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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경제일반

삼성 경영권 승계 앞둔 이재용…‘두개의 과제’ 풀까

등록 2015-05-07 21:50수정 2015-05-08 10:09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고덕국제화계획지구의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 기공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평택/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이 7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고덕국제화계획지구의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 기공식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평택/청와대사진기자단
이건희 회장 와병 1년
“이재용 부회장은 업무수행과 권한행사에서 아무 제약이 없다.”

삼성전자 고위임원의 말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부친 이건희 회장을 대신해 사실상 최고경영자 역할을 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지난해 5월10일 이 회장의 갑작스런 입원 이후 삼성 3세 간 후계경쟁 가능성 등 불확실성이 부각되던 것을 고려하면 삼성이 예상보다 빠르게 ‘이재용 중심의 3세 체제’를 구축했다고 볼 수 있다. 그 이면에는 삼성가의 최고 어른인 모친 홍라희씨의 역할이 컸다고 한다.

그럼에도 삼성의 현 상황이 과도기로 불리는 것은 그룹총수가 여전히 이 회장이기 때문이다. 이 회장이 병상에서 일어나도 경영복귀는 힘들다는 점에서 삼성의 ‘2세 경영’ 시대는 사실상 마무리됐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3세 경영’은 아직 공식 출범하지 않았다. 삼성의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 임원은 이 부회장의 승진이 늦어지는 데 대해 “부친이 아직 살아있는데 아들이 회장으로 승진하는 것은 자식 된 도리가 아니다”라며 유교적 문화를 그 배경으로 설명한다.

삼성이 실적둔화로 비상이 걸린 터에 이런 과도기가 길어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르면 상반기 또는 연내에 회장으로 승진설이 끊임없이 흘러나오는 배경이다. 결국 이 부회장의 승진은 시기선택만 남았다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와 관련해 삼성이 5월 중에 이 부회장의 회장 승진 대신에 사실상 최고경영자 지위에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조처를 취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이재용 체제’ 알리는 상징 조처
이달 중 나올 가능성
부친과 달리 일상경영 적극 참여
‘등기이사 맡아야’ 목소리 커질 듯
“편법승계 등 재연 안되게” 지적도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참석자들이 7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고덕국제화계획지구의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 기공식에서 발파 단추를 누른 뒤 현장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박근혜 대통령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참석자들이 7일 오전 경기도 평택시 고덕면 고덕국제화계획지구의 삼성전자 반도체 평택단지 기공식에서 발파 단추를 누른 뒤 현장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 회장이 일상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그룹경영의 큰 방향을 제시하며 ‘은둔의 황제’로 불린 것과 달리, 이 부회장은 일상 경영에 적극 참여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 부회장이 회장을 맡으면 ‘권한-책임의 일치’ 측면에서 최소한 삼성전자의 등기이사를 맡아야 한다는 시장요구가 커질 전망이다. 일부에선 이 부회장의 스타일에 대한 걱정도 있다. 김진방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이 부회장이 경영을 잘하면 좋지만 잘못하면 그 위험이 너무 큰 만큼,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기고 본인은 대주주로서 감독 역할에 충실한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삼성은 ‘이재용 시대’로 넘어가기 위해 지배구조를 선진화하고 사회책임을 이행할 과제를 안고 있다. 삼성은 그동안 뛰어난 경영성과에도 불구하고 지배구조와 사회책임에서는 사회요구에 제대로 부응하지 못하며 ‘빛과 그늘’이 공존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소유 지배구조와 관련해서는 금융사인 삼성생명이 삼성전자 주식을 처분해야 하는 상황에 미리 대비하고, 후진적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이 부회장의 안정적 지배력 확보를 위해 지주회사 전환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예를 들어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을 이 부회장이 대주주인 제일모직과의 합병을 통해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시나리오 등이 나온다.

이 회장은 재임 27년간 2006년(안기부 엑스파일 사건)과 2008년(삼성특검 사건) 등 두 차례 대국민 사과를 했다. 삼성은 그때마다 “국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고 반성했다. 삼성은 지난 1년간 이 부회장의 주도로 삼성 관련 사회적 쟁점들에 대해 과거보다 유연한 자세를 보이며 기대를 모았다. 백혈병 희생자에게 사과하고,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 노사 간 단체협약 체결을 이끌어낸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백혈병 문제는 희생자 가족을 대신하는 반올림과 대화한 지 1년이 되도록 합의를 못 이루고 있다. 삼성에버랜드와 삼성전자서비스 협력업체도 노조 탄압 논란이 이어진다. 삼성에스디에스 관련 부당이득 환수를 위한 이른바 ‘이학수 특별법’(특정재산범죄수익 등의 환수법)도 국회에 발의돼 있다. 이 부회장 등이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와 삼성에스디에스 주식 헐값인수로 얻은 수조원대 상장차익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서도 해법이 필요한 상황이다.

삼성은 2008년 “변화된 경영환경과 시장상황에 맞지 않는 과거 경영 행태를 답습하지 않겠다”고 약속했지만, 뚜렷한 성과는 없다. 김상조 한성대 교수(경제학)는 “이재용 시대에는 그룹 경영을 사회 이익과 일치하는 방향으로 맞춰가야 한다”며 “삼성전자 이사회를 총수 마음에 드는 사람들로 구성하는 폐쇄적 태도에서 벗어나 여러 이해관계자의 의견이 반영되도록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삼성이 3세 승계와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자칫 과거와 같은 편법이 재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주문도 나온다. 조돈문 카톨릭대 교수(사회학)는 “이병철, 이건희 두 회장이 77년간 상성을 경영한 것을 감안할 때, 이 부회장은 향후 20~30년 뒤까지 내다보고 지속가능한 소유 지배구조 구축과 사회책임 이행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의 고위 임원은 “다양한 이해관계자의 목소리를 들으려 노력 중”이라며 변화 의지를 밝혔다. 만약 삼성이 경영성과와 더불어 사회적 존경까지 얻는다면, ‘이건희 시대’와 차별성 있는 ‘이재용의 뉴 삼성시대’를 열 가능성이 한층 커질 것이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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