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수출 10.9% 급감 뜯어보니
다섯달 연속 감소…미국도 7.1% 줄어
13개 주력 품목 중 늘어난 건 3개뿐
유가 하락·중국 수요 감소 영향 커
정부, 중국 내수 진출 등 대책 검토
올 3% 경제성장률 달성 ‘빨간불’
다섯달 연속 감소…미국도 7.1% 줄어
13개 주력 품목 중 늘어난 건 3개뿐
유가 하락·중국 수요 감소 영향 커
정부, 중국 내수 진출 등 대책 검토
올 3% 경제성장률 달성 ‘빨간불’
올해 들어 다섯달 연속 전년동월대비 수출이 감소하긴 했지만, 감소율이 10%를 넘은 것은 5월이 처음이다. 올해 5월까지 누적수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견줘 5.6%가 줄었다. 올해 연간 수출이 지난해보다 3.7% 증가할 것이라고 본 정부의 연초 전망과는 크게 다른 상황이 빚어지면서, 올해 우리 경제가 3% 성장조차 어려운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감소엔 일단 유가 영향이 크다. 유가 관련 품목을 제외하면 5월 수출 감소율은 6.2%로 작아진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큰 폭으로 하락했던 국제 유가가 최근 들어 다소 회복되며 우리 수출의 주력 상품인 석유제품·석유화학의 수출 단가는 5월에 상승했다. 그러나 비교의 기준이 되는 시점인 지난해 5월에 견줘서는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지난해 5월 두바이유 기준 국제유가는 배럴당 105.6달러로 지난 5월(63달러)에 비해 1.7배 수준이었다. 수출 단가가 회복세를 보여도 지난해 5월 대비 수출액은 적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물량이 증가했다면 어느 정도 상쇄됐겠지만 5월에는 물량도 줄었다.
유가 관련 품목을 제외하더라도 일반 기계, 자동차, 섬유, 철강, 평판 디스플레이 등 주력 품목도 대체로 수출이 줄었다. 13개 주력 품목 가운데 5월에 수출이 증가한 것은 무선통신기기, 컴퓨터, 반도체 3개 품목에 불과하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으로 가는 수출이 감소한 영향이 컸다. 대중국 수출은 5월에 3.3% 줄었다. 중국의 1분기 국내총생산(GDP) 증가율은 2009년 1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치를 보였다. 중국의 성장 전략이 내수 활성화로 바뀐데다 우리 주력 수출품인 중간재 등의 자급률이 높아지고 있어, 대중 수출 환경은 크게 불리해졌다.
그나마 1~3월 호조를 보이던 대미 수출도 지난 4월부터는 감소로 돌아섰다. 4월에 2.7% 줄었는데, 5월에는 7.1%나 감소했다. 특히 철강 수출에 타격이 있었는데, 세계 강관 수출의 70%를 차지하는 미국이 셰일가스 수요 급감에 따라 강관 수입을 줄인 영향이 컸다. 미국 경제는 올해 1분기 국내총생산이 -0.7% 줄었고, 2분기 전망도 밝지 않다. 엔화·유로화의 약세 등 환율 문제도 자동차 등 주요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을 떨어뜨려 우리에겐 악조건이 되고 있다.
물론 ‘주요 2개국’(G2)의 교역 위축은 우리만 겪고 있는 상황은 아니다. 이는 전세계적 교역 부진으로 이어지고 있다. 세계무역기구(WTO) 통계를 보면 올해 1분기 세계 주요 70개국의 수입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5% 줄어들었다. 수출액은 10.2% 줄었다. 우리 경제는 대외 의존도가 높고, 특히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특성 때문에 더 큰 타격을 받고 있다.
주형환 기획재정부 1차관은 “6월 이후 신차 출시, 조업일수 증가, 석유화학업계의 시설보수 종료 등의 요인으로 수출이 다소 개선될 것으로 본다”고 1일 밝혔다. 정부는 규제 완화, 세제 지원, 인력 양성, 연구개발과 설비투자 촉진 등 수출 경쟁력 제고 방안을 이달 중에 수립할 계획이다. 자유무역협정(FTA)의 활용을 촉진하고, 신규 수출 유망 품목을 발굴하겠다고 정부는 예고하고 있다.
문제는 우리나라 수출을 둘러싼 현재의 악조건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는 데 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 연구위원은 “앞으로 수치가 일시적으로 좋아질 수 있지만 수출을 둘러싼 구조적 문제들을 단기적으로 해결하기 어렵기 때문에 수출이 괜찮아졌다고 판단하긴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박상현 하이투자증권 분석가는 “올해 3%대 성장 달성이 그렇게 쉬워 보이지는 않는다”며 “(수출 회복을 위해서는) 새로운 상품, 새로운 산업 구조에 대한 중장기적인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송경화 김소연 홍석재 기자 freehwa@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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