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이 합병을 결의한 26일 오후 서울 서초구 삼성물산 사옥에서 직원들이 오가고 있다. 두 회사는 오는 7월 임시주주총회를 거쳐, 9월1일 합병을 마무리할 계획이다.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으로 경영권 승계 과정이 숨가쁘게 진행되고 있다.
이달에만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맡던 삼성문화재단·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에 내정된 데 이어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이 결정됐다. 한달 새 이 부회장은 두 재단이 보유한 삼성생명(6.9%)·삼성화재(3.1%) 등은 물론 간접적으로 삼성전자(4.1%) 지배력을 추가 취득했다.
앞서 2013년 하반기 삼성에버랜드(현 제일모직)가 제일모직 패션사업 부문을 인수하는 것을 시작으로 삼성에스디아이(SDI)-제일모직 합병, 삼성에스디에스(SDS)와 제일모직 상장, 석유화학·방산 계열사 매각 등이 진행됐다. 이어 이번 합병으로 삼성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윤곽이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셈이다.
우선 삼성그룹의 지주회사 전환 시나리오가 계속 나온다. 삼성 쪽에선 지난 연말만 해도 “지주회사 전환에 막대한 비용이 들어 어렵다”는 태도였지만, 최근엔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공식적인 언급을 한 적이 없었다”며 미묘한 변화를 보였다. 한 증권사 분석가도 “지주회사 전환에 따른 비용은 삼성디스플레이 상장 등으로 손쉽게 해결할 수 있다”며 “문제는 지주회사 전환 의지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이번 합병으로 지배구조는 단순화됐지만, 그룹의 핵심인 삼성전자에 대한 지배력을 더욱 키우려면 지주회사 전환이 불가피하다는 시각이 여전히 존재한다.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삼성전자를 인적분할해 삼성전자 투자회사(홀딩스)와 사업회사로 나눈 뒤 삼성전자 홀딩스와 ‘제일모직+삼성물산 합병법인’을 다시 합쳐 지주회사로 탄생시키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총수 일가 지분이 많은 삼성에스디에스가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도 주목된다. 총수 일가가 다른 지분을 사들이거나 증여세를 내기 위해 이 회사 지분을 매각하거나, 총수 일가의 삼성전자 지분을 높이려고 두 회사를 합치는 등의 시나리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김상조 경제개혁연대 소장은 “올해 안에 주요 계열사를 떼었다 붙이는 등의 구조 개편이 많이 있을 것”이라며 “상속·승계만을 위해 지배구조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의 요구에 부응하는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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