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경제인연합회 회관
전경련 제안…공정위·개혁연대 공감
“경제 규모 맞지 않고 성장 저해 우려”
바뀔 땐 현재 61개서 38개로 줄어
“경제 규모 맞지 않고 성장 저해 우려”
바뀔 땐 현재 61개서 38개로 줄어
재벌의 경제력집중 억제를 위해 대기업집단(재벌)을 지정하는 기준을 현행 자산 5조원 이상에서 10조원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논의가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당사자 격인 전경련이 지정기준을 10조원으로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자, 재벌 감시자 구실을 해온 경제개혁연대가 동의하고, 주무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도 ‘사회적 합의’를 전제로 상향조정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전경련은 19일 보도자료를 내어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을 현행 5조원에서 우리 경제규모에 맞게 10조원으로 올리는 내용으로 공정거래법 시행령을 개정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대기업집단 지정기준은 1987년 제도 도입 이후 세 차례 올렸는데, 현행 기준은 2008년 2조원에서 5조원으로 올린 뒤 7년째 유지되고 있다. 공정위는 해마다 4월에 자산기준에 따라 대기업집단을 새롭게 지정하며, 이는 경제력집중 억제를 겨냥하는 재벌 관련 정책의 바탕이다. 대기업집단에 지정되면 공정거래법상 상호출자 제한,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총수 일가 사익편취 금지, 신규 순환출자 금지, 대규모 내부거래 공시 등 10여가지 규제를 받고, 공정거래법과 연계된 하도급법, 조세특례제한법, 유통산업발전법 등 30여개 법의 규제도 동시에 적용받는다.
전경련의 주장 근거는 현재 대기업집단을 지정하는 자산기준이 우리나라 경제규모와 맞지 않고 기업 성장을 저해할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은 현 기준이 정해진 2008년의 1104조원에서 올해 1531조원(전망치)으로 39% 증가했다. 규제 대상도 같은 기간 41개에서 61개로 20개 증가했다. 전경련은 1993년, 2002년, 2008년 세 차례의 지정기준 변경 내용을 보면, 규제 대상을 30~40개가 되도록 조정했다는 점도 강조한다. 지정기준이 10조원으로 높아지면 대기업집단 수가 현행 61개(공기업 포함)에서, 미래에셋·동국제강·코오롱·한진중공업 등이 빠지면서 38개로 줄어든다. 전경련의 신석훈 기업정책팀장은 “경제성장에 따라 기업규모가 커지는 것은 당연한데 지정기준을 7년째 유지하는 것은 청소년에게 어린이 옷을 입히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재벌개혁 운동을 펴온 경제개혁연대도 전경련의 주장에 반대하지 않는다. 경제개혁연대의 김상조 소장은 “자산이 수백조원에 달하는 삼성, 현대차 등의 상위 재벌과 10조원도 안 되는 하위 재벌을 ‘동일 잣대’로 규제하는 것은 실효성이 없고, 현 경제규모를 고려할 때 하위그룹을 대상으로 경제력집중 억제 정책을 펴는 것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공정위도 공식적으로는 지정기준 상향조정에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신중론을 펴지만, 내부적으로는 필요성을 인정하는 분위기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여러 규제를 한번에 없애는 ‘규제 기요틴(단두대)’을 발표할 때 지정기준 상향조정을 ‘추가 논의 필요’ 사안으로 분류했다. 공정위의 신봉삼 기업집단과장은 “올해 중 관계부처 합동으로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과 중견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와 민간전문가의 의견을 균형있게 수렴해 결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치권에서는 지정기준을 상향조정하면 올해 본격 시행된 재벌총수 사익편취 금지의 규제 대상이 축소되는 점을 우려한다. 새정치민주연합의 이상직, 김기식 의원은 지난 2월 국회 정무위원회의 공정위 업무보고 때 이를 ‘재벌 봐주기’라고 비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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