부실이 이제 비은행권 혹은 그림자금융으로 이전되고, 그동안 지급불능 문제가 핵심이었다면 이제는 시장 유동성 위험이 쟁점으로 부각되고 있다는 것이다.

결국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선진국 은행권의 부도 위험으로 집약되던 문제가 이제는 신흥시장의 기업 부채, 특히 채권시장의 유동성 위험으로 전환되고 있다. 2013년 연준의 출구전략과 관련된 우려로 신흥시장이 요동친 데 이어 그 여진 혹은 새로운 형태의 불안이 지속되고 있는 것도 그 탓이다. 과거의 위기에 초점이 맞춰진 렌즈로는 지금 곳곳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있는 새로운 위험들, 혹은 위험 속성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기 힘든 법이다.

청와대 국제경제보좌관을 지냈고 지금은 국제결제은행의 수석이코노미스트를 맡고 있는 신현송 박사는 이와 관련하여 “글로벌 유동성의 제2국면”에 주의를 환기시킨다. 2000년대 중반만 해도 글로벌 유동성이 선진국 은행권의 능동적인 신용창출에 의해 주도되었다면, 2010년부터는 채권시장 주도의 신용 성장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이제는 은행이 아니라 선진국의 초대형 자산운용사들이 주요 자금 공급원 역할을 맡는 한편, 저수익률 시대의 고수익 투자처로서 신흥시장 기업들이 부상하고 있다. 따라서 신 박사는 글로벌 유동성 제2국면에는 신흥시장 회사채가 핵심적인 취약고리가 되고 있다고 진단한다.

‘시장 유동성’이 문제가 되는 것도 이런 연유다. 시장 유동성 혹은 환금성은 언제라도 매매를 통해 쉽게 현금화가 가능하다는 뜻이다. 시장 유동성이 가장 뛰어난 곳은 미국과 유럽 등 선진국 국채 시장이다. 그런데 이들 중앙은행의 양적완화는 주로 국채를 매수 보유한다. 그만큼 국채 거래량이나 유통량이 줄게 된다. 게다가 규제 강화와 맞물려 은행권이 여전히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몸을 사리는 상황에서 금융시장의 수급 불균형을 조정할 책임, 즉 ‘시장 조성’ 기능도 위축되고 있다. 시장 충격 발생 시 정상적인 거래를 뒷받침할 여력이 떨어진 것이다. 이런 사정은 선진국 국채를 넘어 신흥국이나 회사채 등에까지 번지고 있다.

한편, 은행을 대신하여 자산운용사가 글로벌 유동성의 주요 공급원으로 부상한 점은 자금조달원의 다양화라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자산운용사도 단기 실적에 치중하는 인센티브 구조나, 다양한 금융지수 연계 상품의 도입에 따라 투자 흐름의 동조화나 쏠림현상 같은 취약점을 지닌다. 특히 신흥시장은 협소한 시장 규모로 인해 대형 자산운용사의 이런 행태에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나아가 신흥국의 기업 부채도 역외 계열사를 통한 자금조달이나 허위 송장처리에 기반한 위장 자금유입 문제 등으로 인해 제대로 실체가 포착되지 않는다. 사실 오늘날 글로벌 금융의 불확실성이 응축된 고리가 이처럼 비은행권의 그림자금융, 특히 기업들이 해외에서 채권 발행 등으로 조달한 외화(주로 달러) 부채인 셈이다.

물론 우리나라는 그동안 여러 차례 위기를 거치면서 외환건전성을 비롯하여 전반적인 거시건전성 제고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비록 국내 경제성장의 눈높이는 낮춰지고 있지만, 적어도 대외발 금융 충격에 대해서는 여느 신흥국과 달리 상당한 면역력을 키워온 것이다. 다만, 글로벌 금융의 위험 속성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여전히 과거의 위기에 초점이 맞춰진 우리 경제의 안정성에 대해서는 진지한 점검이 요구된다. 특히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는 가계부채 문제나 한계기업들의 취약한 재무여건, 또 외화채를 비롯하여 각종 신종 금융상품이나 금융투자업의 확산에 따른 위험 등에 대해 새로운 렌즈가 필요하지 않을까?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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