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 빼앗아 생산, 단가 깎아 소급 적용…
해당업체들, 폐업·거래중단 상태
‘창조경제’ 벤처육성 약속 빛바래
“업체와 특허 사후보상 합의” 해명
공정위, 5000만원 과징금 솜방망이
해당업체들, 폐업·거래중단 상태
‘창조경제’ 벤처육성 약속 빛바래
“업체와 특허 사후보상 합의” 해명
공정위, 5000만원 과징금 솜방망이
엘지화학이 거래 중소기업들의 특허기술을 탈취하고, 하도급대금을 부당하게 깎았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됐다. 대기업이 중소기업 ‘기술탈취’와 관련해 제재를 받기는 처음이다. 이런 불공정 행위들로 특정 중소기업은 폐업 지경에 이르기까지 한 상황에서 과징금 총액이 수천만원 수준에 그친 것은 ‘솜방망이 제재’라는 비판이 나온다.
공정위는 26일 엘지화학이 배터리 라벨 제조 관련 기술자료를 와이에스피에 요구하고 이를 유용한 ‘기술탈취’와 관련해 재발방지 명령 등과 함께 과징금 1600만원을 부과하고 검찰에 고발했다. 또 동명전자에 줄 하도급대금을 소급해 깎는 등 불공정 행위를 한 것과 관련해서도 부당 감액분인 1억4100만원을 지급하도록 하고 과징금 3400만원을 부과했다.
현행 하도급법상 법 위반 관련 매출액의 최대 10%까지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공정위는 두 회사 관련 매출액이 모두 24억원인데도 과징금을 2% 수준인 5천만원만 부과하는 데 그쳤다.
조사 결과 엘지화학 전지사업부(권영수 사장)는 2013년 3~10월 배터리 라벨 제조 관련 특허기술을 가진 와이에스피로부터 납품을 받으면서, 중국 내 합작공장 설립을 제안하고 23차례에 걸쳐 전자우편이나 전화를 통해 기술자료를 요구해 받았다. 요구한 기술자료는 와이에스피가 2012년에 특허를 얻은 기술의 원가자료, 원재료 사양정보, 라벨 제조방법 등 영업비밀 내용이다. 이후 합작공장 협상은 조건이 맞지 않아 깨졌다. 하지만 엘지화학은 그해 9월부터 중국 자회사에서 와이에스피와 같은 배터리 라벨을 생산했으며, 12월에는 와이에스피와의 거래를 끊었다. 와이에스피는 매출의 80~90%를 엘지화학에 의존하다가 거래중단 조처로 사실상 폐업한 상태다. 엘지화학은 하도급계약서도 제대로 주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났다.
또 엘지화학 전지사업부는 연성 인쇄회로기판을 납품하는 중소기업인 동명전자에 대해 2012년 8월 이익률이 높다는 이유로 납품단가를 20% 깎고, 이를 7월부터 소급적용해 한달치 하도급대금 1억4100만원을 주지 않았다. 동명화학 역시 엘지화학과의 거래비중이 80~90%에 달했는데, 거래중단 조처를 당했다.
이로써 엘지화학은 최근 충북창조경제혁신센터를 열면서 벤처기업 육성과 특허기술 제공을 약속했던 게 빛이 바래게 됐다. 공정위 고위 간부는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의 기술을 빼낸 뒤 자체 생산을 하며 거래를 중단하고, 이익률이 높다고 납품단가를 깎으면 어느 중소기업이 살아나겠느냐”며 “앞에서는 상생경영을 강조하고, 뒤에서는 부당 하도급 행위를 하는 대기업의 이중적 태도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엘지화학은 이에 대해 “배터리 라벨 기술은 특허가치가 적은 범용기술이고, 해당업체와 사후 보상금 지급에 합의했다”고 해명했다. 또 “납품단가 인하는 합의에 의한 것”이라며 “해당 중소기업이 내부직원과 짜고 납품단가를 지나치게 높게 받은 혐의가 있어, 해당 직원을 검찰에 고발한 상태”라고 밝혔다.
곽정수 선임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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