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춘 대통령 비서실장이 17일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2015.02.17
50만~100만원 상당…정·재계 망라
금호 “회장 지인들에게 보낸 것”
금호 “회장 지인들에게 보낸 것”
금호그룹이 2012년 추석에 50만~100만원 상당의 선물을 보낸 내용이 담긴 리스트가 나와 관심을 끈다. 선물명단에는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전·현직 청와대 고위 인사와 워크아웃 중인 금호의 채권단인 5대 금융지주의 회장들, 금융감독기구·채권단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전직 고위 관료들도 포함돼 있다.
29일 <한겨레>가 입수한 금호의 ‘2012년 중추절 선물 대상자 명단’을 보면, 김 전 실장을 포함해 122명의 추석선물 대상자가 적혀 있다. 명단에는 정·관·경제·언론·의료계 등의 전·현직 청와대 고위 인사와 국회의원, 장관, 재벌 회장, 언론 사주 등이 망라돼 있다. 내막을 아는 회사 관계자는 “박삼구 회장의 지시로 비서실에서 50만~100만원 정도 하는 송이버섯 등을 보낸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법조계 인사 명단에 박 회장의 사돈인 최경원 전 법무장관 등과 함께 들어 있다. 선물을 보낸 2012년 9월은 대선이 한창이던 때로, 김 전 실장은 박근혜 후보를 돕고 있었다. 김 전 실장은 박 회장과 친분이 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호 관계자는 “김 전 실장의 처남이 계열사 임원으로 박 회장과 고교 친구”라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2009년에 금호가 인수한 대한통운의 사외이사를 맡았고, 2008년에는 금호가 소유한 중국 웨이하이골프장 개관식에 참석했다.
금융계에서는 우리금융의 이팔성 회장과 이순우 행장, 하나금융의 김승유 회장과 김정태 행장, 케이비금융의 어윤대 회장과 민병덕 행장, 산은금융의 강만수 회장, 신한금융 한동우 회장 등이 모두 망라돼 있다. 이들 금융회사는 경영부실로 워크아웃 중인 금호의 채권단이다. 관계 명단에 포함된 정정길 전 대통령 비서실장,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등 전직 청와대 고위 인사와 경제관료들도 금융감독기구나 채권단에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다. 금융지주 회장들은 <한겨레>의 확인 요청에 “기억이 없다”고 답했다.
정계에서는 김덕룡 전 대통령 국민통합특보, 박관용 전 국회의장 등이, 언론계에서는 조선·동아·중앙·매일경제 등 언론사 사주들이 망라돼 있다. 경제계에서는 손경식(씨제이), 조석래(효성), 이웅열(코오롱), 신동빈(롯데) 등 주요 그룹 회장이 들어 있다.
금호는 “박 회장이 오랜 지인들에게 소정의 추석선물을 한 것으로, 수천만원이나 수백만원짜리와는 성격이 다르다”고 해명했다. 금호는 박 회장이 정·관계 고위 인사와 지인을 초청해 외국에서 골프투어를 한 사실이 지난해 초 언론에 보도된 뒤, 금호석화 회장 운전기사 등을 회사 문서 유출 혐의로 고소했는데, 선물명단도 유출자료 중 일부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날 자료 유출 혐의자 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김정필 기자 jskwak@hani.co.kr
항상 시민과 함께하겠습니다. 한겨레 구독신청 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