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도입 필요” 언급 점화
기획재정부 제도 개선방안 검토
야 “국회 입법권 제한 우려” 반대
“미국은 의회에 예산편성권 있어
우리 예산시스템과 안맞아” 주장
‘지출 축소만 초점’ 우려 목소리도
기획재정부 제도 개선방안 검토
야 “국회 입법권 제한 우려” 반대
“미국은 의회에 예산편성권 있어
우리 예산시스템과 안맞아” 주장
‘지출 축소만 초점’ 우려 목소리도
국회나 정부가 재정지출을 늘리는 법안을 새로 만들 때 재정조달 방안도 의무적으로 마련하도록 하는 ‘페이고’(Pay-go) 제도의 법제화 문제가 논란이 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가 재정건전성을 빌미로 복지정책 확대를 막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13일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입법을 통한 무분별한 정부 지출 증가를 막기 위해서는 재정지출이 필요한 법안은 재원조달 방법도 함께 제출하도록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며 “페이고 원칙이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 대통령은 1년 만에 또다시 페이고 도입을 강조했고, 기획재정부는 재정건전성 관련 제도 개선을 다각도로 살피고 있다.
18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을 보면, 페이고와 관련해 두가지 법안이 계류돼 있다. 이노근 의원(새누리당)은 재정이 들어가는 법안을 발의할 때 재원조달 방안을 제출하고 국회는 이를 심사하도록 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냈다. 이만우 의원(새누리당)이 발의한 법안은 조금 더 강력하다. 재정이 들어가는 법안을 만들 때 재원조달 방안을 담은 법안도 국회에 함께 제출하도록 했다. 이는 미국 페이고 제도와 유사하다. 예를 들어 6·25 전몰군경 유자녀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대상을 미성년에서 성년으로 확대하는 내용의 법안은 연간 500억원의 재정이 들어간다. 페이고 원칙대로라면, 조세제도를 고치거나 기존 정책을 줄여 500억원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여야는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새누리당은 재정건전성을 위해 페이고 제도를 논의할 수 있다는 태도지만, 새정치민주연합은 국회의 입법권이 제한될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박수현 새정치연합 원내대변인은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페이고는 미국 예산시스템에 적합한 재정준칙”이라며 “우리나라에 도입되면 국회 입법권과 재정권한을 과도하게 통제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미국식 페이고’는 우리와 예산시스템이 달라 현실에 맞지 않는다는 주장이 많다. 우리를 비롯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들은 행정부가 예산편성권을 가지고 있지만, 미국은 의회에 있기 때문이다. 기재부도 재원조달 방안을 법률로 제출하는 강력한 ‘미국식 페이고’ 도입에는 부담을 느끼고 있다. 우리의 경우 국회 입법권 침해 가능성이 있고, 재원조달 방안이 자칫 ‘증세’로만 집중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재정건전성을 위한 사회적 논의는 필요하지만, 지출을 줄이는 것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것에 우려를 나타낸다. 오건호 ‘내가 만드는 복지국가’ 공동운영위원장은 “우리나라 국가재정이 지닌 근본 문제는 수입이 적어 재정 규모가 빈약한 데 있다”며 “재정건전성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것은 복지 확대 등 꼭 필요한 지출마저 억제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재정 규모를 가늠할 수 있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일반정부 총지출을 보면, 우리나라는 오이시디 평균(41.6%)을 크게 밑도는 32.3%에 그친다.
정세은 충남대 교수(경제학)도 “우리나라 재정 규모가 선진국에 견줘 미약한 것은 복지지출이 적기 때문이다.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것은 저출산·고령화로 늘어나는 복지수요를 억제하려는 것”이라며 “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자고 하면 경기는 더 위축되고, 다시 재정은 어려워지는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소연 기자 dandy@hani.co.kr
※ 한 장의 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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