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20~23일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아시아벤처자선네트워크(AVPN) 연례총회는 세계 전역의 비영리재단, 사모펀드, 기업, 사회적 투자 기관 담당자들이 모여 ‘벤처 자선’의 사례와 고민을 나누는 자리였다. 록펠러자선자문단과 셸 재단, 유니클로 등 다양한 조직의 여러 전문가들이 꾸리는 20여개 세션 속에서 ‘투자 쇼케이스’ 세션이 참석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투자 쇼케이스는 총 20곳의 사회적 기업과 비영리단체가 참여해 자신들의 운영 모델과 미션,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 등을 설명하는 자리였다.
그런데 소개 방식이 재미나다. 사회적 기업 혹은 비영리단체와 그들의 멘토가 짝을 이뤄 발표하는 형식이다. 예컨대 싱가포르의 플레이물라(playmoolah)는 게임을 통해 이용자들의 금융 관행을 개선하고자 하는 소셜벤처다. 이곳은 글로벌 식품기업 벤앤제리즈가 진행하는 스타트업(신생기업) 경진대회를 계기로 멘토-멘티 관계를 맺어왔다. 투자 쇼케이스에서 플레이물라 대표가 자신들의 미션과 성과를 발표하면, 뒤이어 벤앤제리스 담당자가 이들을 지지하는 발언을 이어간다. 멘토는 객관적 관점에서 이들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와 모델, 현재까지의 성과와 개선점 등을 짚어주며 청중들에게 균형 있는 정보를 제공한다.
이러한 방식은 객관성을 유지하면서도 신뢰감을 주는 효과가 있다. 보통 멘토는 재단이나 기업, 또는 중간지원조직에 속해 있는 사람들로 벤처자선가들이기도 하다. 이들의 발표는 다른 벤처자선가들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용어와 기준이 사용된다. 사업 모델이나 사회적 가치 창출 방식이 이미 한번 ‘검증’되었다는 신호이기도 하다. 따라서 투자 쇼케이스에 참석한 벤처자선가들은 불필요한 ‘탐색 비용’ 없이 조직 자체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 멘토를 중심으로 양쪽이 네트워킹을 원활히 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투자 쇼케이스에 벤처자선가들을 발표자로 참여시키며 재미와 실속을 잡은 것이다. 2년째 총회에 참석한 행복나눔재단의 조미현 팀장은 “멘토-멘티가 함께 발표하는 방식은 서로에게 긴장을 주면서도 유대를 강화시킨다. 함께 발표를 준비하며 비즈니스 모델이나 사회적 성과를 다듬을 수 있고, 조직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고 말했다. 올해 쇼케이스에선 인도네시아의 농업 관련 사회적 기업 아그리소시오(Agrisocio)가 벤처자선가들이 꼽은 우수 모델로 선정됐다.
양은영 한겨레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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