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청수 전 경찰청장이 회원직접판매(다단계판매) 기업들의 소비자 피해 보상기구인 직접판매공제조합의 이사장으로 취임한 것을 두고 적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어 신임 이사장은 27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소재 새마을금고중앙회관 12층 조합 사무실에서 제6대 이사장 취임식을 했다. 어 이사장은 경찰 출신으로 청와대 치안비서관, 서울경찰청장을 거쳐 이명박 정부 출범 초인 2008년 경찰청장에 임명됐으나 촛불집회 과잉진압과 용산 철거민 참사 등의 책임을 지고 1년도 안 돼 사임했다. 이후 이명박 정부 말기 국립공원관리공단 이사장과 청와대 경호처장을 역임했다.
직접판매공제조합은 특별판매공제조합과 함께 암웨이 등 다단계판매회사와 후원방문판매회사로부터 발생하는 소비자 피해를 보상하고 예방하기 위해 설립된 기관이다. 어 이사장은 취임사에서 “회원직접판매 업계가 신뢰와 증진을 통하여 소비자들로부터 믿음과 사랑을 받고 미래 유통산업의 주역으로 국가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할 수 있도록 우리 조합이 회원사와 함께 새로운 미래 성장 동력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어 이사장은 다단계판매 업계는 물론 다른 기업이나 경제단체에서 일한 경험이 전혀 없다. 더욱이 어 이사장이 한때 책임자로 있던 서울경찰청은 지난해 초 조합의 감독부처인 공정거래위원회 출신 인사들이 특별판매공제조합 이사장을 잇달아 맡는 관행을 문제 삼아 공정위가 인사에 외압을 행사했다면서 전·현직 공정위 고위 간부들을 직권남용 혐의로 수사한 적이 있어 논란을 더한다. 조합 주변에서는 “결국 경찰이 조합 이사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공정위를 수사했다는 말을 듣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의 공정위 수사는 검찰이 무혐의 처분을 내리면서 일단락됐는데, 이 사건 이후 공정위 출신이 조합 이사장으로 가는 것은 사실상 어려워졌다.
논란에 대해 직접판매공제조합은 어 이사장은 엄격한 공모절차를 거쳐 선임됐다고 밝혔다. 조합 관계자는 “이사장 공모에 응한 9명의 후보를 임원추천위원회에서 심사해 1차로 3명의 후보를 추렸고, 이사회에서 최종적으로 어 전 경찰청장을 새 이사장으로 선임했다”고 설명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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