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증 ‘톡’
떼일 염려도 없는데 최대 10%대 달해
떼일 염려도 없는데 최대 10%대 달해
최대 10%대로 높은 보험사의 약관대출 금리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약관대출 금리도 인하해야 한다는 여론이 조성되고 있는 탓이다. 약관대출 금리는 어떻게 형성되며, 왜 이렇게 높은 걸까?
5일 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의 누리집 공시를 보면, 약관대출금리는 보험사별로 낮게는 3%대부터 높게는 10%대에 이른다. 약관대출은 보험 가입자들이 자신이 가입한 보험 해약환급금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것을 말한다. 보험 해약환급금의 50~90% 이내에서 빌릴 수 있다. 보험사는 고객이 원금을 갚지 못하더라도 해약환급금을 환수하면 되기 때문에 빌려준 돈을 떼일 위험은 없다.
그런데도 10%를 넘는 대출금리를 적용하는 이유에 대해, 보험업계는 이렇게 설명한다. 보험에는 이미 약속한 이율대로 만기 때 환급하는 금리확정형(확정형) 상품과 시중금리에 따라 금리가 변동되는 금리연동형(연동형) 상품이 있다. 약관대출이율은 기존에 약속한 이율 혹은 변동하는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정한다. 약관대출은 적립돼 있는 보험금을 가입자에게 빌려주는 것이어서, 돈을 빌려주지 않았을 경우에 보험료를 운용해서 얻을 수 있는 수익을 포기해야 한다. 따라서 보험 가입자에게 대출을 해줬더라도 보험계약에 따른 예정이율을 보장해줘야 하기 때문에, 예정이율보다 더 높은 금리를 책정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외환위기 직후인 19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은행의 예·적금 금리는 10%를 훌쩍 뛰어넘었다. 당시 보험사들은 10%가 넘는 확정형 상품을 판매했다. 2000년대 초반 환율이 안정되고 금리가 낮아지면서 보험사들은 확정형 상품 판매를 중단했다. 하지만 고금리 시기에 판매했던 상품의 높은 이율은 고스란히 보장해줘야 한다. 이럴 경우 예정이율 자체가 높기 때문에 약관대출금리가 높을 수밖에 없다.
예컨대 10% 확정형 상품의 경우 대출금리가 10%를 넘을 수밖에 없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약관대출 고금리 논란은 고금리 확정형 상품의 약관대출이율이 높은 데서 나오는 착시현상에서 비롯한 오해”라고 말했다. 공시를 보면, 가산금리가 0%인 경우도 있는데, 이는 각 보험사별로 약관대출이율의 상한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이율 9%의 상한을 뒀다면 10%의 확정형 상품이더라도 9%로 대출해줘야 하기 때문에 가산금리를 더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보험사들이 약관대출 고금리 논란을 비켜가긴 어렵다. 생보사들은 확정형 상품 대부분의 대출금리를 산정할 때, 예정이율에 2.5%의 가산금리를 더한다. 이는 은행들이 예·적금 담보대출의 가산금리를 1.5% 안팎으로 설정하고 있는 것보다 훨씬 높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은 예금보다 만기가 길어 금리변화에 민감하고 유동성 확보와 금리 위험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가산금리가 높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연동형 상품의 가산금리는 1.5%로 은행 가산금리와 비슷한 수준이며, 일부 보험사의 확정형 상품 가산금리도 1.5%로 책정돼 있다.
이재욱 기자 u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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