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건설 응찰가 6007억 제시
채권단 기대 못미쳐 ‘유찰’ 결정
박삼구 회장쪽에 유리해질 듯
채권단 기대 못미쳐 ‘유찰’ 결정
박삼구 회장쪽에 유리해질 듯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실질적 지주회사인 금호산업의 매각 본입찰에 호반건설이 단독으로 나섰으나, 채권단 기대에 훨씬 못 미치는 인수가격을 제시함에 따라 입찰이 불발됐다. 이에 따라 금호산업을 되찾아 그룹을 재건하려던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유리한 여건이 조성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본입찰이 유찰되면서, 금호산업 지분 매각작업은 당분간 표류할 전망이다.
금호산업 매각 주관사인 산업은행은 28일 저녁 자료를 내어 “금호산업 채권금융기관 운영위원회 회의를 진행한 결과, 금호산업 우선협상 대상자를 선정하지 않는 것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이날 오후 3시 입찰 마감이었던 금호산업 본입찰에는 호반건설만 단독으로 참여했다. 시장에서는 인수가격이 1조원에 이를 수 있다는 예상이 있었지만, 호반건설은 6007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은행 쪽은 재입찰 여부를 향후 채권금융기관협의회 결의를 통해 최종 확정할 계획이며, 구체적인 일정은 매각 주관사와 협의해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5월 첫째주 연휴가 끝난 뒤 채권단 전체 협의회를 열어서 재입찰을 할지, 채권단이 정한 가격을 박삼구 회장에게 제시해 매입 여부를 물어볼지 등을 결정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그룹 쪽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채권단으로부터 공식적인 내용을 아직 받지 않았다. 향후 채권단 입장이 오면 절차대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2014년 시공능력평가 20위 건설업체인 금호산업은 아시아나항공 지분의 30.0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또 아시아나항공은 금호터미널(100%), 아시아나개발(100%), 금호사옥(79.90%) 등을 거느리고 있다. 따라서 금호산업을 지배하면 사실상 아시아나항공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의 경영권을 갖게 된다.
산업은행 등 채권단이 이번에 매각하는 지분은 금호산업 워크아웃 과정에서 출자전환으로 보유하게 된 57.5%(약 1955만주)다. 현 주가로 계산하면 5000억원이 채 안 된다. 하지만 그룹 지배권과 아시아나항공 등의 경영권 확보 이점 때문에 프리미엄이 더해진데다 호반건설이 강력한 인수 의지를 보여 인수가가 1조원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돌았다.
금호산업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밝힌 박 회장은 입찰 최고가격에 경영권 지분(지분율 50%+1주)을 되살 수 있는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하고 있다. 박 회장은 금호그룹 워크아웃 당시 사재 3300억원을 들여 금호산업과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해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받았다.
윤영미 김정필 기자 youngmi@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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