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의 채소 코너. 한겨레 자료사진
저소득층 지출비중 큰 채소류 1년새 10.5% 올라…집세·담뱃값도 부담
고소득층 많이 쓰는 교통비는 9.5% 하락…여행비도 내려 ‘물가 양극화’
고소득층 많이 쓰는 교통비는 9.5% 하락…여행비도 내려 ‘물가 양극화’
최근 1년간 교통비나 여행비 등 소득 수준이 높은 계층이 주로 구매하는 품목 중심으로 물가가 내려간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채소류·집세 등 저소득 계층의 지출 비중이 큰 품목은 가격이 올라, 소득이 낮을수록 상대적인 체감 물가 부담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5일 <한겨레>가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과 ‘가계동향’ 자료를 교차 분석해 보니, 소득이 많은 계층일수록 물가 부담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소득 계층이 주로 구매하는 물품 중심으로 물가가 내리거나 상승폭이 줄어든 탓이다. 반대로 저소득 계층이 주로 구매하는 물품 가격은 되레 올랐다.
일단 채소류 가격은 지난달 1년 전에 견줘 10.5% 올랐다. 담뱃값이 포함된 ‘기타 공업제품’(12.0%) 다음으로 가장 높은 상승폭이다. 특히 배추(35.3%), 파(30.4%), 감자(24.0%), 시금치(20.8%) 등은 두자릿대 상승률을 보였다. 채소류 가격은 지난해 11월 이후 매월 상승폭을 키워가고 있다. 김보경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채소류는 작년 상반기에 워낙 가격이 떨어진 탓에 그 기저 효과로 올해 들어 상승폭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채소류는 소득 수준이 낮을수록 지출 비중이 큰 품목이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월소득 수준이 100만원 미만, 100~200만원 미만 가구는 채소류의 소비지출 비중(채소류 및 채소가공품 /소비지출)은 각각 3.8%, 2.8%에 이르지만, 소득 수준이 500~600만원 미만과 600만원 이상 가구는 채소류 지출 비중은 1.3%, 1.0%에 그쳤다. 저소득계층이 채소류 가격에 더 민감한 이유다.
올해 들어 한 갑당 평균 2000원씩 오른 담뱃값 부담도 저소득 계층이 주로 떠안고 있다. 월소득 200만원미만 가구의 담뱃값 지출 비중은 1.6%이지만, 월소득 600만원이 넘는 가구의 지출 비중은 0.8%에 불과하다. 담뱃값 인상에 따른 금연 상황이 반영되는 올 1분기(1~3월) 가계 동향 자료가 나오는 이달 하순께 소득 계층별 담뱃값 부담은 좀더 또렷하게 드러날 예정이다.
올해들어 2% 남짓 꾸준히 오르고 있는 집세도 저소득층엔 체감 물가를 키우는 요인이다. 저소득층은 집을 소유하기 보다는 전세나 월세 형태의 주거 형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월소득 300만원에 이르지 못한 가구는 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실제 주거비’(월세 및 관리비 등) 비중은 4%를 넘지만, 소득 수준이 300~600만원 미만 가구의 지출 비중은 2%에 그치고, 600만원이 넘는 가구의 지출비중은 1.4%로 뚝 떨어진다.
반면 고소득층이 주로 구매하는 품목의 물가는 내리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교통비다. 유류비 등이 포함되는 교통비는 소득이 높을수록 순차적으로 지출 비중이 높은 품목이다. 가령 소득 200만원 미만 가구는 교통비 지출 비중이 9.9%이나, 소득 600만원 이상 가구의 지출 비중은 14.5%이다. 소득수준이 낮을수록 버스나 지하철 등 공공운송 수단을, 소득이 높을수록 자가용을 주로 이용하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교통비는 지난달 기준 1년전보다 9.5%나 떨어졌다.
크게 떨어진 여행비도 고소득층의 물가 부담을 덜어준다. 국내 단체여행비는 1년전보다 7.3%, 국외 단체여행비는 4.3%씩 각각 떨어졌다. 이를 포함한 ‘오락 및 문화’품목 물가는 1년전보다 0.8% 하락했다. 소득계층별 ‘오락 및 문화’지출 비중을 보면 100만원 미만 가구는 3.6%인 반면, 600만원 이상 가구는 6.0%로 두배에 이른다. 단체여행비(국내·외)만 따로 떼어보면 그 지출 비중은 각각 0.5%, 1.5%이다.
‘소득계층별 물가지수’연구를 진행해 온 장인성 국회예산정책처 경제분석관은 “장기 시계열로 봤을 때는 소득계층별로 물가 부담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며 “다만 최근 수년째 바닥을 기는 소득 증가율 탓에 저소득층의 체감 물가와 실제 물가간 괴리가 벌어지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세종/김경락 기자 sp96@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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