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 셋째)과 손병두 호암재단 이사장(왼쪽 둘째)이 1일 오후 서울 중구 순화동 호암아트홀에서 열린 ‘2015 호암상 시상식’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호암상은 삼성 창업자인 고 이병철 회장의 인재 제일주의와 사회공익정신을 기려 1990년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제정했다. 공동취재사진
전기·SDI·디스플레이도 관심
전자-소재 부품사 시너지 효과에
수직계열화로 3세체제 강화 포석
일부 사업은 매각·구조조정 예상
전자-소재 부품사 시너지 효과에
수직계열화로 3세체제 강화 포석
일부 사업은 매각·구조조정 예상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발표에 이어, 삼성의 대규모 추가 사업개편 발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은 최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계획을 정부 등 외부에 사전에 설명하면서 2~3건의 사업개편이 곧 추가로 있을 예정이라고 밝힌 것으로 1일 알려졌다. 삼성은 이와 관련해 삼성전기, 삼성에스디아이, 삼성디스플레이 등 소재부품 계열사들의 3개사 전면합병 또는 2개사 합병과, 삼성전자의 삼성에스디에스 흡수합병을 유력하게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가운데 일부는 조만간 발표될 가능성이 크다.
삼성전기, 에스디아이, 디스플레이가 합병하면 삼성전자에 통신·카메라모듈, 칩 부품, 반도체 패키지 기판, 전지, 액정화면 등을 납품하는 자산 63조원, 연 매출액 38조원 규모의 초대형 소재부품사가 탄생한다. 자산·매출 규모로는 비금융 삼성 계열사 중에서 삼성전자에 이어 2위가 된다.
3개사의 합병은 삼성전자에 소재부품을 납품하는 계열사 간 시너지와, 삼성전자-소재부품사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 중심의 삼성 3세 체제 지배력 강화라는 다목적 카드로 분석된다. 또 합병을 계기로 일부 사업 매각, 실적 부진 사업 정리, 인원 감축 등 고강도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삼성전기는 통신·카메라모듈, 칩 부품, 반도체 패키지 기판 등 주력 사업부 3개가 모두 부진하며 지난해 영업이익이 16억원에 그쳤다. 삼성에스디아이도 주력인 전지사업의 부진으로 지난해 80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냈다.
이와 관련해 삼성이 삼성전기의 비핵심사업인 모터와 전원모듈 등을 분사해 종업원 지주회사로 만들거나 삼성 방계 그룹에 매각할 것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미래전략실 관계자는 “분사 방침이 정해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또 삼성 안에서는 이미 희망퇴직 발표설이 돌고 있다. 삼성전기 간부는 “곧 희망퇴직 실시와 합병 계획이 발표될 것으로 안다”며 “희망퇴직 위로금은 1인당 6천만원 선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의 핵심인 삼성전자와, 정보기술(IT) 서비스 및 물류 비피오(BPO·업무처리 아웃소싱) 업체인 삼성에스디에스의 합병은 사업 시너지보다는 3세 승계 대비 차원이라는 분석이 많다. 두 회사가 합병하면, 이재용 부회장의 에스디에스 지분 11.25%는 삼성전자 지분 1.51%(5월 말 주가 기준)로 바뀌면서, 삼성전자 보유 지분이 기존 0.57%에서 2.08%로 늘어난다. 에스디에스 지분을 3.9%씩 갖고 있는 이부진, 이서현 사장도 이전에 한 주도 없던 삼성전자 지분이 0.53%씩 새로 생긴다. 합병 이후 삼성 총수 일가의 삼성전자 지분은 현재의 4.69%에서 7.25%로 커진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이 이재용 부회장→합병 삼성물산(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회사)→삼성전자로 이어지는 간접적인 지배력 강화 효과가 있다면, 삼성전자와 에스디에스의 합병은 이재용 부회장→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직접적 지배력 강화의 의미가 크다. 이는 이 부회장 등 삼성 3세들이 그룹 지배력과 무관한 에스디에스 주식을 (이건희 회장의 주식에 대한) 상속세 납부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내다팔 것이라는 지금까지의 분석과는 다른 것이다.
시장에서도 이미 이런 합병설의 영향으로 관련 기업들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에스디에스 주가는 삼성전자와의 합병 기대효과로 지난 5월 한달간 30%나 올랐고, 반면 구조조정 대상인 삼성전기 주가는 3월 말 이후 두 달 사이 33%나 떨어졌다. 에스디에스는 1일에는 지나친 주가 상승이 합병을 어렵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며 6% 이상 크게 떨어졌고, 삼성전기는 반대로 그동안 지나치게 떨어졌다는 지적과 함께 5% 이상 올랐다.
삼성은 공식적으로는 이런 사업개편 발표 계획을 부인한다. 삼성 미래전략실은 삼성전기 합병설과 관련해 “얼마 전 경영진단을 받아 구조조정 얘기가 나올 수 있지만 (합병은) 아니다”라거나 “이번주에 합병 발표는 없고, 그 이후는 모르겠다”고 답변했다. 또 다른 삼성 임원은 삼성전자와 에스디에스의 합병설과 관련해 “시장의 여러 소문들 중 하나”라며 “다만 합병설이 사실이라도 사전에 확인해주면 공시 위반이 된다”고 말했다.
곽정수 선임기자, 이정훈 기자 jskwa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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