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플랜텍 분리 회생 추진
‘고가 인수’ 특혜 논란
두차례 증자 ‘밑빠진 독 물붓기’
울산공장 폐쇄 추진키로
포스코 고위임원 “경쟁력 떨어져”
‘고가 인수’ 특혜 논란
두차례 증자 ‘밑빠진 독 물붓기’
울산공장 폐쇄 추진키로
포스코 고위임원 “경쟁력 떨어져”
포스코가 인수 과정에서 고가에 지분을 사 특혜 의혹이 무성했던 포스코플랜텍의 울산공장(옛 성진지오텍)을 폐쇄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이로써 포스코는 2010년 이후 5년간 플랜텍에 들어간 인수 자금과 두차례의 유상증자 자금 등 모두 5200억원에 가까운 손실을 입게 돼, 앞으로 부실책임 논란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28일 포스코의 고위 임원은 “플랜텍 경영부실이 심각해 회사 전체를 살리기는 어렵다고 보고, 경쟁력이 떨어지는 울산공장은 문을 닫고 수익성이 있는 포항공장만 유지하는 분리회생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포스코는 플랜텍 지분 73.93%(포스코건설 지분 13.1% 포함)를 가진 1대 주주다.
포스코는 지난 24일 이사회 워크숍을 열어 플랜텍 경영부실 현황을 점검한 데 이어 30일 이사회 간담회를 열어 플랜텍 울산공장 처리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플랜텍의 운명은 포스코 이사회 논의와 채권단과의 협의 결과에 따라 채권단 자율협약, 워크아웃, 법정관리 가운데 하나로 결정되게 될 전망이다.
플랜텍 울산공장 폐쇄 추진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1분기의 경영실적이 계속 악화하고 있는데다 전정도 세화엠피 회장의 이란 공사대금 1천억원 횡령으로 예기치 않는 손실이 발생하는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한겨레> 4월27일치 8면) 플랜트·엔지니어링 업체인 플랜텍은 지난해 매출액 6234억원에 2797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올 1분기에도 정상화 노력을 했지만 적자가 400억원에 가까운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 고위 임원은 “울산공장은 돌리면 돌릴수록 손실이 늘어나, 이 상태로는 대규모 적자가 불가피하다. 자생력 있는 포항공장은 살리고, 울산공장은 정리하는 게 손실을 최소화하는 방법”이라고 털어놨다. 울산공장 폐쇄 방침이 확정되면, 설비는 팔고 직원들은 희망퇴직 등의 절차를 밟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울산공장 직원 600여명 가운데 절반가량은 이미 희망퇴직으로 일터를 떠났다.
플랜텍의 분리회생을 위해서는 채권단과의 합의가 관건이다. 포스코의 플랜텍 처리 방침이 알려지면 금융권에서 차입금 조기상환을 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12월에 투입된 증자금 2900억원은 이미 차입금 상환 등으로 거의 소진돼, 유동성 위기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포스코가 증자나 자금대여 등으로 추가 지원을 하는 방안은 쉽지 않아 보인다. 포스코 이사회 참석자는 “지난해 말 2900억원 증자 때 마지막 지원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지금과 같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상황에서 추가 지원은 배임 소지도 있다”고 밝혔다.
플랜텍의 분리회생은 장기적으로는 추가 부실 차단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단기적으로는 포스코와 다른 계열사에 충격이 예상된다. 또 플랜텍이 도산하면 회사채 등에 2천억원 이상을 투자한 개인들도 큰 손실을 볼 수 있다.
무엇보다 포스코가 지난 5년간 성진지오텍 인수(1600억원)와 두차례 증자(3617억원)에 쏟아부은 5200억원이 헛되이 사라지게 돼, 2010년 성진지오텍 특혜 의혹의 주역으로 꼽히는 정준양 전 포스코 회장과 민유성 전 산업은행 회장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포스코는 당시 성진지오텍의 사주인 전정도 회장으로부터 주식을 주당 1만6331원에 비싸게 사주고, 반대로 산업은행은 전 회장에게 주식을 주당 9620원에 싸게 팔아, 적어도 수백억원의 이득을 안겨줬다. 따라서 포스코와 산업은행에 영향력을 행사한 엠비 정부의 권력 실세가 누구인지를 밝혀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밖에 없다. 플랜텍 주변에서는 이상득 전 의원 등이 전 회장과 친분이 두터웠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경제개혁연대의 김상조 소장은 “최근 포스코에 증자 결정 관련 이사회 의사록의 열람을 요청했다”며 “2010년 인수, 2013년 합병, 2013년 말과 지난해 말 두차례의 증자 과정에서 이사들의 잘못이 드러나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포스코플랜텍 전경. 한겨레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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