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가장해 계좌번호 알아낸 뒤
돈 더 입금했다며 차액 송금 요구
돈 더 입금했다며 차액 송금 요구
꽃집 주인 ㄱ씨는 지난달 고객 ㄴ씨로부터 “애인에게 5만원짜리로 만든 ‘돈 꽃다발’을 선물하려고 하는데 돈을 통장으로 보내면 꽃값과 수고비를 제외한 나머지 돈으로 돈 꽃다발을 만들어달라”는 전화를 받았다. 좀 황당한 주문이었지만 ㄱ씨는 별 의심 없이 ㄴ씨에게 계좌번호를 알려줬다. 이후 ㄴ씨는 정미소에 전화를 걸어 쌀 50만원어치를 주문할 테니 쌀 대금을 송금받을 계좌번호를 알려달라고 했다. 10분쯤 뒤 ㄴ씨는 은행에서 보낸 것처럼 꾸며 정미소 주인에게 500만원이 입금됐다는 허위 문자를 보냈다. 이어 ㄴ씨는 정미소 주인에게 전화를 걸어 송금이 잘못됐으니, 차액 450만원을 꽃집 주인 ㄱ씨의 계좌번호로 입금하라고 했다. ㄴ씨는 꽃집을 찾아 송금된 돈으로 만든 돈 꽃다발을 찾아 유유히 사라졌다. 보이스피싱 사기를 당한 정미소 주인은 경찰에 신고했고, 꽃집 주인 ㄱ씨는 대포통장 명의인으로 등록돼 금융거래 제한 조처를 받게 됐다.
대포통장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자 금융사기 피해자로부터 가로챈 자금을 제3자의 정상 계좌를 활용해 빼내가는 신종 보이스피싱 범죄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꽃집이나 보석상, 중고차 매매상 등의 업체에서 사용하는 통장이나 퀵서비스 기사의 계좌가 이런 범행의 도구로 이용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27일 “최근 상거래용으로 사용하던 정상 계좌가 금융사기에 이용돼 지급정지되는 사건이 여러 건 일어났다”며 “물건 가격을 과도하게 넘어서는 금액이 입금될 경우, 송금인의 인적사항 등을 확인해 의심스러운 점이 있다면 수사기관에 즉시 신고해 달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꽃집 주인 ㄱ씨처럼 금융 사기범에게 이용당한 선의의 피해자라고 하더라도 범행 도구로 이용된 계좌에 대해선 ‘전기통신금융사기 특별법’에 따라 지급정지 조처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또 소명이 되지 않을 경우 형법상 공범에 상당하는 형사처벌까지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김수헌 기자 minerv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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