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759만건 중 4086건
손보 3216건으로 생보의 4배
보험사 ‘전부 패소’ 비율 15%
손보 3216건으로 생보의 4배
보험사 ‘전부 패소’ 비율 15%
지난해 10월 음식물 쓰레기를 수거하려 멈춰놓은 차량 후미를 오토바이 운전자가 들이받아 다리가 절단됐다. 운전자는 쓰레기 수거차가 정차 중 안전조처를 취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치료비 전액과 장해보상금 등 2억8000만원을 요구했다. 하지만 ㄱ보험사는 오토바이 운전자의 전방주시의무 태만으로 인한 사고라고 주장하면서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보험사와 소비자가 각기 제기한 소송이 4000건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보험사에 들어온 보험금 청구가 모두 3759만여건이어서, 보험금 청구 1만건당 1건꼴로 소송으로 이어진 셈이다.
금융당국의 감독규정 개정에 따라, 지난달 처음으로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 누리집에 공시된 ‘보험금 청구·지급 관련 소송’ 자료를 보면, 보험금 지급을 둘러싸고 보험사와 소비자가 제기한 소송은 모두 4086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보험사가 제기한 소송이 1061건(손보 681건·생보 380건), 소비자가 제기한 소송은 3025건이다.
일반적으로 보험금 지급을 둘러싼 보험사와 소비자 사이의 분쟁은 보험사에 대한 민원, 금융감독원 분쟁조정 절차를 거치게 되며, 양쪽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을 경우 법정소송이나 민사조정 단계까지 이른다.
업권별로 보면, 손해보험은 3216건, 생명보험이 863건으로 손보사의 소송이 생보사의 소송보다 4배 가까이 많았다. 생명보험의 경우 죽음 혹은 질병에 걸렸을 때 미리 책정한 금액을 지급하는 정액보상인 데 비해, 손해보험의 경우 사고로 인해 가입자가 손해를 입은 액수에 대해 책정해 실손보상을 하기 때문에 분쟁이 더 많은 것으로 풀이된다. 소송은 주로 실손보험과 자동차보험에서 많이 벌어진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동차보험의 경우, 보험금을 지급할 때 보험사와 가입자가 지급할 보험금에 대해 상호 합의를 해야 한다. 향후 치료비, 위자료, 사고가 나면서 포기해야 하는 상실수익 등 여러 항목에서 양쪽의 의견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소송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1만건이 넘는 보험금 청구가 있었던 손보사 중에 법정다툼으로 갔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은 악사(AXA)손보로 1만건당 4.17건이 송사에 휘말렸고, 농협손보(3.4건)와 엠지(MG)손보(3.06건)가 그 뒤를 이었다. 생보사 가운데서는 현대라이프생명이 11.57건으로 가장 많았고 동부생명(5.62건), 케이디비(KDB)생명(4.86건) 등의 차례였다.
또 민사조정 신청은 모두 988건으로 손해보험과 생명보험이 각각 964건과 24건이었다. 민사조정은 정식재판 없이 법원이 조정위원회를 거쳐 양쪽의 합의를 주선하는 절차로 조정은 재판상 화해와 같은 법적 효력을 발휘한다.
지난해 선고판결이 나온 보험금 소송 1801건 가운데, 청구 내용이 100% 받아들여져 전부 승소한 판결의 비율은 소비자가 8.9%(161건), 보험사가 48.2%(868건)였다. 또 보험사가 제기한 소송 가운데 보험사가 전부 패소한 비율도 15.1%(76건)로 적지 않았다.
이재욱 기자 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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