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절차 개시 결정조차 안해
“기업 감싸는 것 아니냐” 지적
“기업 감싸는 것 아니냐” 지적
홈플러스의 개인정보 불법 판매 피해자의 집단분쟁 조정 신청에 대해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가 50일 가까이 지나도록 조정 개시 결정조차 하지 않아 논란을 빚고 있다. “침해 기업을 감싸는 것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기업 쪽 일을 많이 하는 대형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들을 대거 위원으로 위촉한 탓에 분쟁조정위가 제구실을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참여연대·진보네트워크센터·경실련 등은 지난 24일 공동 성명을 내어 “홈플러스 개인정보 불법 판매 피해자 81명이 지난 3월9일 개인정보분쟁조정위에 집단분쟁 조정을 신청했는데, 절차 개시 결정조차 안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시민단체들은 “‘공정하고 전문적으로 분쟁을 해결할 수 있는 개인정보 보호 전문기관’이란 자기소개를 무색하게 하는 것이자 직무유기”라며 “즉각 사실조사에 착수하고, 홈플러스와 개인정보 불법 취득 보험회사들은 적극적으로 조정에 나서라”고 요구했다.
한국인터넷진흥원에 딸린 개인정보분쟁조정위는 개인정보나 프라이버시 침해를 당한 피해자들이 소송 대신에 분쟁 조정으로 빠르고 손쉽게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로 설립됐다. 분쟁 조정 결과는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지닌다.
분쟁조정위 설립 초기엔 정보인권 보호에 기여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고객 개인정보를 유용했거나 프라이버시를 침해한 기업에 30만~50만원씩 보상하라고 결정하고, 기업이 피해자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면 직접 입증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또 기업이 조정 결과를 수용하지 않아 소송으로 이어지면 참고인으로 출석해 상대적 약자인 피해자의 처지를 대변해주기도 했다. 정보인권 보호 활동을 펴는 한 시민단체 활동가는 “초기엔 정보인권 보호의 중요성을 잘 이해하는 학자와 시민단체 전문가들이 위원으로 많이 참여했는데, 지금은 대기업 일을 많이 하는 대형 로펌 변호사들이 많고, 시민단체 쪽 위원들도 정보인권 보호 전문가라고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강달천 개인정보분쟁조정위원회 사무국장은 “홈플러스 쪽이 수사와 소송이 진행중이라는 이유로 협조를 하지 않아 분쟁조정 절차 개시 결정조차 못하고 있다. 27일 열리는 회의 때 홈플러스 피해자들의 집단분쟁 조정 신청 건을 다룰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재섭 기자 jski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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