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수 일가 지분율·내부거래 비중 높은 주요 기업
재벌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를 통한 부의 편법 상속에 대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가 확대될 예정이다. 이미 한진그룹의 싸이버스카이, 현대그룹의 현대증권과 올 초 롯데그룹에 편입된 현대로지스틱스는 조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총수 일가 지분이 높고 내부거래가 많은 재벌 계열사들이 조만간 조사를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공정위 관계자는 21일 “지난 2월 법이 시행된 이후 처음 조사한 것이라서 한두개 기업 조사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이미 일감 몰아주기 조사를 위해 지난 2월 총수가 있는 대기업 집단 40곳을 대상으로 서면 실태 조사를 벌였다. 당시 각 그룹에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높은 회사의 계열사간 거래 내역을 요청했다. 구체적으로 2014년 2월부터 1년간 계열사간 거래내역·거래금액·거래유형 등을 해당 건별로 요청했다. 이번 조사는 각 그룹들이 제출한 자료와 부당 거래 신고 등을 바탕으로 진행 중이다.
재계에서는 ㅅ그룹, ㅌ그룹, ㅎ그룹 등이 조사 대상으로 이름이 거론되고 있다.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일감 몰아주기와 관련해 공정거래법이 개정됐는데도 내부거래 비중을 줄이려는 노력이 없는 곳이 조사 대상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삼성·현대차 등 굵직한 그룹 계열사들은 합병이나 지분 매각 등으로 빠져나간 뒤 하위 그룹들만이 조사 대상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지분이 45.7%에 달했던 삼성에스엔에스(SNS)는 삼성에스디에스(SDS)와 합병으로, 정몽구 현대차 회장과 아들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은 지난 2월 현대글로비스의 지분 13.39%를 내다팔아 지분율을 낮췄다. 공정거래법은 총수 일가 지분율이 30%(비상장 20%) 이상인 계열사가 조사 대상이어서 이들처럼 지분율을 낮추면 조사 대상에서 제외된다. 이에 대해 공정위 관계자는 “합병 등의 방식으로 회피했더라도 과거 내부거래는 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사 대상은 지난해 2월부터 새로 시작한 내부거래이거나 지난 2월부터의 기존 내부거래다.
공정거래법은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가 적발될 경우 해당 거래 기업에게 과징금과 검찰 고발 조처를 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 부당한 일감 몰아주기를 지시한 임직원에게도 검찰 고발할 수 있다. 반면 이를 통해 이득을 얻는 총수 일가에게는 직접 지시했다는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제재를 가할 수 없는 한계가 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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